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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지옥의 겨루기' 태권도부 고교생은 왜 친구를 차야만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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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또래 겨루기 시합…지면 3~5대씩 매질

"안 맞으려면 친구 때려야 해, 가장 마음 아파"

경찰, 코치 특수폭행·아동복지법 혐의 조사 중

뉴시스

[제주=뉴시스] 지난달 중순께 제주 모 고등학교 태권도부에서 지도자가 학생들을 둔기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은 피해 학생의 멍 든 다리. (사진=독자 제공) 2024.10.31. photo@newsis.com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계속 혼나고 맞고 성적도 잘 나오지 않고……. 새로운 코치가 와도 의욕이 생기지 않을 것 같아요."

제주 모 고교 태권도부 선수이자 집단 둔기 폭행 사건 피해자인 A양이 경찰에 진술한 내용이다. 올해 제주도 대표 선수로 전국 대회에 출전했던 A양은 선수로서의 꿈을 이어가야할지, 포기해야할 지 기로에 처했다.

지난달 31일 뉴시스 단독보도를 통해 알려진 '제주 B고교 태권도부 집단 둔기폭행 사건'과 관련해 당시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는 무차별적인 체벌이 가해졌던 것으로 드러났다.

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폭행은 지난달 14일 월요일부터 시작됐다. 코치 C씨는 오후 훈련동안 학교 체육관에서 1~3학년 선수 9명(남 5명, 여 4명) 모두에게 일대일 겨루기 시합에 나설 것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겨루기에서 패배할 시 몽둥이로 3대씩 때리겠다고 엄포를 놨다.

실제로 C씨는 훈련이 끝날 무렵 화이트 테이프를 칭칭 감은 길이 약 50㎝의 '몽둥이'를 들었다. 겨루기에 진 학생들에게 벽에 손을 대라고 한 후 허벅지 3대를 때렸다.

이날부터 '지옥의 겨루기'가 펼쳐진 것이다. 합숙 생활을 해왔던 또래·선후배 태권도부 학생들은 맞지 않으려면 서로에게 발차기를 해야 했다. 진 학생은 발차기를 견디면서 타격을 입고도 매까지 맞아야 했다.

폭행은 다음 날인 15일과 17일, 18일, 19일에도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실력이 떨어지거나 학년이 낮을수록 패배가 많아졌고, 매질도 잇따랐다. 약한 학생이 더 많이 맞아야 했던 이유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수요일인 16일에 C씨가 체육관에서 축구를 하면서 이날은 겨루기 훈련이 이뤄지지 않았다.

날이 갈수록 가혹한 훈련 방식과 함께 코치에 의한 물리적 체벌이 더해지면서 실력이 부족한 학생들은 신체·정신적 피해가 쌓이기 시작했다.

특히 19일 겨루기 시합에서는 3경기씩 치러졌는데, 각 경기마다 진 학생은 5대씩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한 피해 학생은 3경기 모두 패배하면서 C씨로부터 총 15대를 맞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일 매질을 당한 이 학생의 허벅지 뒤쪽엔 피멍이 자리 잡았다.

C코치가 몽둥이를 들면서까지 훈련을 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피해 학부모 등에 따르면 C코치는 '경기력과 승부욕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러한 체벌식 훈련을 했다고 전해졌다. C코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둔기 폭행 사안에 대해 ”(답변 거부) 아니다. 괜찮다"라고 짧게 답변한 바 있다.

한 피해 학부모는 "자녀에게 가장 힘든 게 무엇이냐고 물은 적 있었다. 매를 맞는 것도 아프지만 친한 친구와 겨루기 시합을 하면서 발로 차야만 하는 점이 가장 마음이 아프다고 들었다"며 "운동하다 멍이 들었다는 말만 듣고 지켜주지 못해 미안했다. 말도 안 되는 훈련 방식이다"고 말했다.

푸른나무재단 학교폭력SOS센터 김석민 팀장은 "승부욕을 기르기 위해서 아이들을 때리고, 이러한 행위가 동기부여에 기여한다는 지도자 생각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피해 학생들이 과연 태권도를 스포츠이고 운동으로 인식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학생부 운동선수들에게 스포츠에 대해 알려주고, 동기부여를 잘 할 수 있고, 어떻게 하면 실력을 올릴 수 있을지에 대한 인성까지도 같이 교육할 수 있는 코치나 감독이 있어야 한다"며 "지도자들 또한 어느 정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아이들을 양성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 팀장은 "군대로 따지면 악폐습이다. 안 좋은 관습이 이어지게 되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 학생이더라도 나중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며 "설령 나중에 (학생들이) 지도자가 됐을 때 '예전에 이 방법이 도움이 됐기 때문에 너희들도 충분히 도움 될 거야'라는 잘못된 인식을 가진 지도자로 대물림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현재 제주동부경찰서에서 조사 중이다. 경찰은 C씨를 특수폭행 및 아동복지법 위반(학대) 혐의로 입건해 자세한 사건 경위를 확인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oyj434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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