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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5 (수)

"이미 결제된 선수입니다"…본격 막 올린 스토브리그, '변수'는 없을까? [이슈크래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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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일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KBO리그 프로야구 5위 결정전 SSG 랜더스와 kt wiz의 경기. 8회초 1사 주자 없을 때 SSG 최정이 홈런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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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는 어느 때보다 뜨거운 사랑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팬이 야구장을 찾으면서 매 경기를 매진시켰고, 새로운 응원 문화도 등장했으며 역사에 남을 기록까지 작성하면서 명실상부 올해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스포츠로 거듭났죠.

꿈만 같았던 1000만 관중을 돌파한 2024 KBO리그. 10개 팀 가운데 6개 팀이 홈 100만 관중을 달성했는데요. 여기에 전 구단 평균 관중 1만 명 시대까지 열었습니다. 총 720경기 중 221경기, 전체 경기의 30.7%가 매진됐습니다. 기존 한 시즌 최다 매진 기록인 68경기를 3배 이상 뛰어넘은 겁니다.

인기의 선두에는 KIA 타이거즈가 있습니다.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우승을 일궈낸 KIA는 올해 정규시즌 홈에 125만9249명(평균 1만7250명)의 관중이 모여들었습니다. 종전 구단 한 시즌 최다 홈 관중 기록(2017년·102만4830명)을 뛰어넘은 건데요. KIA는 올 시즌에만 30차례나 홈경기 매진을 기록하면서 구단 한 시즌 최다 매진 신기록까지 세웠죠. 종전 기록은 무등야구장 시절이었던 2009년 21회였습니다.

야구가 올해 유독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건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일단 김도영(KIA 타이거즈), 문동주(한화 이글스), 이재현(삼성 라이온즈) 등 수많은 젊은 피를 발굴하며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여기에 국제대회에서의 활약, 자동투구판정시스템(ABS) 도입, 각 구단의 활발한 마케팅, 포토카드 등 재밌는 응원 문화 등장, JTBC '최강야구'의 인기 등 다양한 요소가 맞물린 결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을야구까지 막을 내렸지만, 야구 팬들의 열기는 이어집니다. 비시즌 '스토브리그'에 대한 팬들의 관심은 시즌 못지않은데요. 매년 늦가을부터 이듬해 초까지 이어지는 이 비공식 리그에 트로피나 상금은 없습니다. 그러나 각 구단의 '성적표'가 다음 시즌으로 곧장 직결되기에 팬들은 물론 구단 역시 열을 올리곤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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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8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우승팀 KIA 타이거즈 선수들이 이범호 감독을 헹가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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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브리그의 꽃=FA…'쩐의 전쟁' 열린다


스토브리그는 프로야구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열리기 전까지의 비시즌 기간을 뜻합니다. 시즌이 끝난 뒤 겨울에 팬들이 난로(스토브) 앞에 모여 한 시즌을 돌아보고 선수 영입, 외국인 선수 계약 등과 같은 이야기를 나눈다는 데서 유래했는데요. '시즌이 끝나더라도 야구 팬들의 관심은 불탄다'는 의미겠죠. 실로 각 구단은 이 기간 트레이드, 신규 영입 등 선수 계약을 통해 전력을 보강합니다. 감독과 코칭스태프를 선임하기도 하죠.

이 과정은 정규리그만큼이나 흥미롭습니다. 그중에서도 하이라이트는 '자유계약선수(FA)' 계약입니다. FA는 가장 적은 시간을 들여 팀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보장된 카드'나 다름없어 구단 간 치열한 눈치싸움과 계산, 간 보기(?)가 이어지죠.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정에 따르면 한국시리즈가 끝나고 5일 이내에 FA 명단이 공시돼야 합니다. 이 명단에는 FA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선수들의 이름이 적히는데, 해당 선수들은 이로부터 이틀 안에 소속 구단을 통해 FA 권리 행사를 위한 승인 신청서를 제출하게 되죠. 그럼 KBO는 이튿날 승인 선수를 공시하고, 이후 모든 구단이 FA와 협상할 수 있습니다. 해외 구단도 포함해서요.

KBO는 구단 내 연봉 순위, 리그 전체 연봉 순위, 나이, FA 횟수 등을 바탕으로 FA 등급을 A~C로 구분합니다. A등급 선수를 영입하려는 타 구단은 보상선수 1명(20인 보호선수 외)과 전년도 연봉 200% 또는 전년도 연봉 300%를 원소속 구단에 지급해야 합니다. 가치가 큰 등급의 선수를 영입하려면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죠. B등급은 보상선수 1명(보호선수 25명)과 전년도 연봉 100% 혹은 전년도 연봉 200%를, C등급은 보상선수 없이 전년도 연봉의 150%만을 원소속 팀에 주면 됩니다.

