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일 총리 투표·북한군 파병…
평시엔 정치 뉴스 끊고 살아도 돼… 지금은 안보·경제 등 세상 요동쳐
이럴 때 국민은 대통령을 본다… 이 어려움 감당할 능력 있느냐
제대로 된 대답 못 듣는다면 국민, 어떤 끈 뚝 떨어졌다 느낄 것
그다음엔 차원이 다른 위기다
대통령 지지율이 안정적이고 여야 관계가 원만해도 버거운 일정이다. 하지만 현 상황은 정반대다. 대통령 지지율이나 여야 관계, 여권 내부 갈등은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보태준 건 없어도 알아서 잘하는 줄 알고 있었던 삼성전자 걱정, 2년째 이어진 대규모 세수 결손 걱정까지 겹쳐있다.
국내 정치적 난제들과 글로벌 불안정에 대한 구체적 해법은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그 해법을 실행하기 위해선 최소한의 기반에 대한 공감대는 나와있다. 대통령과 정부에 대한 지지율은 몰라도 신뢰도는 지금보다 더 높아져야 한다. 땅에 떨어진 대통령 말의 무게, 말의 값이 더 올라가야 한다. 그 기반은 어떻게 만들 것인가? 실천이 어려워서 그렇지 방법은 명확하다. 보수·진보 언론 할 것 없이 입을 모으는 것들, 애초부터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았던 사람들은 차치하고라도 중도층은 물론이고 보수층 절반 이상이 요구하는 것들은 받아들여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 ‘면담’ 의전에서 참사를 일으켜놓고 그중에서도 희한한 사진만 자랑이랍시고 골라서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올린, 그래서 한 대표가 아니라 윤 대통령 얼굴에 먹칠을 한, 참모는 정리해야 한다. 매년 10억원 가까운 세금을 꼬박꼬박 태우고 있는 특별감찰관은 조속히 추천-임명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동훈한테 굴복하는 꼴이 될까 봐” 같은 핑계는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보통명사가 고유명사로 변한 ‘여사’ 문제는 대중의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매조지해야 한다. 급기야 대통령의 육성 녹음 파일까지 나온 명태균 문제도 “그저 좋게 이야기한 것뿐”이라고 눙치고 갈 순 없다. 다수 야당에 수모를 당하는 한이 있더라도 대통령은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단상에 서는 게 맞다.
“돌을 맞으며” “좌고우면하지 않고” 같은 말 대신 변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내가 이렇게 바뀌었다. 더 바꾸겠다”고 다짐하는 게 마땅하다.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우는 장치를 먼저 만든 다음 오직 국익을 위해 힘을 모으자고 호소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국민들 마음이 누그러진다는 보장도 없지만 그 길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위한다는 이들이 줄줄이 닥쳐오는 일정과 난제를 오히려 핑계로 삼을 궁리를 한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위기 상황이 오면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여론이 생긴다. 최소한 보수층이라도 뭉친다. 그러니 특별감찰관 같은 걸 자꾸 이야기하는 건 긁어 부스럼 만드는 행동이다. 여사 이슈도 뒤로 미뤄야 한다. 이재명 대표 재판도 있고 문재인 전 대통령 가족 수사도 있다. 시간을 벌어놓고 실력 발휘를 하면 여러 오해도 풀리고 여론도 호전될 것이니 그때 가서 보자”는 나름의 시나리오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 없는 꼼수다. 패착이다.
정부가 힘들게 결정을 내리고 인적, 물적, 정치적 자원을 투여해서 실력을 발휘하기 위해선 민심의 뒷받침이 필수적이다. 기본적 지지가 있거나 그게 없으면 ‘하는 짓은 미워도 실력은 인정한다’는 식의 신뢰가 받쳐줘야 한다. 정통성이 취약했던 권위주의 정부들은 실력에 대한 신뢰를 유지하려고 애썼고 민주화 이후에 들어선 정부들은 지지에 민감했다. 윤석열 정부는 무엇에 진심인가?
평상시라면 대통령이 잘하건 못하건 정치 뉴스 끊고 살아도 된다. 공무원들은 제 일하고 기업은 돈 벌어오면 대통령이 인기 없어도 세상은 그럭저럭 돌아간다. 다음 선거에서 정권이 바뀌는 것 말곤 별 일 없다.
하지만 세상이 요동치고 정치에 이어 안보와 경제, 사회 시스템이 흔들린다는 두려움이 생기면 사람들은 대통령과 정부를 바라본다. 그리고 당신들은 이 어려움을 감당할 깜냥이 있냐고 따져 묻는다. 윤 대통령은 11월 한 달 동안 이 질문에 행동으로 답해야 한다. 그 기간 동안 제대로 된 대답을 못 들었다 생각하는 국민들은 그나마 지탱해오던 어떤 끈이 뚝 끊어진다 여길 것이다. 그러면 위기의 차원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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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 정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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