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후보 제청 반대 확산
선후배 495명 규탄 성명
“공영방송을 권력에 헌납”
박장범 KBS 앵커가 지난 2월7일 KBS 1TV를 통해 방송된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에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질문하고 있다. KBS 제공 |
김건희 여사가 받은 명품백을 ‘조그마한 파우치’라고 해 논란을 부른 박장범 앵커가 KBS 신임 사장 후보로 제청되면서 KBS 내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지난해 입사한 가장 저연차인 기수부터 박 후보자의 선배 기수까지 연달아 규탄 성명을 내며 제청을 반대하고 나섰다.
30일 취재를 종합하면 박 후보자가 제청된 지난 23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KBS 내부 게시판에는 KBS 취재·촬영기자 30개 기수(18~35기, 37~43기, 45~48기, 50기)가 쓴 연명 성명 18개가 올라왔다. 참여 기자 수는 495명이다.
기자들은 박 후보자가 앵커를 맡는 동안 친정부 성향 방송을 진행했다고 비판하고 앞으로 권력 감시·견제 기능이 더 약화할 것을 우려했다. 50기 기자들은 “‘KBS에서 이런 주제는 못 다루지 않냐’고 묻는 수많은 취재원에게 우리는 ‘보도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답할 수 없었다”며 “공영방송의 가치가 훼손되는 모습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34기는 “파우치(박 후보자)가 대통령 술친구(박민 현 사장)를 이겼다”며 “외래어 하나로 사장이 되면 이미 짧지 않은 우리 회사 부끄러운 역사의 맨 앞줄을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35기는 “대통령을 단독으로 대면하고 질문하는 자리에서 시종일관 굴종적인 태도를 유지하며 공영방송을 권력에 헌납했다”면서 “공영방송 기자로 떳떳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너무도 합당한 사명을 위해 우리는 당신을 반대하고 거부한다”고 밝혔다.
박 후보자의 선배 기수가 포함된 18~25기 기자들은 “여권 이사들만 참여한 이사회 투표에서 당신은 한 번의 투표에 7 대 0으로 최종후보자로 선정됐다고 한다. 어디선가 내려왔을 지시가 있지 않고서는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며 “권력의 의도와 관계없이 본인 능력만으로 최종후보자가 됐다고 주장하지 말라”고 했다.
이들은 “행여 당신이 KBS 사장으로 임명돼 무언가를 지시하고 실행한다면 그것은 최고 권력자 누군가의 명령으로 인식될 것”이라며 “염치를 아는 기자라면 멈출 때가 됐다”고도 밝혔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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