이 같은 규정에 따라 KBO는 2일 FA 자격 선수를 공시했습니다. FA 자격을 취득한 선수는 총 30명으로, FA 등급별로는 A등급 3명, B등급 15명, C등급 12명 등인데요. 이 중 처음 FA 자격을 얻은 선수가 13명, 재자격 선수는 9명, 이미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FA 승인 신청을 하지 않고 자격을 유지한 선수는 8명으로 나타났죠.

여기서 20명의 선수가 FA를 신청해 자격을 얻었습니다. 2025년 FA 승인 선수는 임기영(B등급), 장현식(B등급), 서건창(C등급·이상 KIA), 류지혁(B등급), 김헌곤(C등급·이상 삼성), 최원태(A등급·LG), 김강률(C등급), 허경민(B등급·이상 두산), 엄상백(B등급), 우규민(C등급), 심우준(B등급·이상 KT), 노경은(B등급), 최정(C등급·이상 SSG), 구승민(A등급), 김원중(A등급·이상 롯데), 하주석(B등급·한화), 이용찬(B등급), 임정호(C등급), 김성욱(C등급·이상 NC), 문성현(C등급·키움)입니다. 재수 또는 은퇴 등을 이유로 FA 권리를 행사하지 않은 선수는 김재호(두산), 박경수, 오재일(이상 KT), 서진용(SSG), 진해수(롯데), 이재원, 김강민(이상 한화), 심창민(NC), 최주환, 이용규(이상 키움) 등이죠.

KBO 규약 제173조 'FA 획득의 제한'에 따라 외부 FA 영입은 한 구단당 최대 2명까지 가능한데요. 공시 이튿날인 6일부터는 모든 구단이 FA와 교섭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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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SSG 랜더스 공식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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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최대어는 누구?…이례적 '예고' 주인공 최정, 2025 FA 1호 계약 맺나


이번 'FA 최대어'는 단연 최정(SSG 랜더스)입니다.

홈런 관련 기록은 최정에게서 찾으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2007년부터 28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은 물론 2016년부터 해마다 시즌 20홈런 고지에 올랐는데요. 특히 4월 24일 사직 롯데 자이언츠전 5회 초 때린 솔로 홈런으론 이승엽 두산 베어스 감독이 현역 시절 보유했던 KBO리그 개인 통산 최다 홈런 기록(467홈런)까지 넘어섰습니다. 현재 KBO리그 통산 홈런 1위(495개)를 내달리고 있죠.

최정은 SSG의 프랜차이즈 스타입니다. 2005 KBO 신인드래프트 1타 지명으로 SSG의 전신 SK 와이번스에 입단해 20시즌 간 원클럽맨으로 활약했죠. 2014시즌 종료 후 처음으로 FA 자격을 취득해 4년 최대 86억 원에 잔류했고, 2018시즌이 끝나고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어 6년 최대 106억 원에 남았죠. 야구 팬들이 SSG를 '최정 랜더스'로도 부릅니다.

최정은 올해에도 타율 0.291(468타수 136안타) 37홈런 10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78을 기록하며 최정상급 타자로 군림했습니다. 그의 거취에 군침을 흘린 곳도 적지 않은데요. 특히 이번에 세 번째 FA가 된 최정은 C등급으로 분류돼 타 구단 이적 시 보장선수 없이 보상금만 발생하면서 '메리트'까지 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당연히 SSG도 그와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이번 시즌 초반부터 준비에 나섰습니다. 꾸준히 최정 측과 교류하며 거리를 좁혔고, 최정도 SSG 잔류를 최우선으로 고려했죠.

SSG는 최정이 원하는 몸값에 발맞춰 시장 상황을 살피며 자금을 확보했고, 9월 중순께 에이전트와 '공식적인' 첫 만남을 가졌습니다. 일찌감치 4년에 100억 원 규모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는데요. 다만 정규 시즌에 포스트시즌까지 끝난 뒤에도 최종 도장을 찍진 못했습니다.

구단에 따르면 최정 측이 FA 계약을 원했다고 합니다. SSG는 4일 공식 입장을 내고 "오늘 최정 측과 만나 대화를 나눈 결과를 안내해드린다. 선수 측과 긍정적으로 얘기를 나눴다. 선수 쪽에서 FA 계약 방식으로 진행하기를 원했다. FA 시장이 열리는 6일 수요일 계약 후 발표할 예정"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죠.

업계에서는 구단의 이번 공지가 사실상 '계약 예고'라는 게 중론입니다. 야구 팬들 사이에선 콘서트 예매 용어인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 '이결좌'(이미 결제된 좌석)에 빗대 '이선최'(이미 선택된 최정), '이결선'(이미 결제된 선수)라는 말도 나오는데요. FA 시장이 열리기도 전부터 선수를 '찜'해놓는 게 흔한 일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비FA 다년 계약은 계약금이 없습니다. 반면 FA로 도장을 찍으면 계약금을 따로 받을 수 있어 수십억 원 '목돈'을 한 번에 만질 수 있죠. 비FA 다년 계약도 첫 해 거액을 책정하면 일종의 계약금이 될 수 있지만, 이를 2월부터 11월까지 나눠서 받아야 합니다.

