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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보험사, 실손보험 지급 보류·거절 명분 '의료자문' 남발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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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치의 판단 우선한 '제3자 의료자문' 신뢰 불가

'진료비 지급 정당' 정부기관 판정 무용지물 전락

보험수급자 정당한 권리 뒷전…보험사만 배불려

아시아투데이 김시영 기자 = 보험금 부정 수급자를 걸러내는 보험사의 '제3자 의료자문'이 실손보험 가입자의 실손보험급 지급 거절 수단으로 남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가 인정한 신의료기술에 대해 보험사가 제3자 의료자문 결과를 근거로 한 실손보험 보험금 지급 보류·거절이 증가하면서 논란을 키우는 모양새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가 인정한 신의료기술인 '자가 골수줄기세포 주사치료(BMAC 치료)'와 '자가 지방줄기세포 주사치료(SVF 치료)'에 대한 보험사의 '제3 의료기관 의료자문' 남발로 보험사와 가입자 및 의료기관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신의료기술은 주치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지만 이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의료진이 보험사가 의뢰한 서류만 보고 의료자문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올 상반기 보험사가 실시한 제3자 의료자문 건수는 모두 약 3만 9000건에 달한다. 이 중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은 건수는 12%(약 4900건)에 달한다. 제3자 의료자문에 의한 보험금 부지급 비율이 지난 2020년 약 8%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최근 비율은 과도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실손보험금은 환자가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며칠내 지급되는 게 보통이다. 일부는 보험사 당담자가 보험청구인(환자)과 만나 '제3 의료기관 자문 동의서'를 요구하기도 한다. 환자가 제출한 서류에 이견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제3자 의료자문은 보험사가 보험금 지급 심사 또는 손해사정업무에 참고하기 위해 주치의 또는 주치의 소견 발급이 어려운 경우 주치의 이외의 전문의에게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행위다.

이 경우 보험사로부터 의뢰받은 의료인이 보험사의 이해에 반하는 주치의 및 환자 의견을 배제한 채 보험사에 유리한 판단을 내릴 개연성을 완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투명성과 공정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보험사가 선정한 제3의 의료기관과 의사에 대해 명확한 기준이 없을 뿐 아니라 어느 진료과 어떤 의사가 자문했는지도 공개되지 않는다. 보험사는 "의료자문 의사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의료자문 결과에 대한 신뢰 저하는 물론 괜한 의혹만 키운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모호한 의료자문 의사의 선정과 기준, 환자를 가장 잘 아는 주치의보다 주로 외부 전문가의 의견 반영, 가장 객관적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결정 미반영 등 논란이 이어지면서 실손 보험 가입자들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병원계 관계자는 "한 보험사가 지난 1년간 의료자문을 시행한 대학병원 13곳을 보면 보험사에 유리한 답변을 해주는 의료기관에 집중의뢰 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최근 논란이 된 줄기세포 주사치료는 주로 정형외과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보험사가 공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의료자문을 반드시 정형외과에서 봤다고 특정할 수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의료자문 논란이 확산되자 최근 일부 의료학회는 회원들에게 보험사의 '신의술 줄기세포 치료'에 대해 의료자문 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전문의자격을 취득한 세부전공분야가 아닌 다른 분야에 자문역할을 하는 것은 전문성과 신뢰성을 잃는 행위이고 정당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신의료기술에 대한 정부·관련기관의 인정도 보험사 앞에서는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있어 문제다. 일례로 무릎 골관절염에 대한 골수 흡인 농축물 관절강내 주사(BMAC) 치료는 지난해 7월 12일, 무릎 골관절염 자가지방유래 기질혈관분획 관절강내 주사(SVF) 치료는 올해 6월 28일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으로부터 모두 안정성·유효성이 있는 것으로 최종 심의·통과돼 신의료기술로 인정받았다.

정형외과계에 따르면 이들 줄기세포 주사 치료는 기존 비수술 치료로는 호전이 없고 인공관절 수술을 하기에는 이른 중기 관절염(2~3기 무릎 골관절염 및 3~4기 연골 손상) 환자들의 치료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보험사의 실손보험 지급 문턱을 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부 보험사의 경우 수술 뒤 하루 입원 후 줄기세포 주사치료(BMAC·SVF)와 관련해 '적정하다'고 보고 보험금을 지급한 곳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 보험사는 '하루 간격으로 반월상 연골판 절제술을 시행하고 BMAC 치료를 시행하는 것은 적정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로 보기 어렵다'는 의료자문 결과를 근거로 실손보험금(본인부담금+인정(법정)비급여) 지급을 보류하고 있다. BMAC 치료 후 특별한 부작용 및 합병증이 확인되지 않았고 BMAC 치료는 국소마취로 시행할 수 있는데다 1시간 내외로 시행할 수 있어 반드시 입원이 필요하지 않는다 얘기다.

보험사들은 '양쪽 무릎 반월상 연골판의 관절경(관절내시경) 절제술 시행은 적정한 치료로 볼 수 있다'면서도 '반월상연골판 절제술을 시행하고 하루 뒤 BMAC 치료를 하는 것은 적정한 효과를 볼 수 있는 치료로 보기 어렵다'거나 '신의료기술 승인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의료자문 결과를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관절경 수술이 완전히 마무리되고 봉합까지 종료된 상태에서 수술 경과를 지켜본 후 하루 뒤 BMAC 치료는 별개"라는 입장이다.

NECA는 신의료기술과 관련, "BMAC 치료나 SVF 치료는 고시대로 단독으로 시행했을 경우에 한해 인정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는 관절경술과 BMAC 주사치료를 동시 시행할 경우 신의료기술 인정에 어긋나지만 관절경술과 주사치료를 각각 별개로 했다면 신의료기술로 인정된다는 뜻으로, 의료계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진료비 지급과 관련해 심평원도 의료기관 손을 들어주고 있다. 최근 한 보험사가 병원의 과잉진료 확인시 환자에게 과잉진료비를 돌려주는 '진료비 확인제도'를 활용해 관절경술과 다음 날 BMAC 치료를 시행한 환자 약 80명의 명단을 확보, 심평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보험사는 병원의 과잉진료를 의심해 신고한 것이지만 심평원은 '병원치료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한 정형외과 의사는 "무릎관절염 골수 줄기세포 주사치료 대상자는 적응증이 KL 2~3등급(관절 간격이 명확하게 좁아진 상태) 또는 ICRS 3~4등급(연골이 50% 이상 손상)에 해당하는 환자로, 의사마다 주관적인 의견이 많이 들어간다"며 "신의료기술은 주치의 판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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