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진 기자(hjkim@pressian.com)]
미국 대선을 이틀 앞두고도 경합주에서 혼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지 최근 마음을 정한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좀 더 쏠려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제시됐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바지 유세에서 과격한 언사를 쏟아내며 박빙 상황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뉴욕타임스와 미 시에나대가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2일까지 7곳 경합주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공동 여론조사해 3일(이하 현지시각) 발표한 결과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이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 조지아 4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근소하게 앞섰다.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네바다에선 49%로 트럼프 전 대통령(46%)에 3%포인트(p) 앞섰고, 노스캐롤라이나에선 지지율 48%로 2%포인트, 위스콘신에선 지지율 49%로 2%포인트, 조지아에선 지지율 48%로 1%포인트 앞섰다.
펜실베이니아(48%)와 미시간(47%)에선 두 후보가 동률을 이뤘고 애리조나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지율 49%를 얻어 해리스 부통령(45%)에 4%포인트 앞섰다. 다만 이 조사의 주별 오차범위는 ±3.5%포인트로 이를 통해 해리스 부통령이 경합주에서 우세하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 조사는 애리조나 1025명, 조지아 1004명, 미시간 998명, 네바다 1010명, 노스캐롤라이나 1010명, 펜실베이니아 1527명, 위스콘신 1305명을 포함해 7곳 주 7879명의 투표할 의향이 있는 유권자를 대상으로 수행됐다.
<워싱턴포스트>(WP)가 종합한 3일 기준 7곳 경합주 여론조사 평균에서도 해리스 부통령이 네바다, 위스콘신,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4곳에서 1%포인트 미만~2%포인트 우세했지만 오차범위(3.5%포인트) 내로 우위를 확신하기 어려웠다.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3곳에서 1%포인트 미만~2%포인트 앞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도 오차범위 안쪽이다.
여론조사분석업체 파이브서티에이트(538)가 종합한 전국 여론조사 평균을 보면 3일 기준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이 47.9%,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47%로 선거일이 다가오며 격차가 더 줄어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업체 종합 평균에서도 경합주 7곳 중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리조나,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5곳에서 0.2%포인트~2.6%포인트 앞섰고 해리스 부통령은 미시간과 위스콘신에서 각 0.8%포인트 앞서며 격전이 이어졌다.
다만 <뉴욕타임스>는 3일 발표한 경합주 조사에서 "최근 며칠 사이" 지지 후보를 결정한 유권자의 경우 58%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고 42%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부동층이 막판에 해리스 부통령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신문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 연설자에 의한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으로 표현한 발언으로 라틴계 유권자들이 분노하는 등의 사건이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해석했다.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강세 지역인 아이오와주에서 유권자들이 해리스 부통령 쪽으로 돌아섰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아이오와 지역 매체 디모인레지스터와 미디어콤이 지난달 28~31일 투표 의향이 있는 아이오와 유권자 808명을 공동 조사해 2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이 지지율 47%를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44%)보다 오차범위(±3.4%포인트) 내에서 3%포인트 앞섰다. 지난 9월 수행된 같은 기관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의 지지율로 해리스 부통령(43%)을 누른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디모인레지스터>는 고령층 및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닌 여성 유권자들이 해리스 부통령 쪽에 쏠리며 결과가 뒤바뀌었다고 분석했다. 매체는 65살 이상 고령층 여성의 63%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고 28%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설명했다. 같은 연령대 남성의 47%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하고 45%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이오와는 지난 두 차례 대선에서 연속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승자로 선택했다.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닌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해리스 부통령(46%)이 트럼프 전 대통령(39%)에 비해 우위를 보였는데, 특히 이 집단 여성의 지지율이 요동쳤다. 같은 기관 9월 조사에서 40%였던 해리스 부통령에 대한 특정 정당 소속이 아닌 여성 유권자 지지는 이번 조사에서 57%로 뛰었다.
