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트럼프 지지자는 쓰레기'...해리스 궁지로
바이든·백악관 해명 안간힘에도 역부족
‘푸에르토리코=쓰레기섬’으로 지탄받던 트럼프 역공
트럼프 “미국인 미워하면 美 대통령 될 수 없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왼쪽)과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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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초박빙 접전으로 예측불허의 판세가 이어지고 있는 미국 대선이 ‘쓰레기(garbage)’ 발언으로 요동치고 있다.
11월 5일 치러지는 미국 대선일까지 일주일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양측에서 잇따라 터진 막말과 실언으로 여론이 출렁이면서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논란이 일고 있는 ‘쓰레기’ 발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남부 국경을 통한 이민자 유입 급증 문제를 비판하면서 먼저 사용했다. 선벨트(기후가 온난한 남부) 경합주인 애리조나에서 24일 열린 유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리(미국)는 전 세계의 쓰레기통(Garbage can) 같다”고 말했다.
이 언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소 중남미 국가의 범죄자들이 미국에 불법으로 침입해 치안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해왔기에 큰 논란이 없었지만, 27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욕 유세에서 한 코미디언의 발언이 문제가 됐다.
지난 27일(현지시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뉴욕 매디슨스퀘어가든 유세장에서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가 찬조연설자로 나선 모습. 그는 이날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쓰레기 섬(island of garbage)’이라고 언급해 논란이 되고 있다. [A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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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찬조연설에 나선 코미디언 토니 힌치클리프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를 “떠다니는 쓰레기 섬”이라고 표현했다. 그의 발언 이후 미국 내 600만명에 이르는 푸에르토리코 출신은 물론 라틴계 유권자들이 반발하고 나서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역풍을 맞았다.
트럼프 대선 캠프는 힌치클리프의 발언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장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고 곧바로 선을 그었지만 해리스 부통령 측은 해당 발언 영상을 광고로 만들고 경합주의 푸에르토리코 출신 유권자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대량 발송했다.
30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니코스 크리스토둘리데스 키프로스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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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이 곧이어 터져 나오면서 양측의 처지는 정반대가 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히스패닉 유권자 단체 행사에 앞서 취재진이 힌치클리프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자 “내가 보기에 밖에 떠다니는 유일한 쓰레기는 트럼프의 지지자들”이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양극단으로 나뉘어 있는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언급은 미국인의 절반가량을 ‘쓰레기’라고 지칭한 것으로 해석할 빌미를 준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곧바로 소셜미디어에 “트럼프의 지지자가 쏟아낸 혐오 수사(발언)를 쓰레기라고 표현했다”고 적었고, 같은 날 백악관까지 나서 “푸에르토리코 커뮤니티에 대한 증오를 쏟아낸 특정 코미디언의 발언에 대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일파만파로 퍼지면서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안 그래도 여론조사에서 30% 후반대의 낮은 지지율을 보이는 바이든 대통령과 거리를 두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으로서는 내부에서 날라온 불똥이 예기치 않은 악재를 만들어 내고 있는 형국이다.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30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서 열린 선거 유세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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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의식한듯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오전부터 서둘러 진화를 시도했다.
그는 워싱턴DC에서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 유세를 위해 출발하기 전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이 발언을 해명했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누구에게 투표했는지에 따라 사람들을 비판하는 것에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노스캐롤라이나 유세에서도 “나에게 투표하지 않은 사람을 포함해 모든 미국인을 대표하고, 그들의 필요와 바람을 해결할 것”, “나는 트럼프와 달리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그들(트럼프 지지자)에게 테이블에 앉을 자리를 줄 것” 등 ‘화합’과 ‘포용’에 방점을 찍은 발언을 쏟아냈다.
이는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해온 자신의 약속이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으로 희석될 것을 우려한 언급으로 해석된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위스콘신주 그린베이 오스틴 스트라우벨 국제공항에서 쓰레기 운반 트럭에 탑승해 있다. [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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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트럼프 대선 캠프는 바이든 대통령의 실언이 그의 4년 전 대선 러닝메이트이자 국정 운영 파트너인 해리스 부통령의 인식과 똑같다는 논리로 엮으면서 곧바로 대반격 모드로 전환했다.
캐롤라인 레빗 캠프 대변인은 “바이든과 해리스는 미국을 증오한다. 그리고 4년 더 할 자격이 없다”며 “해리스는 수천만 미국인에 대한 이 수치스러운 공격에 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도 “역겹다. 해리스와 그녀의 보스 바이든이 이 나라의 절반을 공격하고 있다”며 “변명의 여지가 없다. 미국인이 이를 거부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캠프는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날 노스캐롤라이나 록키마운트에서 진행한 유세 연설에서 “바이든이 마침내 그와 카멀라가 우리 지지자들을 진정 어떻게 생각하는지 말했다. 쓰레기라 불렀고, 그것은 (그들의) 진심”이라며 “미국인을 미워하면 미국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내 지지자들은 비뚤어진 바이든이나 거짓말쟁이 해리스보다 훨씬 더 수준이 높은 사람들”이라며 “여러분은 미국의 심장이며 영혼이다. 여러분은 미국을 건설한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yckim645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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