최정이 거머쥘 상징성도 있습니다. 최정이 총액 100억 원대 계약을 하면 FA 개인 통산 누적 액수는 292억 원을 웃돌게 됩니다. 두산 양의지가 두 번의 FA 계약으로 작성한 현재 최고 총액 기록인 277억 원(2019년 NC 다이노스와 4년 총액 125억 원·지난해 두산과 6년 152억 원)을 갈아치울 전망이죠.

총액이 108억 원을 넘어가면 사상 최초로 'FA 300억 원' 시대를 열게 됩니다.

구단의 연봉 총액(샐러리캡)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비FA 다년 계약으로 1년 차에 고액을 지급하면 샐러리캡에 여유가 없어집니다. 반면 계약금은 계약 기간으로 나뉘어 샐러리캡에 반영되죠.

구단의 외부 FA 영입 쪽에서도 FA 계약이 낫습니다. 비FA 다년 계약을 맺으면 외부 FA 영입 시 보호선수 명단 한 자리에 최정을 넣어야 하지만, FA 계약을 하면 자동으로 보호선수로 묶입니다.

SSG가 최정과 FA 계약을 하기로 했다면 왜 굳이 '계약 예고'를 한 거냐는 질문도 나올 수 있겠습니다. 이는 팬들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되는데요. 만약 5일 발표된 FA 승인 선수 명단에 최정이 이름을 올렸는데, SSG가 별다른 액션을 취하지 않는다면 팬들은 다른 팀이 좋은 조건으로 최정을 데려갈 수 있겠다는 우려가 들겠죠. 실로 SSG 팬들 사이에선 "말도 없이 FA 나왔다면 문학 SSG랜더스필드는 이미 사라졌을 것(?)"이라는 다소 험악한 안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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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허경민(왼쪽부터), kt 위즈 엄상백, SSG 랜더스 노경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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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 격전지는 '투수'…불펜 보강으로 다음 시즌 '정조준'


FA 아닌 FA(?) 최정을 제외하고도 구단들의 눈치 싸움은 치열합니다. 대다수 구단이 구매자의 입장이기 때문인데요. KBO 이사회는 7월 샐러리캡 상한액을 20% 늘리기로 했습니다. 투자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돈을 쓸 수 있다는 거죠.

FA의 격전지는 투수가 될 전망입니다. 올해 정규시즌 대다수 구단은 불펜 안정화에 실패한 바 있습니다. 각각 한국시리즈 우승과 준우승을 차지한 KIA와 삼성의 희비를 가른 것도 불펜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왔는데요. 실로 한국시리즈 5경기에서 두 팀은 모두 20이닝 이상을 불펜 투수에 맡겼는데, 평균자책점은 1점대와 5점대로 크게 갈렸습니다. 불펜 능력이 가른 시리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투수의 역할 분담이 분명해지면서, 통합우승을 차지한 KIA를 제외하면 대다수 구단이 불펜 보강이라는 과제를 떠안고 있습니다. 이때 FA 시장에 대거 등장한 불펜 투수들에 구단들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불펜 전력이 우승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만큼 적극적인 영입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KIA 우승을 이끈 장현식부터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을 던지는 베테랑 김강률,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정상급 기량을 자랑하는 노경은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롯데 핵심 불펜인 김원중과 구승민도 FA로 나서고요. 국가대표 마무리 투수까지 경험했던 이용찬도 FA로 등장했죠.

엄상백과 최원태도 탐나는 매물입니다. 엄상백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13승 10패, 평균자책점 4.88, 최원태는 9승 7패, 평균자책점 4.26을 올렸습니다.

서건창은 FA 4수에 성공했습니다. 2021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처음 얻었지만, 성적 부진에 재수를 택했는데요. 올 시즌을 앞두고 LG에서 방출된 후 KIA에서 재기했고, 통합우승 멤버로 거듭났죠. 올 시즌 서건창은 94경기 타율 0.310(203타수 63안타) 출루율 0.416 장타율 0.404 OPS(출루율+장타율) 0.820을 기록했습니다.

두산 내야수 허경민에도 시선이 쏠립니다. 허경민은 2020시즌 종료 후 두산과 4+3년 총액 85억 원에 사인했는데요. 4년 동안 65억 원을 수령했습니다. 이후 선수 옵션에 따라 3년 잔류 시 20억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죠.

그러나 허경민은 FA 시장에서 몸값을 평가받기로 했습니다. 뛰어난 수비 능력은 물론 성실함까지 갖춰 3년 20억 원 이상의 계약을 따낼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최정처럼 원소속 팀과 아름다운 동행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선수도 있지만, '쩐의 전쟁'에서 확실한 건 없습니다. 일부 구단이 파격적인 투자에 나선다면 분위기는 뒤집힐 수도 있죠. 주력 선수를 놓친 구단이 다른 팀 선수에게 웃돈을 주고 영입하며 같은 포지션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이번 스토브리그를 끝까지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투데이/장유진 기자 (yxxj@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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