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대통령은 31일 KBS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방문 예정인 한국 대표단과 이에 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린 한국으로부터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고 있으며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방어, 특히 방공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이유에 대해 “우린 러시아에 대항하는 완전한 방공망을 구축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우크라이나는 넓은 영토를 갖고 있고, 러시아는 많은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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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대통령이 말하는 ‘방공 시스템’은 한국의 방어 체계 가운데 중거리 방어용인 천궁(M-SAM), 대전차 방어용인 현궁(AT-1K), 저고도 방어용인 비호복합 등을 고려한 것이란 해석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양국 정보기관의 협력은 양국 모두에게 중요하다"며 "한국이 북한의 실제 역량을 알고자 한다면, 북한 군인의 실제 가치를 확인하고자 한다면, 한국이 이곳에서 관련 자료에 접근하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파견할 우크라이나 측 대표단과 관련해선 "북한이 우크라이나 시민들과 싸우기 위해 온 군대라는 공식적인 지위가 확인된 뒤 구체적인 요청서를 제출할 것"이라며 "한국에 방문할 저희 대표단이 무기 지원에 대해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한국이 어떤 답변을 줄지 모르지만, 이 요청에는 화포(artillery)와 방공 시스템을 포함한 몇 가지 비공식적이지만 중요한 요청이 포함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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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파병 대가로 러시아 드론 기술 전술 받을 듯"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북한이 파병 대가로 러시아로부터 드론 기술을 전수받을 것으로 보인다고도 밝혔다. 그는 북한 노동자 다수가 공병부대와 함께 러시아로 파견될 것으로 본다며, 이들이 이란 정부가 러시아에 제공한 '샤헤드(Shahid)'라는 이름의 드론 생산 시설에서 일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북한 노동자들이 드론 제작 기술을 직접 전수받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샤헤드 드론은 이란에서 개발한 저가형 자폭 드론으로, 최대 수백 킬로미터까지 비행이 가능하다. 대남용이라는 얘기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이 드론 제작 기술을 전수받아 양산에 이를 경우, 한반도 안보에도 빨간 불이 켜진다.
러시아에 파병된 것으로 알려진 북한 군인들의 모습.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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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앞서 북한의 이창호 정찰총국장이 러시아에 입국했다고 밝힌 것과 맞물려 주목되는 부분이다. 정찰총국은 대남·해외 첩보전뿐만 아니라 북한의 특수전을 담당하는 주요 기관으로, 북한 내에서도 우수한 특수전 요원을 양성·보유하는 조직이다. 2014년과 2017년 백령도·강원도에 북한 무인기가 추락했을 때 이를 침투시킨 배후로 정찰총국이 지목됐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장은 “이창호 정찰총국장이 파견됐다는 건 우크라이나 전장에 투입된 북한군들이 비정규 게릴라전과 관련된 임무를 부여받았다는 것”이라며 “북한 특수전 부대가 이번 파병으로 전장 경험을 쌓는다면 한반도에서 실질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다수 북한군이 총알받이로 전락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일부 정예 병력은 전장 경험을 쌓아 북한군 전투력 증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북한 노동자 20만명이 러시아로 이동할 계획이며, 7만 명은 2주 전부터 이미 러시아로 진입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보도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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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과의 교전, 며칠 내로 발생할 것"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31일 현재로선 북한군과 우크라이나의 교전은 아직 시작되진 않았다면서 "며칠 내로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전쟁 범죄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제소할 지 여부에 대해서도 "북한군이 우크라 시민들을 상대로 군사력을 사용한 이후 결정을 내릴 것"이라 답했다. 김정은 위원장 역시 ICC에 제소할 수 있음을 경고한 셈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선 이미 ICC가 지난해 3월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영장을 발부한 상태다.
이어 북한군 포로가 발생할 경우에 관해선 그는 “우린 국제법을 존중해 포로를 고문하지 않겠다”며 “우린 북한군 병력도 우크라이나인과 교환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AP통신에 따르면 세르히 올레호비치 키슬리차 주유엔 우크라이나 대사는 30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이번 주 북한군 병력 총 4500여 명이 국경에 도착해 11월 안에 우크라이나군을 상대하는 전투 작전에 직접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임선영·정영교·박현준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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