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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 (월)

尹 입만 바라보는데... 대응커녕 시정연설마저 포기한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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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 불참
국회 개원식에 이어 '불통' 이미지 키워
서둘러야 할 대국민 소통 이달 말 예상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정부 예산안에 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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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공천개입을 비롯한 온갖 의혹에 입을 닫았다.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와의 통화내용이 공개돼 여권의 위기감이 증폭되는데도 섣불리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4일 국회에서 열리는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는 현직 대통령으로는 2013년 이후 11년 만에 불참한다. 지지율이 추락하고 '불통' 논란이 가중되는데도 아랑곳없다.

윤 대통령은 외교 일정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심 선고 이후인 이달 하순쯤 국민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할 전망이다. 예상대로라면 타이밍이 늦어도 한참 늦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4일 “시정연설에 총리가 대신 가기로 한 결정이 변동될 거 같진 않다”고 말했다.

대통령 관례인 국회 연설 두 번째 불참... 불통 이미지 우려


윤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2년 야당의 보이콧에도 불구하고 시정연설에 나섰다. 지난해는 이 대표를 비롯한 야당 지도부와 따로 자리를 마련하는 성의를 보였다. 올해는 야당이 김건희 여사에 대한 공세수위를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윤 대통령 탄핵과 하야를 외치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러자 불참이라는 초강수를 뒀다. 윤 대통령은 앞서 9월 22대 국회 개원식에도 가지 않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정부에서 없던 일이다.

민주당은 “취임식 날 대통령의 임무를 다하겠노라 선언했던 윤 대통령은 하고 싶은 일만 골라 하려는 것이냐"면서 "끝내 시정연설마저 포기하나 보다"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의견이 엇갈렸다. 한동훈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 직접 나와야 한다”는 뜻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추경호 원내대표가 이날 "민주당이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거리로 나서는 분위기에서 차분한 시정연설이 되겠느냐. 정쟁의 한 장면을 연출할 가능성이 크다"며 윤 대통령을 엄호해 당 지도부 간 충돌 모습을 보였다. 당 관계자는 “녹취록 공개 전부터 불참 계획은 조율돼 온 것으로 알고 있지만, 현재 의혹을 돌파하기 위해서라도 참석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이유야 어쨌든 시정연설 불참은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를 굳히는 악재다. '소통 부족'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주원인으로 꼽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다하기보단 ‘듣기 싫은 얘기는 안 듣겠다’ ‘반대 목소리와 마주치지 않는다’는 의사로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입장 표명 늦어지면 민심 돌리기엔 역부족 평가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야당만 외면하는 건 아니다. 여론도 등한시하고 있다. 대통령 취임 전날인 2022년 5월 9일 명씨와의 통화 녹취가 공개돼 발칵 뒤집혔지만 적절한 대응이 없다. “당시 윤 당선인과 명태균씨가 통화한 내용은 특별히 기억에 남을 정도로 중요한 내용이 아니었고, 명씨가 김영선 후보 공천을 계속 이야기하니까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대통령실이 밝힌 게 전부다. 녹취 음성을 짜깁기했다며 의혹을 제기하지만 야당의 공세를 막거나 민심을 돌리기엔 역부족이다.

결국 국민 앞에서 자초지종을 속히 밝혀야 할 텐데 미적대고 있다. 늑장대응은 역효과를 자초할 뿐이다. 현재 기자회견, 국민과의 대화, 타운홀 미팅 등의 형식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 대선과 윤 대통령의 외교 스케줄 등을 감안하면 11월 말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 안팎의 설명이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실이 각종 의혹에 대응하지 않았던 게 자신감 때문일 거라 믿어온 지지자들조차 ‘실상은 참모들도 전모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던 것이냐'는 배신감을 토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김소희 기자 kims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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