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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트럼프가 원하는 것? 양보 아닌 거래… 한국이 먼저 들이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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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전략硏 등 외교·안보 학자 3人 인터뷰

1년 전부터 트럼프·해리스 측 인사 두루 접촉

“누가 되든 방향성은 같아, 담담하게 한국의 준비를 하자”

조선일보

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하이브리드위협연구센터장(왼쪽),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가운데), 하경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이 지난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본지와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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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미국의 중산층과 서민들을 위해 무얼 해줄 수 있는지, 왜 한미동맹이 그들에 도움이 되는지 설명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트럼프 측근 중 한국에 비판적인 사람은 거의 없다. 우리가 먼저 제안을 들이미는, 능동적으로 딜(deal·거래)을 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지난 25일 미국 워싱턴DC에서 만난 고명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하이브리드위협연구센터장, 하경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부연구위원,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은 이렇게 입을 모았다. 세 사람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이 대두된 지난 연말부터 주기적으로 워싱턴을 찾아 보수·진보 양 진영의 인사들을 두루 접촉했다. 미국 대선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지대한 가운데, 한반도에 관한 차기 정책 입안자들의 의견을 청취하고 우리 입장을 설명해 ‘대선 리스크’를 상쇄해 보자는 취지다.

세 사람은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트럼프 간 정책 동조화에 주목했다. 양 진영이 갖고 있는 공통점으로 ▲관세와 보호 무역주의에 대한 긍정적 인식 ▲한·미·일 3자 협력에 대한 관심과 업그레이드 의지 ▲한국의 위상에 대한 인정과 한국을 포함한 G7(7개국) 확대 등을 꼽았다. 고 위원은 “진폭과 속도만 다를 뿐 해리스도 트럼프도 방향성은 같다”며 “트럼프만 아니면 세상이 참 아름답고 편안할 것이란 네러티브는 사실이 아닌 게 확인됐다.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든 우리는 담담하게 우리의 준비를 하면 된다”고 했다. 다만 북한의 실질적 핵 보유를 인정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는 것도 감지됐다. 또 미 조야(朝野)에서 금기시됐던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등에 대해 “이전보다는 완화된, 논의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는 이들도 상당수 있었다”고 한다.

하 위원은 “예전에는 트럼프 개인이 갖고 있는 성향과 보좌진들 간 생각의 차이가 너무 커서 따로 노는 경우가 많았는데 반복 학습, 일종의 ‘교육’ 과정을 통해 간극이 점점 더 좁혀지고 있다”며 “한국이 (미국을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트럼프 귀에 많이 들어갈수록 동맹 관련 노이즈를 만들지 않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는 긍정적인 시그널도 있었다”고 했다. 한국은 지난해 기준 215억 달러(약 29조 8000억원) 투자를 약정한 대미 투자국 1위로 거듭났다. 고 위원은 “트럼프가 원하는 건 양보(concession)가 아닌 거래(deal)란 얘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며 “압박하면 거기에 순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우리가 먼저 능동적으로 제안을 던지면 트럼프도 싫어하지 않을 것이란 조언을 하더라”고 했다. 이런 맥락에서 윤석열 정부 국가안보실 출신인 반 센터장은 트럼프에 ‘작은 승리’를 안겨주는 걸 하나의 협상 전략으로 제시했다. “중국 견제가 중요한 미국에 우리가 역량을 갖춘 전투함 건조, 함선 수리 등을 먼저 제안하거나 작은 공장을 짓는 식으로 트럼프가 리더로서 생색을 낼 수 있는 퍼포먼스를 안겨주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는 얘기다.

◇ “한·미·일 협력, 트럼프 당선시 리브랜딩 필요”

조선일보

(왼쪽부터)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미국 메릴랜드주 캠프 데이비드에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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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정부에서 ‘캠프 데이비드 합의’로 제도화된 한·미·일 협력의 경우 미국의 차기 정부도 계속 중시할 것이라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다만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일종의 리브랜딩(rebranding·재포장)은 필요하다”고 했다. 트럼프가 이를 바이든의 레거시(legacy·유산)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고 위원은 “해리스든 트럼프든 측근들 중 한국에 비판적인 사람은 거의 없다”며 “한 명도 없다고 봐도 되고, 미국의 주요 목표는 중국 견제이기 때문에 중국을 압박할 때 한 나라도 더 있으면 좋다 생각하지 한국을 어떻게 할 생각은 전혀 없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반 센터장은 “인도·태평양 전략이란 최초의 세계 전략도 구비한 한국이 이제는 전략적 모호성에서 벗어나 미국에 먼저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을 제시하면 트럼프와 거래를 하기가 더 쉬울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중추 국가(GPS)’를 표방하는 한국이 북한만 바라보는 외교에서 벗어나 대만·남중국해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한 입장을 좀 더 명확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반 센터장은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약 1만명을 파병한 것과 관련해 “현재 워싱턴은 핵·미사일 문제의 심각성은 알지만 북한에는 별 관심이 없는 분위기”라며 “이번 사건이 오히려 동맹의 결속력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도전과 리스크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 정교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북한에 대한 관심이 다시 불붙은 상황에서 이를 잘 활용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트럼프는 김정은과의 직접 대화를 여러 차례 공언했는데, 반 센터장은 “미국이 한국을 배제한 채 북한과 군축을 하게 되면 규칙 기반 질서가 무너지는 것이고 한미동맹의 디커플링, 한·미·일 안보 협력 누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설명해줘야 한다”고 했다.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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