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불법 비밀 선거사무소(이하 '강남 사무실')'를 운영한 사실을 확인했다. 윤석열 후보에게 '불법 비밀 선거 사무소'를 제공한 건물주 남매는 윤 대통령 부부와 인맥과 혼맥으로 이어진 사이였다. 이들 남매는 윤 후보에게 각각 1천만 원씩 후원금을 냈고, 건물 한 층을 통째로 내주고도 임대료를 받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당선 직후 윤 대통령은 건물주 남매를 대통령실이 임명하는 자리에 각각 앉혔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캠프 핵심 관계자들의 교차 증언을 확보하고 기존 언론 보도 등을 면밀하게 검증해 불법 '강남 사무실'이 단순한 의혹이 아니라, 명백한 사실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윤석열 후보 정치자금 지출 내역 및 국민의힘 대통령 선거 회계보고서도 분석했다.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은 사무실은 공직선거법 위반, 공짜로 사용한 사무실은 정치자금법 위반, 당선 뒤 남매에게 제공한 자리는 특가법상 뇌물죄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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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에서 정책총괄지원실장을 지낸 신용한 전 서원대 석좌교수는 앞서 '명태균 보고서'가 캠프에 존재했고, 이를 토대로 참모진이 회의도 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캠프에서 공유한 '명태균 보고서' 파일을 물증으로 제시했다. 이 파일의 마지막 저장 날짜는 대선 당일인 2022년 3월 9일이었다. 이에 따라 윤석열 후보가 본선행 티켓을 쥔 다음부터는 명 씨와 선을 그었다는 대통령실의 해명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신용한 씨는 뉴스타파에 대선 때 운영된 윤석열 후보의 '강남 사무실'에 대해서도 증언했다. 당시 공식 캠프는 여의도 대하빌딩, 후보자 집무실은 국민의힘 중앙당사에 있었다. 그런데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비밀 사무실이 따로 존재했단 것이다. "그곳이 어디냐"는 질문에 신 씨는 "서울 강남의 가로수길에 ○○화랑 건물"이라며 정확한 위치를 지목했다.
이른바 '강남 사무실'은 캠프의 핵심 인사들은 다 아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고 한다. 윤석열 캠프의 고위급 인사였던 A씨는 "그 당시 나도 강남 사무실 주소를 전달받은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 취재를 종합하면, 이곳은 윤석열 후보가 휴식을 취하는 사적 공간이 아니었다. 윤 후보는 그곳에서 참모들의 보고를 받고, 최측근들과 회의도 했으며, TV토론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신 씨의 증언 내용인데, '강남 사무실'에서 이뤄진 일들은 누가 봐도 선거 운동이었다.
○ 기자 : 거기(강남 사무실)가 어딥니까?
● 신용한 : 강남 가로수길에 뭐 ○○화랑이라고, 건물 거기에서 한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기자 : 뭘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 신용한 : 후보 사무실로 오면 항상 이제 그런 이런 문제들이 많이 있었기 때문에 아마 사적으로 중요한 분들을 만나거나 어떤 또 중요한 준비를 하거나 할 때는 ○○화랑에서 많이 한 걸로 알고 있고. 실제로 이제 우리가 전략 상황(조정)회의를 하고 했을 때 어떤 결과물 특히 이제 TV 토론에 대한 Q&A(질문 답변) 이런 것들을 정리를 하고 나면, TV 토론 준비 이런 것들은 집중적으로 또 그쪽에서 많이 강남 쪽에서 보고를 했고 많은 사람들이 또 그렇게 가서 하고. 이쪽(캠프)에서 준비물이 나오면 "야 이거 빨리 해야 돼 빨리 내가 가서 강남으로 ○○화랑으로 가지고 가야 돼" 이런 경우가 꽤나 많이 있었죠.○ 기자 : 저희가 알기로는 일종의 강남 사무소 강남 사무소에 꽤 많이. 특히 밤에 늦은 시간에도 (윤 후보가) 많이 머물렀던 걸로 아는데.
● 신용한 : 실제 이제 TV 토론이나 이런 거 중요한 준비를 할 때 특히 주말 이런 때에 전문가들이 또 어떤 측근들이 가서 보고 하는 거는 강남 사무실에서 많이 했고. (중략) 이제 소위 최측근이나 이런 분들이 주로 중요한 회의 얘기할 때 전략 상황에서는 별 얘기를 다 하고 하니까 그래서 '빨리 뭐 이거 해서 빨리 내가 강남으로 넘어가야 돼'라든지 이런 얘기가 굉장히 많이 있었죠.
