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서 혼자 넘어지고 "장애 생겼으니 2억 달라"...1심 결과는

손잡이 안 잡은 승객 혼자 넘어져
"다쳐서 장애...2억원 요구" 소송
"버스 운전과 인과 관계 없다" 판결

유튜브 '한문철TV'는 지난 2020년 7월 경남 창원시 한 시내버스에서 손잡이를 잡지 않고 가다 넘어진 승객 A씨(빨간 원)의 모습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을 공개했다. 유튜브 '한문철TV' 채널 캡처

버스에서 손잡이를 안 잡고 가다 넘어진 승객이 장애가 생겼다며 버스공제조합에 2억여 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4년 만에 나온 최근 1심 판결에서 재판부는 버스조합 측 손을 들어줬다.

지난 27일 유튜브 '한문철TV' 채널에는 '버스 안에서 다친다고 무조건 버스 잘못인 게 어디 있습니까'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한문철 변호사는 영상에서 판결문을 공개하며 2020년 7월 경남 창원시 한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에서 발생한 사건이라고 소개했다.

한 변호사가 공개한 당시 버스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보면 승객 A씨는 단말기에 교통카드를 찍은 뒤 버스 창문에 기댔다. 그는 왼손에 휴대폰을, 오른손에 교통카드를 든 채 손잡이를 잡지 않았다. 이후 버스는 정류장에 정차하기 위해 감속했다. 이때 A씨는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손에 들고 있던 휴대폰이 날아갔다. 쓰러진 A씨는 손으로 머리를 감싸는 모습이 포착됐다.

유튜브 '한문철TV' 채널 캡처. 왼쪽 아래 구석에 승객이 넘어지고 있다.

판결문에서 A씨 측은 "버스 기사가 정류장에 정차하기 위해 급감속 및 급차선 변경 중에 넘어져 상해를 입었다"며 "이 사고로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 진단을 받아 15.5%의 노동능력이 상실되는 장애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CRPS는 신체의 한 부분에 극심한 통증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의미한다.

A씨 측은 그러면서 입원 기간 및 향후의 수입 상실액과 치료비, 위자료를 합쳐 2억 원 이상을 버스공제조합이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스 측의 과실을 80%, 본인의 책임을 20%로 산정한 결과였다. 이에 법원은 지난 7월 1심에서 버스조합 측이 물어줄 돈은 없으며, 오히려 A씨가 버스조합으로부터 받았던 치료비 1,100여 만 원을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승객 A씨가 버스에서 넘어지기 직전의 모습(빨간 네모). 왼손엔 휴대전화를, 오른손엔 버스카드를 들고 있다. 유튜브 '한문철TV' 캡처

"버스 탈 땐 꼭 뭔가 붙잡아야"

재판부는 "버스의 감속으로 다른 승객의 별다른 움직임이 관찰되지 않는 상황에서 A씨가 양손 모두 손잡이를 잡지 않고 있다가 넘어져 상해를 입은 경우까지 버스 운전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는 건 무리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A씨가 넘어진 이유가 버스 기사의 급차선 변경이나 급감속에 의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문철TV에 따르면 A씨 측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교통사고를 주로 변호하는 한 변호사는 해당 판결을 소개하면서 "버스 탑승 시 버스가 속도를 변경할 땐 뭔가 붙잡고 있어야 한다"고 시청자들에게 당부했다.

윤현종 기자 bell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