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31 (목)

고려아연 유상증자에 ‘최윤범 우군’ 참여 전망… 난감해진 영풍·MBK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영풍·MBK파트너스(이하 MBK)와 경영권을 놓고 다투는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방식 유상증자를 진행하기로 해 우군을 추가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번 유상증자에는 주주뿐만 아니라 일반 투자자도 참여할 수 있는데, 특별관계자는 공모주식의 3%까지만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와 영풍·MBK는 최대로 참여해도 11만1979주(3%)의 지분만 추가로 확보할 수 있다. 또 우리사주조합에 신주 발행주식의 20%를 우선 배정해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 측의 우군이 따로 참여하지 않으면 최 회장 측 지분이 영풍·MBK 측 지분을 앞서게 된다.

고려아연은 30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1주당 67만원에 373만2650주를 신규로 발행한다고 공시했다. 고려아연의 총 주식 수는 2070만3283주인데, 전체 주식 수의 약 18%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최종 발행 주식 수는 청약 경쟁률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신주 발행주식 수만큼 청약이 들어와 1대 1의 경쟁률이 되면 신청한 주식을 모두 받고, 경쟁률이 2대 1이 되면 청약 주식의 절반만 갖게 된다. 미청약된 잔여 주식은 발행하지 않는다.

조선비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에서 열린 영풍과 MBK와의 경영권 분쟁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고려아연은 신주의 20%(74만6530주)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했다.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가 각각 3%씩 청약한다고 가정하면 신주 발행주식의 74%를 누가 가져가느냐에 따라 경영권의 향방이 달라지게 된다.

현재 영풍·MBK의 고려아연 지분율은 38.47%이고 최 회장 측의 지분율은 35.42%로 약 3%포인트(P) 차이다. 양측이 이번 유상증자로 11만1979주씩 갖고 간다고 가정하면 영풍·MBK의 지분율은 33.05%, 최 회장 측 지분율은 30.47%로 다소 줄어든다. 여기에 우리사주조합 물량을 더하면 최 회장 측 지분율은 33.52%가 돼 영풍·MBK 지분율을 넘어서게 된다. 영풍·MBK가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하면서 최 회장 측보다 많은 지분을 확보했는데, 이번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다시 역전하는 것이다. 여기에 고려아연은 기존에 보유 중인 자사주도 활용하는 방안이 남아 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외부에 넘기면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이번 유상증자는 일반공모방식이라 국내외 기업이나 기관 투자자 등이 모두 참여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현재 현대차, 한화, LG, 한국투자증권, 조선내화, 트라피구라 등 국내외 기업과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 최윤범 회장은 지난 추석 때 일본에서 소프트뱅크스를 만나고 세계 3대 사모펀드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의 지원 가능성도 있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은 추석 연휴 직후 고려아연 사옥을 방문해 최 회장을 만났다. 한화그룹은 한화에너지를 통해 유상증자에 참여할 수 있다. 한화에너지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 부회장이 50%, 김 부회장의 동생인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 김동선 한화로보틱스 부사장이 각각 25%씩을 보유한 가족회사다. 한화에너지를 통해 참여하면 배임 등의 논란을 피해갈 수 있다.

영풍·MBK도 우군을 확보해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청약일은 12월 3~4일이라 약 한달의 시간이 남았다. 영풍·MBK는 이번 유상증자 결정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MBK 측은 “유상증자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며, 최윤범 회장 및 이사진들에게 끝까지 그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주주 기반을 확대해 국민 기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조치”라며 “일반공모 증자 시 1인당 청약 한도를 정해 놓는 실제 사례는 다수 존재한다”고 말했다.

박성우 기자(foxpsw@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