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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어떻게 내라고?... 러시아, 구글에 '세계 GDP보다 많은' 벌금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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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로 '0이 34개' 붙는 천문학적 액수
구글, 현지 법인 파산 신청해 집행 불가
한국일보

미국 실리콘밸리 구글 사옥 앞에 설치된 구글 로고.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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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604,600,000,000,000,000,000,000,000,000,000달러.'

도통 읽기조차 어려운 이 천문학적인 액수의 벌금을 러시아가 구글에 부과했다. 러시아 루블로는 약 2간(1간은 10의 36제곱) 루블, 달러로 환산하면 약 200구(1구는 10의 32제곱) 달러다. 전 세계 국내총생산(GPD·약 105조 달러)보다도 많은 돈을 벌금으로 내라는 황당한 주문을 한 것이다.

사연은 이렇다. 구글은 2020년 일부 친정부 성향 러시아 매체의 유튜브 채널을 차단했는데, 이에 매체들은 차단 해제를 요구하며 러시아 법원에 소송을 냈다. 그해 러시아 법원은 구글에 이들 매체의 유튜브 채널을 "복원하라"는 명령과 함께, 10만 루블(약 142만 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문제는 이 벌금을 갚지 않을 경우 매주 2배로 불어나며 총액에는 상한이 없다는 조건을 달았다는 것이다. 그 결과 2020년부터 차곡차곡 벌금이 누적돼 루블로는 '0'이 36개, 달러로는 '0'이 34개나 붙을 정도로 커졌다.

구글은 당연히 이 벌금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구글은 2022년 3월 러시아 법원이 자사 주거래 계좌를 동결하자 현지 법인의 파산을 신청한 상태여서, 러시아 정부가 강제 집행할 방법도 사실상 없다. 국제전략연구소의 나이젤 굴드-데이비스는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죽은 사람을 재판에 세우는 꼴"이라며 "(벌금 규모도) 말도 안 되고 어처구니없다"고 꼬집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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