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러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인터뷰서 밝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국 탓’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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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의 러시아 파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복잡해지는 가운데, 러시아가 미국이 계속 전쟁에 관여하면 3차 세계대전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레드라인’으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과 러시아 깊숙이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 사용 허용을 언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2일(현지시간) 러시아 매체 RT 인터뷰에서 “미국의 차기 지도자가 러시아·우크라이나 분쟁에 계속 기름을 끼얹는다면 이는 지옥으로 가는 길이 될 것이기 때문에 매우 나쁜 선택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는 정말 제3차 세계대전으로 가는 길을 열 것”이라면서,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미 부통령이 이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메드베데프 부의장은 ‘레드라인’으로 우크라이나가 미국 주도의 나토에 가입하는 것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깊은 곳을 타격할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을 거론했다. 그는 “서방 국가들, 특히 미국이 러시아와 안보 협정을 맺을 수 있는 충분한 유연성을 가지고 있었다면 (우크라이나에서) ‘특별 군사 작전’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분쟁 같은 위기를 여러 곳에서 만드는 것이 미국이 세계를 지배하는 방식”이라면서 “그들은 더 많은 위기를 만들수록 미국에 좋다고 생각하고, 무기, 물자, 방위 산업에 자본을 투자해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미 대선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러시아의 요구 상황을 강조하면서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전쟁의 책임을 미국으로 돌린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장거리 무기 사용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하자 핵무기 사용 조건을 다루는 교리(독트린) 변경을 추진하며 서방에 핵 경고 메시지를 던진 바 있다.
북한군 파병으로 북한과 더 밀착하는 러시아는 한반도 정세 악화 책임도 미국으로 돌렸다. 앞서 지난 1일 모스크바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간의 전략대화에서 양측은 “조선반도(한반도)와 동북아시아 그리고 기타 지역들에서 정세격화의 주요 원인은 미국과 그 추종국가들의 도발행위에 있다는 데 공동인식이 표명”됐다고 발표했다. 북한군 파병의 원인도 미국을 포함한 외부 변수로 떠넘긴 셈이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서방을 향해 북한군이 전장에 도착하기 전에 선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일 심야에 텔레그램에 올린 글에서 “미국이나 영국, 독일 모두 북한군이 우크라이나를 공격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북한군이 훈련 중인 캠프에 대한 선제 타격 가능성을 거론하며 “북한군의 위치를 알고 있다. 그러나 목표물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서방산 장거리 무기 사용에 대한 동맹국의 허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DIU)은 이날 “10월 마지막주 현재 침략국 러시아가 북한 육군 병사 7000명 이상을 러시아 해안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인근 지역으로 배치했다”며 북한군이 60㎜ 박격포와 피닉스 대전차유도미사일(ATGM), 야간투시경 등으로 무장했다고 주장했다.
북한군 파병으로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추가 지원을 요청하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전쟁 관여를 중단해야 한다는 러시아 주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전쟁은 더 복잡한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최악의 경우 유럽의 전쟁이 글로벌 분쟁으로 확대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2일 온라인판 사설에서 북한의 전투 병력 파견을 “위험한 상황 악화”라고 평가하면서 “최악의 경우 유럽전쟁을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아우르는 글로벌 분쟁으로 키울 수 있다는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파병은 “5일 미국 대선에 많은 것이 걸려 있다는 것을 상기시킨다”며 “미국과 아시아 및 유럽의 동맹국들은 대응을 조율해야 한다”고 했다.
박은경 기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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