은행 레버리지로 이뤄진 韓 부동산, '복권' 비유
"부모 덕 볼 수 있는 사람만 집 사는 사회 문제"
정부에 한은 제안 '한국형 뉴 리츠' 도입 촉구
"성공 사례 만드는 것 중요…신규 공공택지, 단초되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5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한국은행·한국금융학회 공동 정책 심포지엄에서 축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한국은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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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5일 서울 중구 한은 컨퍼런스홀에서 ‘우리나라 가계·기업 금융 과제’를 주제로 한은과 한국금융학회가 공동 주최한 정책 심포지엄 패널 토론 세션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총재는 패널 토론이 끝난 뒤 청중 질의응답 시간에 마이크를 잡고 다양한 주택금융이 도입돼야 한다는 취지로 ‘한국형 뉴 리츠’(뉴 리츠)를 제안했다고 소개했다. 앞서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와 나현주 한은 금융안정연구팀 과장은 이날 심포지엄에서 뉴 리츠를 제안했다. 기존 전·월세 보증금에 해당하는 목돈을 리츠에 투자해 일정 지분을 사들인 뒤, 리츠 소유 주택에 거주하는 형태다.
이 총재는 “한은이 왜 이걸(뉴 리츠) 강조하느냐면, 기본적으로 우리나라 부동산 금융은 완전히 은행 대출(에 기반한다)”이라며 “대출도 미국처럼 30년 고정금리 등 안전하게 주는 것도 아니고 리스크가 소비자에게 전가되는 이익금융”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선분양 제도 이런 것도 전부 레버리지를 통해 부동산을 ‘로터리(lottery·복권)’로 만들고 있다”며 “이걸 극복하지 않으면 나라 전체 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뉴 리츠에 대해 “거시적으로 볼 때 부채로만 부동산을 구입하던 것이 민간자본으로 전환되면서 얻는 외부성 요인이 크다”며 “수요 우려가 있지만,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로 지금은 없으니까 수요가 안 생기는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10년 동안 쫓겨날 생각 없이 주택을 임대하면서도 약간의 투자이익도 얻는다고 하면 수요가 생길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이 총재는 사회초년생들이 부모 도움 없이 집을 구하기 어려운 현 부동산 시장 상황도 비판했다. 그는 “지금은 전세라도 집을 구하려고 하면 부모가 몇 억원을 도와주지 않으면 어렵다”며 “어느 정도 부모 덕을 볼 수 있는 사람만 집을 살 수 있는 사회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고려를 촉구했다. 특히 이날 발표된 국토교통부의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을 언급했다. 그는 “성공 사례를 한 두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늘 정부에서 서울 서초동을 시작해 좋은 지역의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했는데, 그 중 몇 개를 리츠 제도를 통해 성공 사례를 만들어 부동산 문제를 해결할 단초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 정책이 수요 지원이 아닌, 공급 지원으로 가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정부 지원이 신혼부부 등 수요자가 집을 살 수 있게 돈을 지원하는 것인데, 수요가 지원되면 주택 가격이 오르고 그러면 또 수요를 늘리는 악순환이 된다”며 “반대로 리츠 등 공급 지원을 늘리면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보증도 수요 보증을 하는 게 아니라, 공급 보증으로 깔아주면 수요자도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패널 토론에 참석한 김승범 국토교통부 부동산투자제도 과장은 한은이 제안한 뉴 리츠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과장은 “중장기 임대주택에서 세입자에게 리츠의 매입 우선권을 주면서 세입자이지만 집주인의 자부심을 느끼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정부 내에서 좋은 주택을 어떻게 더 싸게 공급할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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