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살·강제이주 조짐에 인류 최악의 범죄 '제노사이드' 거론
전날 공습에 100여명 사망…국제사회 "포위공격 멈추라" 촉구
이스라엘 가자지구 폭격에 다친 이들 이송하는 주민들 [로이터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북부 공격 목적이 '인종청소'(ethnic cleansing)일 수 있다며 이를 막기 위해 국제사회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3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날 제16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COP16)가 열린 콜롬비아 칼리에서 한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스라엘의 가자 북부 공격의 의도가 "팔레스타인인들이 가자를 떠나 다른 사람들이 그곳을 점령하게 하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그들(팔레스타인인들)이 그곳(가자지구)에 남아있도록 돕고, 인종청소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일을 할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강력한 결단이 없다면 인종청소가 일어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또한 "팔레스타인인들의 용기와 회복력, 아랍권의 결단 등 인종청소가 현실화하는 것을 피하기 위한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구테흐스 총장이 거론한 '인종청소'는 특정 집단에 대한 말살을 의미하는 인류 최악의 범죄 제노사이드(genocide)를 뜻한다.
제노사이드에는 대량학살뿐만 아니라 집단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강제이주나 세뇌 같은 재교육 정책까지도 포함된다.
이슬람권을 비롯한 국제사회 일부는 가자지구 전쟁이 격화하자 이스라엘에 제노사이드를 저지르고 있다고 규탄해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 |
앞서 지난 25일 아이만 사파디 요르단 외무장관은 중동 순방 중이던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에게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인종청소"를 자행하고 있다며 이스라엘 군사작전 중단을 촉구했다.
이스라엘은 최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수장 야히야 신와르를 제거한 뒤에도 가자지구를 겨냥한 공세를 늦추지 않고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폭격을 계속하고 있다.
이에 민간인 인명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29일 밤늦게 가자지구 북부 베이트 라히야의 주택 여러 채가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최소 10명이 숨졌고 30일에는 10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29일 새벽에는 가자지구 북부의 베이트 라히야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받은 5층짜리 주거용 건물이 무너지면서 최소 93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매슈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 사건과 관련한 질문에 "끔찍한 사건이었고, 끔찍한 결과를 낳았다"고 말하며 깊이 우려했다.
프랑스 외무부도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폭격을 규탄하면서 "가자북부에 대한 포위 공격은 즉시 종료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28일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28일 이스라엘 및 동예루살렘 등 점령지에서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활동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하고 UNRWA를 테러 단체로 지정, 이스라엘 정부와의 소통 및 협력을 막았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가자 주민들의 유일한 생명줄 역할을 해왔던 UNRWA의 활동에 제약이 걸리면서 국제사회 규탄 속에 민간인 참사 우려도 커지고 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과 대화하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UPI 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inishmor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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