같은 기간 해당 집단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는 35%에서 29%로 하락했다. 전반적으로 여성 유권자의 56%가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고 36%만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으며 남성 유권자의 52%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38%만이 해리스 부통령을 지지했다. 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3.4%포인트다.
다만 아이오와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9.4%포인트 차, 2020년엔 8.2%포인트 차로 승리한 데다 이 조사 결과는 같은 날 발표된 다른 여론조사와 상반돼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 에머슨대가 투표 의향이 있는 아이오와 유권자 800명을 대상으로 이달 1~2일 조사해 2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53%로 해리스 부통령(43%)에 비해 크게 앞섰다. 이 조사에선 여성 유권자(51%)와 남성 유권자(56%)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을 더 지지했다. 파이브서티에이트 자료를 보면 최근 두 달간 아이오와를 대상으로 한 주요 여론조사 대부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더 높았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트럼프 선거캠프 고문인 제이슨 밀러는 디모인레지스터 조사가 "매 (선거) 주기마다 있는 어리석은 여론조사"라고 일축했다.
선거일이 임박했음에도 접전 상황이 풀리지 않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은 더욱 과격해졌다. <AP> 통신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3일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자신을 둘러싼 저격 방지용 방탄 유리에 대해 불평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나를 (총으로) 맞히려면 (연단 앞에서 취재 중인) 가짜뉴스(기자)를 거쳐 가도록 쏴야 할 것이다. 난 그걸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취재진이 총에 맞아도 상관 없다는 의미로 해석됐는데 이후 트럼프 캠프 대변인 스티븐 청은 해당 발언은 "언론이 해를 입는 것과 무관계"하며 기자들이 "큰 위험"에 처해 있어 이들에게도 "유리 보호막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패배 뒤 백악관을 "떠나지 말았어야 한다"며 선거 사기 주장을 반복하기도 했다.
<AP>는 캠프 내 역학에 정통한 한 공화당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판까지 박빙인 상황에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해리스 부통령이 자격이 없는 상대라고 생각해 왜 자신이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에서 지나치게 남성적 수사와 이미지를 많이 사용하며 젊은 남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들은 가장 투표율이 낮은 집단이며 이러한 방식이 투표율이 높은 여성들을 소외시킬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 인구조사국 발표에 따르면 2020년 대선에서 18~24살 남성들은 전 연령·성별 집단 중 가장 투표율이 낮았다. 당시 전체 투표율은 66.8%였지만 이 집단 투표율은 49%에 그쳤다. 여성 투표율은 68.4%로 전체 투표율보다 높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막바지에 투표율이 높은 여성 집단에 집중하고 있다고 짚었다. 신문은 해리스 캠프 전략가들이 임신중지권과 여성의 몸에 대한 자유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여성들을 투표장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트럼프 전 대통령 쪽이 남성들에 구애하는 것보다 효과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해리스 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 전 대통령의 배우자 미셸 오바마와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 저명한 여성들과 함께 선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짚었다.
지난달 30일~이달 2일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돼 3일 공개된 미 NBC 방송 여론조사에 따르면 여성 유권자 사이에서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57%)은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41%)을 크게 앞서고 있다. 반면 남성 지지율은 트럼프 전 대통령(58%)이 해리스 부통령(40%)을 크게 앞선다. 전체 지지율은 49% 동률로 나타났다. 이 조사의 오차범위는 ±3.1%포인트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해리스 부통령(53%)이 임신중지권 문제를 트럼프 전 대통령(33%)보다 잘 다룰 것으로 봤고 이민과 국경 통제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55%)이 해리스 부통령(30%)보다 잘 다룰 것으로 봤다. 이 밖에 해리스 부통령은 통합(44%), 중산층 관련 사안(51%) 등에서 강점을 보였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과 생활비(52%), 경제(51%) 등에서 강점을 보였다.
▲3일(현지시간) 미국 미시간주 이스트랜싱 유세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무대를 향해 걷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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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지아주 메이컨 유세에서 연설 뒤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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