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에 파병된 것으로 추정되는 북한군 장병들의 모습.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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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러시아 쿠르스크에 배치된 북한군 병력을 1만명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달 31일 8000명으로 평가(미정부 추산)된 북한군 규모가 한층 늘었다.
이날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이 지난주 8000명의 북한군이 쿠르스크로 갔다고 했는데, 지금은 1만명에 달하는 북한군이 쿠르스크로 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밀러 대변인은 북한군이 이미 교전에 들어갔느냐는 질문에 “이미 전투를 하고 있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면서도 “(전투에 들어갔는지)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이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저녁 연설에서 쿠르스크에 주둔 중인 북한군 병력 규모를 1만1000명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보당국은 북한군이 이미 교전에 들어갔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CCD)의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텔레그램을 통해 “북한군이 쿠르스크에서 이미 공격을 받았다”고 했다. 다만 코발렌코 센터장은 교전에 들어간 북한군 규모와 사상자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 엑사일노바가 교전에서 중상을 입은 북한군이라며 올린 영상. 텔레그램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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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전에 투입된 북한군 규모와 첫 교전 여부 및 전투 임무 등에 관심이 쏠리면서 허위정보도 난무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친우크라이나 텔레그램 채널 ‘엑사일노바’(ExileNova)는 2분 7초 분량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붕대를 감은 남성이 어눌한 말로 “부대원들이 전사했다”고 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하지만 아직 영상의 진위와 출처는 밝혀져 있지 않은 상태다. 북한군 참전의 위험성을 경고하려는 우크라이나 당국도 이 영상을 증거로 활용하고 있지 않다.
지난 3일에도 ‘인텔리전스 프런트’란 이름의 엑스(X) 계정에는 각각 1분과 2분3초 길이의 영상 두 편을 게재했다. 이 영상은 우크라이나전에 파병된 북한군이라는 설명과 함께 러시아 군복을 입은 동양인 남성이 라면을 먹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현지매체인 키이우포스트는 “이 남성은 한국어가 아니라 중국어로 말을 하고 있다”며 “그는 중국인이고 자신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설명하는 것뿐”이라고 지적했다.
친 우크라이나 비영리단체(NGO) 블루-옐로 역시 최근 북한군이 교전에 들어갔고, 북한 인공기가 부착된 군모를 쓴 시신 사진을 확보했다고 주장하지만, 사진을 일반에 공개하지는 않고 있다. 국제시민단체 ‘인폼네이팜’은 지난 3일 텔레그램 채널에 올린 글에서 “여러 공적 인사들이 북한군 첫 사망자라며 가짜들을 갖고 소셜 네트워크를 활보하고 있다”며 “과장된 선전은 도움이 되지 않는 걸 넘어 방해가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허위 정보를 만드는 이들은 이런 짓이 어떤 피해를 끼칠지 알지 못하거나, 진짜 사실이 제시됐을 때 진실을 흐릴 목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러시아 측은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검토 중인 한국 정부를 향해 거듭 경고했다. 안나 옙스티그네예바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 대사는 4일 “서울에 있는 오랜 친구이자 동료인 한국이 미국의 압력으로 독립성을 빠르게 잃어가면서, 한국의 국익이 위협받고 있다”며 “우리는 한국 동료들이 다시 한번 숙고한 뒤 위험한 길을 선택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옙스티그네예바 대사는 또 “한국의 설문조사에서도 국민 대다수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보내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중앙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1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정부의 무기 공급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64%가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이 점령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이 탈환 가능하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쿠르스크에서 활동하는 자원봉사자들을 초대한 자리에서 “우리가 적으로부터 이 영토를 해방하면 여러분의 많은 일이 필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는 쿠르스크 지역에서 (적을) 소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현준 기자 park.hyeon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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