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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7 (금)

"거문오름 아닌 검은오름…잘못된 제주 지명 바로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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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회 '제주 오름 지명 문제점 개선 방안 토론회'

연합뉴스

거문오름으로 표기된 알림판
[연합뉴스 자료사진]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 지명 해석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와 철저한 고증을 통해 잘못된 지명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5일 오후 제주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주 오름 지명 문제점과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박사와 오창명 제주국제대학교 교수 등 연구자들은 이같이 한목소리를 냈다.

김찬수 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 박사는 '비교언어학적 방법에 따른 제주 지명의 새로운 해석' 주제발표에서 "제주도의 지명 해석에서 다양한 오류를 볼 수 있다"며 "이는 제주방언에서 보이는 어휘 내에서 (지명을) 해석하려는 경향이 강한 데서 오는 오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박사는 또 "제주어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육지 관료 혹은 기록자들이 한자를 동원해 표기하는 과정에서 무원칙하게 기록한 측면이 있었고, 오늘날 학자들이 고전의 표기를 무조건 추종하는 태도에서도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예를 들어 '원나라 때 지어진 절이 있는 오름'으로 알려진 원당오름(元堂岳)은 실제로는 원나라와 관계가 없다. 그리고 장군물(將軍-)은 '물이 고인다'는 의미의 북방어 '노르'를 '獐'(노루 장)으로 차자(借字,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씀) 표기하고 이걸 다시 음상에서 유추된 '장수'를 끌어들인 지명"이라며 "장수·장군과 무관하다"고 설명했다.

또 제주어로 된 지명을 표준어식으로 잘못 해석해 동식물 이름이 들어간 지명으로 잘못 알려진 사례를 들기도 했다.

그는 "'노루못'은 연못(물이 고인다는 의미의 북방어 '노르')과 연못이 합쳐진 구조로 노루와 무관하고, '족제비동산'은 작다는 의미의 제주어 '족'과 '낮다'는 의미의 '제비'의 결합 표기로 족제비와 무관하다"며 "지명에 들어 있는 말이 현대 제주어 혹은 표준어와 같다고 보아 해석한 오류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제주 오름 지명 문제점 개선 방안 토론회
[제주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오창명 제주국제대학교 교수는 '제주도 오름 이름, 제대로 쓰고 있는가' 주제의 사례발표를 통해 "현대 지형도에 표기된 제주도 오름 이름은 물론 제주도에서 관리하는 '오름 현황'에 등재된 오름 이름 중 여러 이름이 잘못 알려졌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거문오름과 용암동굴계'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검은오름'을 사례로 들었다.

오 교수는 "이 오름은 19세기부터 '검은오롬 > 검은오름' 또는 '검은이오롬 > 검은이오름'이라고 부르고, 이것을 한자를 빌려 쓸 때 흑악(黑岳) 또는 '거문악'(巨門岳·巨文岳·拒門岳) 등으로 써 왔다"고 설명했다.

또 "일제강점기 당시 조사 기록인 '조선지지자료'(朝鮮地誌資料)와 지형도 등에 '巨文岳'으로 기록된 것을 1959년 지명 조사 당시 소리 나는 대로 '거문오름'으로 지정 고시했고 이어 1960년대부터 1990년대 지형도까지 '거문오름'으로 표기됐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2000년대 초반 '거문오름'을 '검은오름'으로 바꿔 지정 고시하면서 공식 이름은 '검은오름'이 됐지만, 세계자연유산 등록 때 이전 이름으로 등재되면서 현재 세계자연유산 이름과 한자표기는 거문오름(拒文岳)으로 쓰고 있다"며 "재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지금까지 제주도 오름 이름을 조사해 정리한 보고서 등을 보면 제대로 고증을 거치지 않고 쓴 경우가 많다"며 "오름 이름은 철저한 조사와 고증을 거쳐서 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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