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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주식 부자’로 불리는 이희진(38)씨가 주식 범죄로 챙긴 ‘검은 돈’ 123억원을 검찰이 전액 환수하는 데 무려 4년 7개월이 걸렸다. 이 돈은 이씨가 피해자 200여명에게서 가로챈 것이다.
이씨는 무허가 금융 투자 업체를 운영하면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 주식을 피해자들에게 추천한 뒤 그 주식을 팔아 수익을 거둔 혐의로 지난 2020년 2월 대법원에서 유죄를 확정받았다. 범죄 수익 123억원에 대한 추징도 함께 확정됐다.
하지만 이씨는 범죄 수익을 쉽게 토해내지 않았다. 2022년까지 28억원만 내놓고 그 뒤로는 버티기에 들어갔다. 그러면서 호화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검찰은 이씨의 집에서 시가 20억원 어치의 고급 시계 5개를 찾아냈다. 현금 5만원권 다발, 수표 뭉치 등 3억원도 함께 나왔다. 이 밖에도 이씨는 차명 채권 55억원, 가산자산 27억원, 차명 부동산 4억원도 보유하고 있었다. 이씨는 추징금을 내지 않는 동안 900억원대 코인 사기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다. 먼저 저지른 범죄가 제대로 단죄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가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경제 범죄를 철저하게 응징하려면 범죄 수익을 남김 없이 환수해야 한다. 수많은 피해자들을 속여 거액을 가로채더라도 그 돈을 모두 추징당하게 된다면 범죄 시도 자체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사법 시스템은 범죄 수익 추징에는 헛점을 보이고 있다. 작년까지 법원이 범죄 수익에 대해 추징금을 선고한 액수는 32조2589억원이다. 이 가운데 실제로 추징된 금액은 1049억원뿐이다. 고작 0.3%만 추징에 성공한 것이다. 단일 사건으로 역대 최고 추징금(22조9465억원)이 선고된 대우그룹 분식회계 사건을 제외하더라도 추징 성공률은 1.1%에 그친다. 형벌의 일종인 추징이 범죄 응징 수단으로 제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없는 지경이다.
이렇게 된 이유가 있다. 검찰 관계자는 “추징금을 내지 않아도 별도 제재가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추징금을 안내고 버티면서 시효(5년)을 넘기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이래서는 안된다. 추징금 납부를 압박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미국 뉴욕주는 추징금을 미납하면 납부할 때까지 최장 15일까지 수감할 수 있다. 프랑스도 추징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교도소 구금을 명하고 있다.
또 범죄 수익 환수를 위한 조직과 인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정식으로 범죄 수익 환수 부서를 두고 있는 검찰청은 서울중앙지검 한 곳뿐이다. 다른 검찰청은 임시팀만 두고 있고 다른 수사 업무도 겸하고 있다. 범죄 수익 환수는 후순위로 밀릴 수 밖에 없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지난달 19일 취임사에서 “범죄로부터는 1원의 수익도 얻을 수 없도록 범죄 수익 환수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다짐을 현실로 만들기를 바란다. 경제 범죄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수많은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이현승 기자(nalh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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