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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3 (토)

이슈 선거제 개혁

"김영선 해줘라 해" 당선인이라도 선거법 위반? 법조계 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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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46회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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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과 명태균씨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2022년 6월 보궐선거 공천과 관련해 나눈 통화 음성 파일이 31일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인지를 두고 정치권과 법조계의 논쟁도 불붙고 있다.

일차 쟁점은 대통령 당선인에게 정치적 중립 의무가 있느냐다. 윤 대통령과 명씨의 통화 시점은 2022년 5월 9일로, 윤 대통령은 취임을 하루 앞둔 당선인 신분이었다.

공직선거법 제9조는 공무원과 기타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가 선거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에 관한 법률’에 따라 현직 대통령에 준하는 의전과 경호를 받고,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후보자를 지명하는 인사권을 갖는다. 하지만 취임 전까지는 활동비 외엔 월급이 없다. 선출직 공직자로 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여권과 법조계에서는 “당선인은 선출직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공천 관련 행위를 했더라도 선거법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에 좀 더 무게가 실린다. 헌법재판소 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당시 취임 전 당선인 신분이었기 때문에 공무원으로 볼 수 없고,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의 책임도 묻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반면 선거법 제9조에 명시된 ‘기타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하는 자’에 당선인이 포함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당선인은 대통령에 버금가는 권한과 권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대상에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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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태균씨가 9월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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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쟁점은 윤 대통령의 ‘공천 관련 행위’가 실행된 시점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전인 5월 9일 통화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 있다. 한국헌법학회장인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 임기가 시작된 5월 10일 0시 이전 이뤄진 행위는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 게 죄형법정주의(범죄와 형벌은 법률에 따라 결정)에 부합한다”며 “김 전 의원이 공천된 날(10일)이 기준이 아니라, 대통령이 공천 관련 지시를 한 날(9일 이전)을 기준으로 법적 책임을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야당은 김 전 의원 공천이 확정된 게 5월 10일인 점을 들어 “공천 개입이 실현된 시점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라고 주장한다. 지시는 당선인 때 했어도 대통령 임기 중에 공천 개입이 실현돼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날 “윤 대통령의 (공천 지시) 행위에 영향을 받은 여당의 공천 발표는 대통령 임기 중에 일어났다”고 말했다.

실행 시점이 중요한 것은 야권이 불을 지피는 탄핵 정국과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는 “모든 정당은 탄핵추진 열차에 탑승해달라”고 주장했다. 그간 탄핵과 거리를 둬 온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국민이 판단할 것"(박찬대 원내대표)이라고 했지만, 당에선 탄핵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친윤계 중진인 권성동 의원은 “당선인 신분에서 나눈 대화이기 때문에 탄핵 사유가 안 된다”고 반박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탄핵 사유가 되려면 취임 뒤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할 때 헌법이나 법률 위반을 했어야 하는데, 이 사안은 취임 전이라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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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31일 오전 국회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2022년 5월9일 당시 윤 대통령과 명태균 통화 녹취록을 공개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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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안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두고도 의견이 엇갈린다. 헌법은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지만, 수사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졌던 2016년 11월 현직 대통령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박영수 특검팀의 대면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녹음·녹화에 대한 이견으로 무산된 일도 있다. 당시 특검 수사팀장이 윤 대통령이었다.

한상희 교수는 “강제 수사는 어렵지만,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임의 수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했다. 반면에 여당 중진의원은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데 수사를 거론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했다.



손국희ㆍ이창훈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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