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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트럼프 측 ‘쓰레기섬’ 비하한 푸에르토리코, 제3당 ‘독립당’ 후보 이례적 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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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3일(현지시간)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산후안에서 열린 독립당 선거 유세에서 독립당 지사 후보인 후안 달마우 후보가 연설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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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미국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푸에르토리코 지사 선거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독립’과 ‘반식민주의’를 내건 제3당의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어 선거 결과가 주목된다. 과거 스페인 식민지였던 푸에르토리코는 1898년 미국·스페인 전쟁 이후 미국 영토로 편입된 미 자치령으로, 최근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측 찬조 연설자가 “쓰레기 섬”이라고 비하해 거센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푸에르토리코에선 이날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지사와 자치의회 상·하원 의원을 뽑는 선거가 치러진다. 푸에르토리코 지사 선거는 미 대선과 같은 날 진행돼 그간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이번에는 대선 막판 불거진 ‘쓰레기 섬’ 논란과 함께 제3정당인 독립당 후보의 약진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 지사 선거엔 공화당 계열 신진보당의 제니퍼 곤살레스 콜론 후보(48), 민주당 계열 대중민주당의 헤수스 마누엘 오르티스 후보(46), 독립당과 시민승리운동 연합의 후보로 나선 후안 달마우 후보(51)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선 곤살레스 콜론 후보와 달마우 후보 지지율이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푸에르토리코에서 지난 70년간 신진보당과 대중민주당이 번갈아 지사직을 맡으며 정치 권력을 양분해 왔던 것에 비춰 보면, 제3당인 독립당 후보의 돌풍은 이례적이다. 특히 45세 이하 젊은 유권자들이 압도적으로 달마우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분석가인 호르헤 슈미트 니에토 교수는 이를 두고 “이번 선거는 이미 역사적이며, 푸에르토리코 지사 선거는 올해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푸에르토리코 정치는 이곳의 ‘미국 내 지위’와 관련해 어떤 형태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재편돼 왔다.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은 미국법의 적용을 받는 시민권자지만, 미국 선거의 투표권을 갖고 있지는 않다. 명목상 국가 원수는 미국 대통령이나 실질적인 통치는 행정부 수장인 지사가 한다.

공화당 계열의 신진보당은 미국의 51번째주 편입을, 민주당 계열 대중민주당은 자치령이라는 현상 유지를, 독립당은 독립을 지지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미 본토와 섬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미국 시민권자라는 지위 때문에 그간 독립론은 소수 주장에 그쳐왔으나, 달마우 후보가 이변을 일으킨다면 독립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이번 지사 선거와 함께 푸에르토리코 유권자들은 미국 주 편입, 완전한 독립, 연방 형태의 독립 중 어떤 형태를 지지하는지에 대한 주민 투표도 함께 진행하게 된다. 푸에르토리코 지위를 놓고 주민 투표가 시행되는 것은 1967년 이후 이번이 7번째지만, 투표 결과에 구속력은 없다. 투표 결과와 상관없이 푸에르토리코 지위 변경을 위해선 미 연방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017년과 2020년 치러진 주민투표에서 절반 이상이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되는 것에 찬성했다. 컬럼비아대 로스쿨의 폰사 크라우스 교수는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에게 법적 구속력이 없는 투표를 되풀이하도록 하는 것은 사기를 저하시키는 일”이라며 “그들이 투표할 때마다 미국 의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지사 선거가 주민 투표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크라우스 교수는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이 역사적으로 독립을 강하게 지지하지 않은 이유는 미국 시민권을 잃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이번 선거에서 독립당의 약진이 푸에르토리코 주민들의 ‘독립 열망’ 때문이라기보다는 부패하고 무능력한 기존 양당에 대한 심판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명 가수 배드 버니(30)가 달마우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벌인 것이 젊은층 표심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배드 버니는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2020~2022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들은 아티스트 1위’로 선정된 슈퍼스타로, 트럼프 후보 측에서 ‘쓰레기 섬’ 발언이 나오자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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