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탈까 철제 케이스에 보관…'지정된' 천 구매해 겹겹이 감싸
북한의 노동당원증. (강동완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장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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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번을 열어야 실제 당원증을 볼 수 있어요."
(서울=뉴스1) 유민주 기자 = 강동완 동아대학교 부산하나센터 센터장은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실제 북한에서 발행한 공식 '노동당원증'을 공수해 소개했다. 강 센터장은 몇겹씩 꽁꽁 쌓여 있는 당원증을 가리키며 "북한 주민들에게 당원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일인가를 절실히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강 센터장이 입수한 당원증은 뜨개질로 뜬 작은 가방에 들어있었다. 단추를 열면 빨간색 벨벳 천뭉치가 하나 나오는데, 그것을 풀면 '조선노동당'이라는 글자와 마크를 수놓은 또 다른 빨간 천뭉치(비로드·벨벳)가 나온다. 그리고 그 천을 풀면 납작한 틴케이스(철제 상자)가 나오는데, 이는 혹시 모를 화재에 당원증이 탈까 봐 예방용 역할을 한다고 강 센터장은 설명했다.
강 센터장은 "이 철통도 당에서 주는 것이 아니라 따로 판매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며 "당원증이 북한 주민들에게 이렇게나 소중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철통을 열자 또 작은 하얀 종이 뭉치가 나왔다. 당원증은 이 하얀 종이에 쌓여있었다. 이 종이도 북한에서 구할 수 있는 가장 비싼 종이 중 하나라고 한다.
당원증의 첫 페이지 왼쪽에는 김일성 주석의 사진이 있으며 오른편에는 당원 번호 여섯 자리와 이름, 생일, 입당년도 등이 적혔다. 다음 장에는 당원 사진과 입당 보증인, 당원증 수여 당 위원회, 당 책임비서의 사인까지 표시돼 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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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나머지 페이지에는 월별 당비 수납 비용과 확인 도장이 찍혀있었다. 이 당원증의 주인은 탈북하기 전인 2010년까지 당비를 냈는데, 해가 거듭될수록 제출한 금액이 줄어들었다고 강 센터장은 말했다. 기록된 수납금을 보면 2005년에는 매월 110이 적혀있었지만, 2010년에는 30으로 뚝 떨어졌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강 센터장은 "특히 남자는 군대를 다녀와야 당원으로 복무를 할 수 있기에 10년간의 군 복무를 다녀와야 하고, 가지 못했다면 청년돌격대라도 다녀와야 비로소 자격이 생긴다"며 "당원증 하나를 받기 위해 북한 주민들이 얼마나 고통에 놓여져 있는지 알 수 있는데, 이 와중에도 당원이 될 수 없는 계층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군복무 후 전역하기만 하면 무조건 당원증이 수여됐지만, 최근에는 정치장교가 입당추천서를 써준 대상을 한정해서 당원증을 수여한다고 알려지기도 했다.
강 센터장은 "최근에는 당이 하나 더 생겼다고 하는데 바로 '장마당'"이라며 "지금 북한 주민들을 먹여 살리는 것은 당이 아니라 장마당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라고 강조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청년 당원의 당원증을 보관하는 철제 케이스로 보이는 사진이 올라와 주목을 받았다. 케이스에는 조선노동당의 마크와 '청년 전위', '결사옹위'라는 글씨가 새겨있다.
이처럼 당원증을 겹겹이 보호하기 위한 용품들을 개별로 제작·판매한다는 것은 그만큼 당원이라는 지위를 얻기 어렵고 그것을 증명하는 것이 귀한 일로 여겨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강 센터장이 소개한 당원증의 주인도 북중 접경을 건너 탈북했는데, 압록강을 건넌 뒤 당원증을 땅에 묻었다가 남한 입국 후 다시 중국을 방문해 이를 찾아왔다고 한다.
당원증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은 북한에서 중상위 계층인 '기본 군중'임을 증명하는 증표 중 하나이며, 당원증 하나로 북한 정권으로부터 받는 모든 혜택과 배급의 질이 달라진다고 한다.
또 원칙상 북한 간부들은 의무적으로 당원증을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 다만 관리를 못 해서 분실하거나 팔아넘겼다면 출당 처벌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SNS에 올라온 당원증 보호 철제 케이스 (중국 SNS '샤오홍슈' 갈무리) |
youm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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