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혁 국과수 법공학부 교통과 차량안전실장이 29일 강원도 원주 국과수 본원 교통과 실험실에서 급발진 관련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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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시청역 역주행 참사’를 낸 운전자가 급발진을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관계자는 “수동으로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는 반드시 서게 돼 있다”며 반박했다.
김종혁 국과수 법공학부 교통과 차량안전실장은 29일 강원도 원주 국과수 실험실에서 차량 급발진 시연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실험은 시청역 사고 당시 운전자가 몰았던 차와 동일한 제네시스로 진행됐다. 국과수는 제네시스의 전자식 제동 제어기를 무력화한 상황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밟자 빠르게 돌던 바퀴가 정상적으로 멈추는 것을 확인했다. 브레이크등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김 실장은 “제동 시스템이 무력화돼 브레이크가 딱딱하다는 느낌이 있는 상황에서도 브레이크를 충분히 밟으면 차는 완전히 정지한다. 제동등도 정상적으로 작동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청역 사고 운전자는 브레이크를 열심히 밟았지만 딱딱했고 제동등조차 들어오지 않았다고 주장했는데 전혀 맞지 않다”고 했다.
이어 “제동시스템은 최후의 안전장치여서 엔지니어는 어떤 상황에서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가 서게 설계한다”며 “제동시스템은 독립적이라 다른 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해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는 서고,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를 동시에 밟아도 가속 페달이 무력화되는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이 작동한다”고 했다.
국과수는 급발진 주장 사고와 관련해 사고기록장치(EDR), 페달 블랙박스, 슈마크 등을 통해 운전자의 행위를 분석한다. EDR은 일정 수준이 넘는 충격 사고가 났을 때 사고 전후의 운행 정보를 기록한다. 자동차 속도, 엔진 회전수, 핸들 각도는 물론 가속 및 브레이크 페달 밟음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사고 순간에 페달을 강하게 밟아 마찰력으로 생기는 ‘슈마크’는 EDR이나 페달 블랙박스가 없는 구형 차량의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전우정 국과수 교통과장은 “일각에서는 EDR 기록 조작 가능성도 제기하지만 롬(ROM)에 저장돼 있기 때문에 조작은 있을 수 없다. 또 엔진 제어기가 고장 나면 이 기록도 믿을 수 없다고 하는데, EDR은 여러 개의 제어기가 연동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했다. 또한 시청역 사고 운전자의 신발에서 가속 페달 문양을 확인했다고 한다.
전 과장은 “이것은 흔히 나타날 수 있는 흔적이 전혀 아니다. 충격 시점에 어떤 페달을 세게 밟았는지 명확히 규명할 수 있는 물리적인 증거”라며 “이런 것들로 본다면 급발진 사고는 정말 일어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최근 급발진 주장이 이어지는 이유는 뭘까. 전 과장은 “내가 밟고 있는 것은 브레이크인데 차가 급발진하기에 멈추지 않는 것이라 믿는 확증편향 때문”이라고 했다.
2020년부터 올해 6월까지 최근 5년 간 국과수의 급발진 주장 사고 감정 건수는 총 334건인데 이 중 가속 페달 오조작이 83%(277건)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차량이 크게 파손돼 감정이 불가능하거나 EDR이 없는 오래된 차량이었다. 특히 가속 페달 오조작의 60.5%가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 과장은 “급발진 사고는 태양계 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정도의 확률”이라며 “차량 조작이 힘들면 ‘발을 떼고 브레이크 밟자’고 의식적으로 생각하면 사고를 막을 수 있다”고 했다.
[최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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