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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노래와 세상]세렝게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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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조용필이 스무 장째 정규앨범(사진)을 냈다. 조용필은 기자간담회에서 “내 나이 70 넘어서 신곡을 발표한다는 것이 어려웠지만, 정말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를 가까이에서 지켜본 사람이라면 그 작업의 무게감을 안다. 그때마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이 떠오른다. 조용필은 표범 그 자체다.

이 노래는 김희갑과 양인자 부부의 작품이다. 두 사람을 이어준 게 조용필이었다. 조용필은 노래 작업을 위해 만났을 때 두 사람 사이의 기류를 읽고 먼저 일어나곤 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노랫말은 양인자가 미리 써놓은 신춘문예 당선 소감이었다. 양인자는 부산에서 유명한 문학소녀였다.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했을 때 신춘문예 정도는 너끈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은사였던 소설가 김동리도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는 제자를 안타까워했다. 양인자는 방송작가 김수현과 월간 ‘여학생’ 기자를 같이했던 인연으로 방송작가가 된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E 헤밍웨이의 ‘킬리만자로의 눈’에 일정 부분 기대고 있다. 헤밍웨이는 ‘킬리만자로의 정상 부근에 얼어 죽은 표범의 시체가 있다. 그 높은 곳에서 표범은 무엇을 찾고 있었는지 아무도 설명해 주지 않는다’로 소설의 서두를 시작했다. 풍부한 서사를 갖춘 이 노래는 무려 5분27초짜리 대곡이다. 노래가 길면 히트하기 어렵다면서 제작자가 반대했지만 조용필이 밀어붙였다. 훗날 조용필은 김희갑·양인자 부부와 20분짜리 대곡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가를’도 발표했다.

조용필은 새 앨범에 선보인 ‘세렝게티처럼’에서 노래한다. “늘 같은 생각에 갇혀선 안 되지/ 그럴 땐 힘차게 일어서/ 낯익은 거리를 처음인 것처럼/ 새로운 눈으로 돌아봐”라고.

오광수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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