- 신용한 씨의 뉴스타파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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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는 신용한 씨가 지목한 '강남 사무실'을 찾아가봤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중심가에 위치한 7층 건물이었다. 최근까지 ○○화랑이 운영 중이었는데, 현재는 재건축이 시작돼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하는 중이었다. 대선 때 윤석열 후보가 썼던 사무실은 이 건물 3층이라고 한다. 3층 면적은 244㎡로 확인된다. 이사를 준비하고 있는 ○○화랑 관계자에게 "대선 때 이곳에 선거사무소가 있었냐"고 묻자 "저희는 그냥 갤러리다. 지금 전시 관련되지 않은 문의는 받지 않겠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건물 등기부등본 확인 결과, 이 건물의 소유자는 두 명이었다. 공동 소유자 김방은 씨는 ○○화랑 대표, 김용식 씨는 ○○화랑 감사로 확인된다. 두 사람은 남매 사이다. 그런데 이들은 윤석열 대선 예비후보의 후원자 명단에도 등장한다. 김방은 씨는 2021년 7월 26일 5백만 원씩 두 차례, 김용식 씨 역시 같은 날 1천만 원을 윤석열 후보자에게 후원했다. 개인 후원금 최대치는 1천만 원이다. 윤석열 예비후보는 같은 날 당일에 후원금 한도액인 25억 원을 모두 채우는 신기록을 세웠다.
남매 중 동생 김용식 씨는 정상명 전 검찰총장의 사위다. 정 전 총장은 윤 대통령이 초임 검사 때 모신 첫 부장검사였고 2012년에 윤석열, 김건희 부부가 결혼할 때는 주례를 봤다. 윤 대통령이 2019년 검찰총장이 될 때는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장이었다. 김 씨 남매는 단순한 고액 후원자가 아니었다. 이들은 인맥과 혼맥의 고리를 바탕으로 윤 대통령 부부와 오랜 기간 친분을 쌓았으며, 물밑에서 정치적인 조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김 씨 남매가 진정한 '비선 실세'라는 말이 정치권과 언론계에서 흘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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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강남 사무실'이 선관위에 신고된 선거사무소나 선거연락소가 아니라는 점이다. 공직선거법 제61조(선거운동기구의 설치)에 따라 대통령 선거 때는 정당 또는 후보자가 선거사무소 1개와 각 시도 및 구·시·군마다 선거연락소 1개씩을 설치할 수 있다. 그리고 정당선거사무소를 설치할 때는 지체 없이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해야 한다.
뉴스타파는 국회를 통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제 20대 대통령선거사무소 설치 현황 자료를 입수했다. 자료를 보면 국민의힘은 서울 강남구 갑·을·병에 각각 3개의 선거사무소와 3개의 선거연락소를 설치했다고 신고했는데 여기에 '강남 사무실', 즉 00화랑의 주소는 포함되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가 캠프 업무 보고를 받고 참모진 회의를 한 '강남 사무실'은 사실상 선거사무소라고 볼 수 있지만, 선관위에 신고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이 된다.
둘째는 윤석열 후보가 임대차 계약을 맺고 임차료를 지불했는지 여부다. 취재진은 윤석열 후보와 김 씨 남매가 임대차 계약을 맺었는지는 확인하지 못 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윤석열 당선인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한 정치자금 사용 내역 및 국민의힘 중앙당이 신고한 회계보고서를 확보했다. 공식 선거사무소라면 여기에 임차료 지급 내역이 나와야 한다. 하지만 '강남 사무실' 임차료 내역은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윤석열 대통령이 개인적으로 임차료를 지불했을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선관위에 신고한 회계 내역에는 없기 때문에 이 또한 불법에 해당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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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명 전 총장의 사위 김용식 씨는 윤 대통령을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도왔고, 대선 직후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로 들어간 사실이 2022년 3월 언론 기사로 확인된다. 당선인 비서실 소속 인원들은 세금으로 월급을 받기 때문에 공직자라고 볼 수 있다. 이후 김 씨가 인수위원회를 거쳐 대통령실에 취업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는다.
김용식의 누나 김방은 씨는 2022년 7월, 대통령실이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 위원으로 위촉한 것으로 확인된다. 자문단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으로 비워진 청와대를 어떻게 활용할지 논의하는 기구다. 뉴스타파가 자문을 구한 법조인들은, 만약 건물주 남매가 '강남 사무실'을 공짜로 제공한 대가로 윤 대통령이 자리를 준 것이라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가 적용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일련의 의혹에 대해 대통령실과 김 씨 남매에게 어떠한 경위로 '강남 사무실'이 생겼는지, 임대차계약서와 임대차료 지급 사실이 있는지, 선관위에 신고는 왜 안 했는지 등을 물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취재진의 전화 연락을 피했고, 반론을 요청하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은 뒤에도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 김방은 씨는 수십 차례 전화에도 연결이 되지 않았고, 김용식 씨는 "저는 할 말이 없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뉴스타파 봉지욱 bong@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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