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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 (토)

"만원에 스테이크 라면도?"…'바가지' 없애자 '구름 인파' 몰렸다[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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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구미라면축제, 첫날에도 손님들 '북적'

바가지 없는 행사 호평…"1년 기다려서 왔어요"

구도심에 젊은 층 유입 이어져 상인들도 '방긋'

"축제로 매출 2배 껑충"

김장호 구미시장 "국제적인 축제 발전시킬 것"

[구미(경북)=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라면 축제 오려고 부산에서 여자친구와 연차 내고 왔어요. 작년 행사에 못 가서 1년을 기다렸습니다. 이번엔 ‘우삼겹 미고랭라면’, ‘야채곱창라면’ 시켜봤는데요. 지금까지 도합 여섯 그릇째입니다. 갈 땐 ‘갓 튀긴 라면’ 차에서 부숴 먹을 겁니다.”

고소하고 매콤한 라면 냄새가 코끝을 간지럽힌다. 부스마다 다양한 라면을 주문하는 사람들로 북새통이다. 거리를 걷는 것만으로도 입안에 군침이 절로 샘솟는다. 낙후된 구미역 구도심 거리에 모처럼 20·30 젊은층이 가득하다. 바로 ‘2024 구미라면축제’의 모습이다. 이곳에서 만난 직장인 이기혁(가명) 씨는 “1년을 기다려왔던 보람이 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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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축제에서 야채곱창라면 등을 주문한 손님 (사진=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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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 한장에 통오징어 라면을…” 참여형 행사 눈길

구미라면축제가 지난 1일 구미역 일대에서 개막했다. 구미라면축제는 구미시와 농심(004370)이 협업한 지역 상생 축제다. 2022년 첫 행사 이후 올해 3회째다. 이번 축제는 ‘세상에서 가장 긴 라면 레스토랑’을 주제로 삼아 구미역에서 직선거리로 한솔중고까지 475m 길이로 축제장을 조성했다. 구미 지역 요리사 15명이 만드는 각종 라면을 축제장 곳곳에서 맛볼 수 있다.

1일 오후 찾은 행사장은 개막 첫날임에도 성황을 이루고 있었다. ‘야채곱창라면’ 부스는 밀려드는 손님들의 주문에 눈코 뜰 새가 없었다. 철판에 기름을 둘러 곱창을 볶아내는 소리에 흥겨움이 묻어났다. 이곳 사장은 “예전에 하던 곱창 요리 솜씨를 살려 ‘야채곱창라면’으로 이번 축제에 첫 참여했다”며 “오전에만 벌써 100번째 주문이 넘어갔다”고 환하게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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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 튀긴 라면을 구매하려고 몰린 사람들. (사진=한전진 기자)


근처 대패삼겹살을 이용해 ‘우삼겹소불고기 김치라면’을 선보인 부스도 북새통이었다. 중앙 시장 등에서 대패삼겹살 집을 했다는 사장은 “200그릇 정도 판매를 했다”며 “가격도 싸게 내놓고 맛도 좋다 보니 많이 찾아주신 것 같다”고 했다. 다른 부스들도 ‘칠리타코 라면’, ‘소토시살큐브스테이크라면’, ‘통오징어 해물라면’, ‘육회비빔라면’ 등 다양한 라면 메뉴를 선보였다.

메뉴는 최저 5000원에서 최대 9000원까지 저렴했다. 바가지가 없는 행사라는 점에서 손님들의 큰 호평을 받았다. 친구들과 경기도 광명에서 온 백효진(48·여) 씨는 “지역 행사를 가면 비싼 가격이 기본인데 이곳은 만원 한장이면 여러 메뉴를 먹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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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축제의 라면 시식장 사람들이 몰리면서 자리조차 없을 정도였다. (사진=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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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에도 여러 참여형 행사가 손님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라면공작소 부스에서는 면, 스프, 토핑, 패키징을 자신이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었다. 농심 팝업스토어에서는 SNS 이벤트를 진행해 신라면 툼바 제품을 증정했다. MSG팝업(MUSIC, STORY, GAME)에서는 요리 레시피, 요리 토크 등 프로그램이 이어졌다. 레트로 콘셉트 주점인 ‘뉴-타운 라면 빠’도 자리했다.

행사의 백미는 갓 튀긴 라면을 구매할 수 있는 농심 스토어다. 이곳에선 농심 구미공장이 당일 만든 신라면, 짜파게티 등 갓 튀긴 라면을 구매할 수 있다. 제품 가격은 시중 대형마트 가격보다 저렴하다. 수십여명의 사람들이 늘어서며 진풍경을 연출했다. 사람들의 두 손에는 라면이 담긴 봉지가 들려있었다. 농심에 따르면 갓 튀긴 라면의 첫날 판매량은 7만 9000개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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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라면공작소에서 자신만의 라면을 만들어보고 있다 (사진=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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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것 보다 낫제!” 축제에 주변 상권도 ‘활기’

인근 상인들의 반응도 긍적적이다. 특히 구미역 인근 원평동은 구도심으로 유동 인구가 줄어들며 공실이 높은 곳으로 통한다. 하지만 구미라면축제로 외지 관광객 등 유입효과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구미시에 따르면 2022년 행사 첫해 2만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지난해에는 4배가 넘는 10만명을 기록했다. 특히 이중 약 40%는 타지역 관광객으로 나타났다.

축제장 인근에서 ‘골목커피’를 운영 중인 박홍태 씨는 “평일에는 하루 50여잔 정도 팔리는데 지난해 축제 때는 100잔 이상 2배 이상 더 팔린다”며 “보통 이곳에 사람이 별로 없는데 축제가 열리면 젊은 사람들의 유입이 꽤 일어나는 편”이라고 말했다.

편의점들도 대박이 터졌다. 축제 참여자들이 생수 등 물건을 대거 사가면서다. 축제장 인근 편의점 점주 이모 씨는 “오늘 축제로 평소 대비 주문이 2~3배 이상 많다”며 “라면축제에 따른 효과가 크다”고 전했다.

고령의 상인들도 축제가 반갑다. 당장 직접적인 물품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과거와 같은 활기가 느껴진다는 이유에서다. 중앙시장 인근에서 30년간 세탁소를 운영 중이라는 이종삼 씨는 “축제에서 라면 등을 먹고 시장에서 족발 등 식사를 먹으러 가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아무래도 젊은 사람들이 근처에 늘어나게 되니 축제가 없는 것 보다는 훨씬 낫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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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호 구미시장 (사진=한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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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시는 앞으로 농심과 축제를 더욱 발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축제는 지난 2022년 구미시가 문화체육관광부 ‘산업관광 육성’ 공모에 선정된 것이 그 시작이다. 이후 지역 축제 발굴 과정에서 구미라면축제를 기획했다. 구미시가 ‘갓 튀긴 라면’ 아이디어를 내고 농심에 행사를 제의했다. 농심도 적극적으로 축제 참여에 응하면서 축제 규모는 매해 커졌다. 농심 구미공장은 1990년 지어진 국내 최대 라면생산시설이다. 국내 신라면의 70~80%를 여기서 만든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현재 지방 구도심들이 쇠퇴하고 있는데 축제를 통해 인근 상권을 살리고 관광 콘텐츠를 확대코자 하는 것이 취지”라며 “올해는 지난해 10만명보다 많은 사람들이 축제장을 찾을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올해 역시 일본, 대만, 베트남 등 해외에서 관광객도 오고 있는데 앞으로 국제적인 축제로 발전시켜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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