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법률구조공단 임기제 변호사 대거 사직
박봉과 업무량 과다에 최근 1년여만에 절반 가량 이직
2018년초 변호사 수 278명이었으나
올해 10월에는 140명으로 절반 가량 줄어
변호사 1인당 사건 수 2년만에 200건 늘어
박봉과 업무량 과다에 최근 1년여만에 절반 가량 이직
2018년초 변호사 수 278명이었으나
올해 10월에는 140명으로 절반 가량 줄어
변호사 1인당 사건 수 2년만에 200건 늘어
대한법률구조공단 사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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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원주에서 대한법률구조공단의 법률 상담을 받던 김 모 씨는 최근 4개월만에 담당 변호사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변호사를 구하지 못하다가 주위에서 법률구조공단을 알려줘 도움받으려 했으나 이런 난처한 상황에 부닥친 것이다.
김 씨는 “담당변호사가 새로 지정됐다는 문자를 세 번이나 받았다”면서 “법률 상담과 소송을 진행하려면 사건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데 자주 바뀌니 어려운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대기업 초봉보다 못한 연봉과 인력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업무량이 많아지자 대한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들이 최근 6년새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규직 전환을 기대했던 임기제 변호사들이 정규직 전환은 커녕 연봉 감소 우려마저 높아지면서 외부 로펌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적·사회적 이유로 제대로 된 법률 서비스를 받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한 법률 복지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0일 대한법률구조공단과 소속변호사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지난 2018년 3월에는 소속변호사 101명, 공익법무관(변호사 자격자 중 군미필자의 대체복무) 171명 등 총 278명의 변호사가 근무했으나 이달 초에는 그 숫자가 140명으로 줄어들었다. 최근 6년여만에 소송사건을 처리하는 변호사 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현재 140명 중에는 변호사 자격 실무수습 기간 중이라 소송업무를 수행할 수 없는 공익법무관 11명이 포함되어 있어 실제 소송업무가 가능한 변호사는 129명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공단의 1개 본부, 18개 지부, 42개 출장소, 74개 지소, 1개 법문화교육센터 등 136개 사무실 중 약 80여 개 사무실에는 변호사 등을 배치하지 못해 2개 이상 기관의 겸직으로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이처럼 변호사 숫자가 크게 줄어들다 보니 1인당 담당해야 하는 사건 수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과 2023년 형사와 민사를 포함한 공단의 실적은 각각 11만4982건, 12만1829건이었으며 변호사 수는 147명과 151명이었다. 이에 따라 2022년과 2023년 변호사 1인당 맡은 사건 수는 각각 782.1건, 806.8건으로 업무량이 늘었다. 올해에는 지난 9월말까지 9만7756건을 처리했는데, 전년동기(9만1527건)와 비교하면 6.8% 늘어난 수치다. 노조 측은 올 연말까지 약 13만341건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이 경우 변호사 1인당 사건 수는 소송불가능 인원을 제외할 경우 1010.3건에 달한다.
문제는 다른 변호사들보다 현격히 낮은 연봉과 늘어나는 업무량 등의 이유로 기존 임기제 변호사들이 대거 이직하는 경우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 경우 ‘변호사 이탈→업무 부담 가중→이탈 가속’이라는 악순환은 물론 취약계층을 위한 법률서비스의 질적 하락도 우려된다.
실제 공단은 2019년부터 정규직이 아닌 임기제 소속변호사를 채용해왔으며 작년 8월초에는 38명이었으나 현재는 21명에 불과하다. 최근 1년여 만에 전체 임기제 변호사의 45%에 달하는 17명이 사직했다. 지난 7월 공고를 통해 임기제 변호사 9명을 최근 선발했으나 출근하기도 전에 2명이 그만둬 새로 충원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사노조 관계자는 “업무 처리에 과부하가 걸렸는데 소속변호사 충원은 더디기만 하고 특히 계약직인 임기제 소속변호사들은 연봉이 낮아 외부 법무법인 등에서 훨씬 높은 연봉으로 소속변호사들을 스카우트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공단의 임기제 소속변호사 연봉은 6500만원에서 7000만원으로 책정되어 있는데, 이는 삼성전자·현대차 등 주요 대기업의 초봉 수준보다 낮은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외부 법무법인들이 공단에 근무하던 소속변호사 약 20여 명을 스카우트하면서 제시한 연봉 금액은 약 1억원에서 1억 50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변호사 노조 관계자는 “지난 9월 임기제 변호사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제도의 초안을 만들었는데 공단을 관리·감독하는 법무부에서 연구용역결과의 소속변호사 연봉이 높다고 지적하면서 정규직 전환 제도의 공단 이사회 상정을 반대하고 나섰다”면서 “심지어 법무부의 연봉 하향 지시는 사회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고 낮은 연봉으로 관사도 부족한 비연고지 지방 근무마저 감수하고 있는 임기제 소속변호사들에 대한 모욕적인 처사”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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