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응천 "'오빠 대통령 자격 있는 거 맞아?' 국민이 부끄럽다"

[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윤석열 대통령과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육성 통화녹음과 그에 대한 대통령실의 해명에 대해, 조응천 전 국회의원이 문제는 법적인 부분이 아니라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신뢰 상실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었으나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으로 축출됐고, 이후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아 재선 의원을 지냈지만 올해 총선을 앞두고 '친명 헤게모니'를 비판하며 탈당한 인물이다.

조 전 의원은 1일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전날 공개된 녹취 내용에 대해 "대통령보고 (명 씨가) '지 마누라' 어쩌고저쩌고 하고, '이렇게 선생님이 전화를 하시게 하는데 오빠가 대통령 자격이 있는 거 맞아?' 이런 것들이 저는 굉장히 국민을 부끄럽게 만드는 것이다. '내가 이런 사람 뽑았나', '내가 주권자로서 행사한 게 이거란 말이냐', '손가락을 잘라버리고 싶다' 그런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전 의원은 "무도한 정권과 어리석은 정권의 민낯이 드러났을 때 (둘 가운데) 국민은 어리석은 정권에 훨씬 더 분노하고 실망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정농단 때 최서원 씨, (개명 전) 최순실 씨가 밖으로 드러나고, 태블릿PC가 나오고, 연설문을 작성해주고, 옷을 골라주고, 이런 것들이 드러나니까 (민심이) 폭발했다"는 사례를 들며 "그게 뭐냐, '어떻게 저런 사람한테 어드바이스를 받고 의지를 하느냐. 내가 뽑은 사람이 저런 사람이야?'(라는 심리인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는 대통령실이 '취임 전이라 공무원 신분이 아니어서 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니다'라는 등의 취지로 해명한 데 대해 "법적으로는 할 말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탄핵이라는 것, 대통령이 국정을 계속 이끌고 나갈 수 있느냐는 것은 법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 두 개가 결부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적인 것으로는 '아직 당선인 신분이기 때문에…' 그게 맞다"면서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결정을 하려면 '부정부패 행위를 한다', '국익을 해한다', '국가 조직을 이용해 부정 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 조작을 꾀한다'는 등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돼 더 이상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이면 탄핵이(된)다고 헌법재판소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답변한 바 있다"며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지금 상실돼 가는 과정이고, 완전히 상실됐다는 공감대가 이루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추세가 굉장히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11일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의 서면질의에 대한 답변에서 탄핵의 요건에 대해 "'탄핵심판청구가 이유 있는 때'란 공직자의 파면을 정당화할 정도로 중대한 헌법·법률 위반이 있는 경우"라며 "대통령의 파면을 요청할 정도로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법 위반이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서 법치국가원리와 민주국가원리를 구성하는 기본 원칙에 대한 적극적 위반행위"라고 했다.

헌재는 그러면서 "헌법상 부여받은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뇌물수수, 공금의 횡령 등 부정부패행위를 하는 경우 △공익실현의 의무가 있는 대통령으로서 명백하게 국익을 해하는 활동을 하는 경우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여 국회 등 다른 헌법기관의 권한을 침해하는 경우 △국가조직을 이용하여 국민을 탄압하는 등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경우 △선거의 영역에서 국가조직을 이용해 부정선거운동을 하거나 선거의 조작을 꾀하는 경우" 등의 사례를 들어 "대통령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수호하고 국정을 성실하게 수행하리라는 믿음이 상실되었기 때문에 더 이상 그에게 국정을 맡길 수 없을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조 전 의원은 한편 자신이 연루된 '정윤회 파동' 이후 도입이 현실화된 특별감찰관제와 관련해서는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도 어제부터는 특감 같은 건 입 밖에도 못 꺼내지 않느냐"며 "그건 이미 끝났다. 특감은 지금 중환자실에 입원했는데 '피부과 예약 어떻게 할까요?' 하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했다.

▲조응천 전 국회의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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