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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금)

'빛의 축제' 폭죽에 '가스실' 된 인도… 대기오염 위험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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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죽 2톤 압수 조치에도 미세먼지 농도 13%↑
대기 중 독성 스모그 쌓이면서 호흡기 위험
한국일보

인도 힌두교 최대 축제 디왈리 둘째 날인 지난 1일 뉴델리에서 한 남성이 마스크를 쓴 채 달리기를 하고 있다. 뉴델리=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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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축제’로 유명한 인도 힌두교 축제 디왈리가 대기 오염 주범으로 지목됐다. 현지 최대 기념일을 맞아 곳곳에서 터진 불꽃놀이 폭죽이 대기 중에 정체되면서 인도 주요 도시가 숨쉬기 어려운 ‘가스실’로 바뀌었다는 호소가 나온다.

3일 인도 이코노믹타임스 등에 따르면 힌두교 최대 축제 디왈리(지난달 31일~이달 1일) 이후 인도 전역이 심각한 대기 오염으로 신음하고 있다. 이날 수도 뉴델리 아난드 비하르 지역의 ‘인도 공기질지수(AQI)’는 532까지 치솟았고 뉴델리 평균도 447로 급증했다.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州)와 라자스탄주 등도 400을 넘어섰다. 인도 AQI 지수에서 201~300은 ‘나쁨’, 301~400은 ‘매우 나쁨’, 401 이상은 ‘위험’으로 분류된다.

가장 큰 요인은 디왈리 축제 기간 진행된 불꽃놀이다. 디왈리는 빛이 어둠을 이긴 것을 기념하는 축제다. 힌두교도들은 이 시기에 더 많은 빛을 밝히면 더 큰 행운이 찾아온다고 믿는다. 인도 인구 14억 명 가운데 80%를 차지하는 힌두교 신자들은 이날 화려한 폭죽을 쏘아 올리며 디왈리를 기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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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힌두교 최대 축제 디왈리 첫째 날인 지난달 31일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하이데라바드에서 한 남성이 불꽃놀이를 하고 있다. 하이데라바드=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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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현지에 바람이 많이 불지 않아 공기가 정체된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크고 작은 폭죽이 터지면서 대기 중 독성 스모그가 잔뜩 쌓이게 된 것이다. 인도에서는 몇 년 전부터 이로 인한 건강 악화가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아룬 쿠마르 샤르마 뉴델리의대 교수는 “폭죽 연기에는 유황, 납, 일산화탄소 등이 포함돼 있어 호흡기에 위험하다”고 AP통신에 설명했다.

인도 정부는 몇 해 전부터 디왈리 기간 폭죽 사용을 금지했다. 올해도 뉴델리 경찰이 축제를 앞두고 폭죽 약 2톤을 압수하는 등 단속을 강화했다. 그러나 수도를 조금만 벗어나도 재료를 쉽게 구할 수 있다 보니 올해도 수많은 폭죽이 터졌다. 힌두스탄타임스는 “올해 디왈리 기간 폭죽 사용이 늘면서 뉴델리 지역 미세먼지(PM2.5) 최고 농도 수치가 전년 대비 13% 급증했다”고 전했다.

당분간 상황은 더 악화할 조짐이다. 인도 전역의 농부들은 11월 초 추수가 끝난 뒤 논밭의 잔여물을 마구 태우면서 엄청난 재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도 정부는 이를 금지하며 단속하지만, 농작물 쓰레기 처리 비용이 없는 농부들은 소각을 계속하고 있다.

인도는 방글라데시 네팔 파키스탄 등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대기 오염이 심한 국가 상위권에 포함된다. 매년 100만 명 이상이 대기 오염 관련 질환으로 사망한다. 연간 탄소 배출량도 28억 톤에 달해 중국(114억 톤·2022년 기준), 미국(50억 톤)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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