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금투세 폐지 결단···"1500만 투자자 입장 고려 않을 수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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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04. kkssmm99@newsis.com /사진=고승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장고 끝에 내년 시행을 앞뒀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또 현재 증시 부진의 원인이 정부·여당에 있음을 지적하고 민주당은 향후 증시 선진화를 위해 이사회의 주주에 대한 충실 의무 등을 담은 상법 개정을 추진한다고도 밝혔다.

이 대표는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원칙과 가치에 따르면 고통이 수반되더라도 (금투세를) 강행하는게 맞겠지만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고 여기에 투자하고 주식시장에 기대고 있는 1500만 주식투자자들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아쉽지만 정부·여당이 밀어붙이는 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참 고민이 많았다"는 말로 말문을 떼며 "소득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기본 원리는 당연하다. 더군다나 근로소득도 열심히 땀 흘려 번 소득에 대해서도 과세하는데 자본소득에 대해 과세하지 않는 건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투세는 (주식)거래세를 폐지하는 대신에 대체해서 도입한 제도다. 그런 점에서 시행하는게 맞다"며 "그리고 이것 때문에 주가가 떨어진다기보다 주가하락의 주 원인은 정부 정책에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국내 증시가 선진 증시 대비 부진한 이유에 대한 진단도 내놨다.

이 대표는 "지금 증시 위기를 들여다보면 4가지 정도가 원인이다. 다 정부·여당 때문"이라며 "첫째로 주가 조작이 만연하다. 수 십 년간 저도 주식투자했지만 주식시장에서 시세 조종, 통정 매매, 허위 공시 작전 이런 게 너무 횡행하다. 이런 시장에 누가 투자하겠나. 게다가 대통령 부인께서 주가조작으로 수 십억을 벌었다고 하는데 처벌하지 않고 죄가 안 된다 했으니 전 국민과 전세계에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힘만 세면 주가 조작을 해도 처벌 안 받는다고, 매우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시장이라고 광고한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4.1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이어 "둘째로 우리 증시는 교과서에서 말하는 우량주 장기투자도 매우 어렵게 됐다"며 "우량주라 믿고 장기투자했더니 대주주가 지배권을 남용해 물적분할이니, 전환사채니 발행해 알맹이를 쏙 빼먹는다. 우량주가 순식간에 불량주가 되는데 어떻게 투자하나"고 했다.

또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전력 문제가 심각한데 아무런 대책이 없다. 이런 식으로 대한민국 경제산업 정책이 완전히 실종됐다"며 "즉 경제산업 미래가 불확실하다. 이런 나라와 기업들에 뭘 믿고 투자하겠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주식인데 대한민국 주식은 다른 나라 주식보다 할인(평가)된다"며 "분단국가이고 군사적 긴장이 있기 때문이다. 소위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코리아 리스크라는게 일상이다. 지금 정부가 스스로 나서서 전쟁 위기를 조장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점점 심화시키는 것이다. 주가가 떨어지는 게 당연하지 않나"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는 당내에서 금투세 시행 유예안을 검토했음에도 불구하고 폐지에 힘을 실은 이유도 설명했다.

이 대표는 "당연히 원칙을 따지면 (금투세 제도) 개선 후 시행이 맞다"며 "면세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올리거나 이연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 등을 고민했었다. 다만 그것으로는 도저히 대한민국 증시가 가진 구조적 위험성, 구조적 취약성을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했다.

이어 "(금투세를) 유애하거나 개선해 시행하겠다고 하면 끊임없이 정쟁의 대상이 될 것 같았다"며 "아쉽지만 주식시장 구조적 어려움을 개선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정부여당의 정책에 동의한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11.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이 대표는 향후 이사회의 충실 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등의 내용을 담아 상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대표는 "민주당은 증시 정상화를 위해 상법 개정을 포함, 증시 선진화 정책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자본조달 시장으로서의 주식시장이 제자리를 잡을 수 있게 투명하고 공정한 시장으로 변화시켜 대주주가 횡포를 부릴 수 없게 할 것"이라고 했다.

또 "산업 경제정책을 충실히 준비해 대한민국 기업들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제고되도록 할 것"이라며 "한반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데 반대로 가는 정부 정책이 실망스럽다. 야당 역할이 충분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좀 더 노력하겠다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아울러 "원칙과 가치 저버렸다고 하는 진보진영 비판을 아프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증시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을 앞으로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오문영 기자 omy072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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