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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1 (목)

[단독]3.3m²당 1억 신축 아파트서도 유해물질 두고 입주민 혼란…건설사 조사선 ‘정상’, 구청선 ‘기준 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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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구 의뢰 1~9월 입주 98채 검사…49채서 발암물질 라돈 등 검출돼

“검사 못믿어” 배출업체 따로 쓰기도…“입주전 유해물질 검사 기준 필요”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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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서울에서 입주한 신축 아파트 18개 단지를 대상으로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 실내 공기질을 검사한 결과 16곳에서 발암 물질인 라돈 등의 유해 물질이 기준치를 초과해 검출됐다. 앞서 건설사들이 자체 조사했을 때 모두 ‘정상’ 판정을 받았던 곳들이다. 3.3m²당 매매가가 1억 원 이상인 고급 아파트도 다수다. 시공사들의 입주 전 실내 공기질 검사와 관련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 보니 신뢰성이 떨어지고, 입주민들만 혼란을 겪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서울시가 손명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에서 입주한 신축 아파트 18개 단지에서 저층, 중층, 고층별로 표본을 선정한 98채 중 16개 단지, 49채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유해 물질이 나왔다. 각 자치구가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해 실내 공기질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다. 기준치를 넘긴 유해 물질은 에틸벤젠, 자일렌, 톨루엔, 라돈 등 4개다. 에틸벤젠은 3채, 자일렌은 6채, 톨루엔은 42채, 라돈은 17채에서 각각 기준치를 초과했다. 일부 가구에선 2가지 이상 물질이 기준보다 높게 나왔다. 이 물질들은 페인트, 접착제, 벽지 등 건축재료에서 발생하며 악취와 구토, 두통 등을 유발한다. 특히 라돈은 폐암 발암 물질이다.

문제는 건설사 자체 조사에선 이상이 없었다는 점이다. 8월 입주한 서초구 A단지는 건설사 자체 조사 당시 모두 정상이었다. 하지만 보건환경연구원 조사에선 8채 중 1채에서 에틸벤젠, 자일렌, 톨루엔이 각각 기준치의 7배, 3배, 2배가 검출됐다. 송파구 B단지도 보건환경연구원 검사 때만 7채 중 4채에서 기준치를 초과한 톨루엔과 자일렌이 나왔다.

실내공기질 관리법에 따라 100채 이상 신축 공동주택을 짓는 시공사는 입주 전 자체 실내 공기질 조사를 의무 시행하고 이를 입주민들에게 공지해야 한다. 서울시는 자치구별로 보건환경연구원을 통해 같은 조사를 한 차례 더 실시한다. ‘30분 환기, 5시간 밀폐 후 조사’ 등의 원칙이 있지만 시공사들이 이를 철저히 지키는지는 알 수 없다. 대형 건설업계 관계자는 “입주가 임박하면 마감 공사 등이 촉박해 가구마다 검사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입주 예정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시공사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해 입주 전 유해물질을 배출하는 ‘베이크아웃’ 작업을 따로 민간 업체에 맡기는 입주 예정자도 많다. 베이크아웃은 밀폐된 집의 실내 온도를 열풍기로 40∼45도까지 올리고 실내 살균제를 뿌린 뒤 환기를 통해 유해물질을 실외로 배출하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보통 5시간 동안 이 과정을 2, 3차례 반복하는 데 수십만 원이 든다. 서울 동작구 한 아파트 입주 예정자는 “5시간에 56만 원이라 부담이 됐지만, 집에 신생아가 있는 만큼 어쩔 수 없이 베이크아웃을 먼저 하고 입주했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입주 전 건설사가 진행해야 하는 베이크아웃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500채 이상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 건강친화형 주택 건설 기준에 따르면 건설사는 실내온도를 33∼38도로 올리고 8시간 유지한 뒤, 문과 창문을 모두 열고 2시간 환기하는 행위를 3회 이상 실시하라고만 돼 있다. 김호연 서경대 나노화학생명공학과 교수는 “하루 3번 이상인지, 일주일에 3번 이상인지 명확한 기간과 횟수 등을 제시해 베이크아웃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최동수 기자 firef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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