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 개인재산으로 인정한 재판·대법원 심리 위헌”
“노태우 범죄수익 ‘친일재산귀속법’ 같은 법 적용 돼야”
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 김근호 사무국장이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들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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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불거진 '노태우 비자금'과 관련해 시민단체가 "노태우 비자금 회수를 인정해준 최근 재판은 위헌"이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이하 환수위)는 1일 ‘노태우 비자금 개인재산 인정 논란’과 관련해 헌법재판소에 위헌 소지가 있다며 헌법소원심판 청구서를 접수했다.
환수위는 “노태우 일가가 그동안 진실을 감춰오다 이제와 노태우 비자금을 되찾으려 하고 이를 인정해준 최근 재판은 명백한 위헌”이라며 “노태우 일가가 진실을 말하도록 해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그에 대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헌법소원 청구 배경을 밝혔다.
환수위는 이날 헌재에 제출한 헌법소원심판 청구서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의 딸인 노소영이 최근 공개한 ‘노태우 비자금 메모’와 관련해 김옥숙, 노소영, 노재헌 등 노태우 일가는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고, 이 노태우 비자금을 개인재산으로 인정한 재판과 대법원의 심리는 그 재판행위 자체가 명백한 위헌이다”라고 주장했다.
또 환수위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와 그 딸 노소영과 아들 노재헌 등 노태우 일가의 숨겨둔 범죄수익은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과 같은 맥락에서 국고로 환수돼야 한다”며 “또 이들 노태우 일가는 사회 공인임에도 불구하고 노태우의 범죄수익인 비자금에 대해 검찰과 언론 등에 일절 함구하고 있는 바, 이는 언론사 관계자인 청구인을 비롯한 국민 전체가 가진 ‘국민의 알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환수위는 “노태우 일가는 그동안 ‘추징금을 모두 완납했다’거나 ‘더이상 돈이 없어 나머지 추징금을 낼 수가 없다’고 호소하면서 국민을 속여왔다”며 “범죄수익은닉규제법 부칙에 따라 비자금 국고환수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환수위는 “최근 노소영은 남편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이혼소송 과정에서 ‘노태우 비자금 메모’ 등 비자금에 대해 실체를 입증하는 증거들을 내놓으면서 ‘이 내용이 알려지면 대내외적으로 많은 억측과 불필요한 논란이 일어 가족 간 화합에 큰 장애가 될 뿐 아니라 그룹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그간 당사자들 사이에서 가족들만 아는 비밀로 했다’며 ‘피고(최 회장) 측이 언론을 이용해 이를 악용할 것도 염려됐지만 당사자들을 설득해 양해를 얻은 뒤 증거로 제출하기로 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고 했다.
이어 “노소영의 ‘가족 간의 비밀로 했다’는 진술은 명백한 ‘국민의 알 권리’ 침해라고 볼 수 있다”며 “김옥숙, 노소영을 비롯한 노태우 일가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중 사라진 돈의 행방과 관련해 수사기관과 언론사들이 1995년부터 최근까지 추궁했으나 진실을 말하지 않고 끝내 입을 다물었다. 심지어 ‘아버지가 남기고 간 것은 담요와 베개 뿐’이라며 숨긴 비자금이 없다는 듯이 말하기도 했다. 김옥숙, 노소영, 노재헌은 명백한 사회공인임에도 불구하고 비자금과 관련해 공공의 이익에 합당한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환수위가 1일 헌재에 헌법소원심판청구서를 접수하고 수령한 접수증. 사진 제공=군사정권범죄수익 국고환수추진위원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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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수위는 “이들 노태우 일가는 노태우 비자금 추징금 중 일부를 내지 않고 버티며 그 사유에 대해 돈이 없다며 결국 완납하지 않았는데 이번 최태원-노소영 간 이혼소송에서 드러난 비자금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인 액수였다”며 “이에 이들이 진실을 말하도록 해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하고 이를 통해 그에 대한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환수위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제8조(범죄수익등의 몰수)에 따르면 범죄수익 재산,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 범죄행위에 관계된 범죄수익 등은 몰수할 수 있다”며 “또 몰수할 수 있는 재산(이하 몰수대상재산)이 몰수대상재산 외의 재산과 합쳐진 경우 그 몰수대상재산을 몰수해야 할 때에는 합쳐짐으로써 생긴 재산, 즉 혼화재산 중 몰수대상재산(합쳐지는 데에 관련된 부분만 해당한다)의 금액 또는 수량에 상당하는 부분을 몰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환수위는 “같은 법 제9조(몰수의 요건 등)을 보면 몰수는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되지 않은 경우에만 할 수 있다. 다만, 범인 외의 자가 범죄 후 그 정황을 알면서 그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 몰수대상재산 또는 혼화재산이 범인 외의 자에게 귀속된 경우에도 몰수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여기서 중요한 부분은 이와 관련된 부칙이다”라며 “부칙을 살펴보면 '(범죄수익등의 은닉 및 수수행위에 관한 적용례) 제3조 및 제4조의 규정은 이 법 시행 전에 발생한 범죄수익에 관하여 이 법 시행 후에 한 행위에 대하여도 이를 적용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덧붙였다.
환수위는 “노소영이 개인재산이라 주장하는 것은 노태우 비자금으로 이는 공공복리에 부적합한 재산이므로 대한민국 헌법 제23조가 정한대로 개인재산권에 대한 제한이 있어야 한다”며 “민법은 개인의 재산권을 보호해야 할 권리로 인정하면서도 공공복리 차원에서 제한할 수 있는 상대적 권리로 판단하고 있다. 비자금의 일부가 최근 새롭게 드러났을 경우 이 자금은 헌법에서 정하고 있는대로 처리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환수위는 “노소영은 개인재산이라 주장했고, 법원은 이를 개인재산으로 봤지만 이 비자금은 명백한 범죄수익이므로 공공복리 차원에서 제한할 수 있는 상대적 권리로 판단하는 것이 옳다”고 거듭 강조했다.
앞서 환수위는 노 관장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및 조세범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과 국세청에 고발한 바 있다.
최석진 법조전문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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