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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시아 공격으로 파손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의 한 학교 건물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헤르손의 주민들이 러시아군의 무차별적인 드론 공격과 대인지뢰 살포로 심각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미국의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1일(현지시간)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헤르손 인근에 주둔한 러시아군은 드니프로강 건너 헤르손 도심으로 드론을 날려 수류탄이나 대인지뢰를 투하하거나, 민간 표적에 드론을 돌진시켜 폭파하는 등의 수법으로 피해를 입히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지난 7~10월 사이 드론과 지뢰 공격으로 헤르손에서만 133명이 죽고 1천350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긴급 구호에 투입된 앰뷸런스는 특히 러시아가 선호하는 표적입니다.
이외에 시내버스, 소방차, 민간인 승용차 등도 주요 목표물입니다.
심지어 자전거를 타고 가던 어린이나 시장에 모여 있던 노인들이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헤르손 주민들은 드론에 포위된 자신들의 신세를 '인간 사파리'로 칭하고 있다고 WP는 전했습니다.
러시아군의 민간인 대상 드론 공격은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라고 우크라이나 측은 주장합니다.
올렉산드르 프로쿠진 헤르손 주지사는 지난 8월 이후 러시아군이 헤르손에서만 7천 회의 드론 공격을 감행했다면서 "이것은 표적 테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러시아군은 자신들이 누구를 공격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심지어 소셜미디어에 어떻게 민간인을 살상하는지를 뽐내기까지 한다고 그는 말했습니다.
솔로미야 코마 우크라이나안보협력센터 대표는 러시아군의 민간인 드론 공격이 "우크라이나가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압박하기 위한 방책"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우크라이나군도 적의 무차별적인 드론 공격에 제대로 대응을 못하면서 주민들은 심각한 스트레스와 불안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이달 초 헤르손 주민 올레나 보이코는 자신의 여덟 살 난 아들 헨리크를 포함해 네 명의 아이가 공터에서 놀고 있을 때 군용 드론이 상공에서 윙윙거리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그는 나무 아래에서 드론의 시선을 끌면서 아이들에게는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라고 외쳤습니다.
드론은 다행히 공격을 하지 않고 가버렸지만, 보이코와 그녀의 아들은 극한의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이들은 결국 이 사건 이후 폴란드를 경유해 노르웨이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러시아군의 드론은 특히 플라스틱 폭약이 내장된 소형 대인지뢰를 도심에 투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지뢰는 특이한 외형 때문에 '꽃잎 지뢰'라 불리며, 위장을 위해 국방색이나 갈색으로 칠해졌습니다.
대인지뢰금지협약 비가맹국인 러시아는 전장에서 이 지뢰를 드론으로 광범위하게 살포하고 있습니다.
이에 맞서 헤르손 주민들은 지뢰를 어디서 목격했는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유하며 위험을 피해 가고 있지만 역부족입니다.
드론으로부터 안전한 유일한 때는 흑해로부터 불어닥치는 비구름으로 폭우가 내릴 때뿐이라고 하는데 이때는 비와 번개 등으로 드론의 비행 환경이 나빠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화창한 날이면 주민들은 외출 여부를 놓고 어려운 선택에 직면하고 있다고 WP는 전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이종훈 기자 whybe0419@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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