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취임 100일…윤-한 갈등의 반복
친한계 "대표에게 공간 주어지지 않아"
뚜렷한 성과 없이 갈등 반복…장악력 불안
현안 쫓기는 韓과 달리 이재명 대권행보
재계·보수 원로 만나…여권 갈등에 '팔짱'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생 입법과제 점검 당정협의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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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30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정치권에서는 여권 분열상이 도드라지면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는 박한 평가가 나온다. 윤-한 갈등에 이어 당내 계파 분열까지 발생한 탓에 한 대표의 당 장악력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가 제기되면서다. 한 대표는 갈등 봉합과 함께 향후 대권을 위한 차별화 전략까지 도모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았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표면적으론 '느긋한' 모습이다. 여권 분열을 호재(好材) 삼아 민생 현장을 다니거나 재계 인사를 만나는 등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한 대표에 비해 상대적으로 운신의 폭이 넓은 만큼 향후 대권을 위한 행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다음달 법원의 1심 선고는 변수다. 선고 결과에 따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100일 간 반복된 尹-韓 갈등…"좀처럼 입지가 생기질 않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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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보낸 지난 100일은 이른바 '윤-한 갈등'의 반복으로 요약할 수 있다.
7.23 전당대회에서 62.84%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대표 자리에 올라 '국민 눈높이'를 외치며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사안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극한 대립이 펼쳐졌을 뿐 확실한 성과는 없었다. △제3자 추천 채 상병 특검법 △의정갈등 해법 △김건희 여사 리스크 해소 등 주요 현안마다 양측의 갈등과 정면 충돌만 회자됐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실현되지 못했다.
이를 두고 친한계에서는 "한동훈 대표에게 공간이 주어지지 않고 있다(29일 SBS라디오 장동혁 최고위원)"는 불만이 나오고, 친윤계에서는 "대통령과 20년 인연이라면서 공개적으로 분란만 일으키고 있다(국민의힘 관계자)"는 비판이 나오는 상황이다. 심지어 한 대표가 임명한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YTN라디오에서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윤석열 정부와 같이 연대감을 갖고 동반자의 인식을 갖고 같이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정도로 대립에 대한 우려가 큰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 앞 잔디마당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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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성과 없이 계파 갈등만 심화되다 보니 출범 100일이 됐음에도 한 대표의 당 장악이 불안정해 일련의 행보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 대표가 직접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공언했는데, 즉각 추경호 원내대표가 '원내 사안'이라며 선을 긋는가 하면, 친윤계에서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등 반대파를 전혀 설득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한 대표는 자신에게 공격을 가하기 직전에 선제적으로 공격에 나서는데에는 대한민국에서 일인자"라며 "아직도 검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정치인이 되려면 멀었다"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당과 보수 진영의 혁신·쇄신 방안을 중점적으로 언급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보다는 당정갈등과 당내 갈등 상황에 대한 해법에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상된다.
당 바깥에도 숙제는 남아있다. 다가오는 이 대표와의 2차 회담에서 성과를 끌어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회담에 특검법과 특별감찰관 도입 등 이슈가 올라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대표 입장에서는 '여권 내 차별화' 전략을 도모하면서도, 이 과정에서 당내 갈등에 기름을 끼얹지는 않는, 복잡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여권 분열' 틈타 재계·보수 원로 만나며 '대권행보' 나선 李…사법리스크는 '변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김민석 최고위원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미소짓고 있다. 윤창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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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이 대표는 한 대표보다 상대적으로 '느긋한' 모습이다.
민주당에 따르면, 이 대표는 이날 소상공인·자영업자와 민생 경제 간담회를 열었고, 다음달 4일에는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는 'SK AI서밋 2024' 행사에 참석한다. 다음달 11일에는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만나 정책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경제 행보'를 이어 간다. 이 대표는 재계 측 인사들과 만나 상법 개정 여부 등을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 인사들도 폭넓게 만난다. 이 대표는 30일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과 만나 정국 관련 자문을 구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에도 이상돈 전 의원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식사 자리를 갖기도 했다. 보수·중도 인사를 폭넓게 만나며 당의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여권이 어지러운 와중에 향후 대권을 위한 민생 행보에 나서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이는 여권의 자중지란(自中之亂)을 호재 삼아 당분간 '관망'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특별감찰관 도입의 경우 당초 민주당에서 제안했던 의제지만, 여당 내에서 논란이 되자 '국민의힘 입장이 중요하다'며 입을 다물고 있다. 민주당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사전적이고 예방적 조치일 수밖에 없는 특별감찰관을 얘기한다는 건 물타기"라고 선을 그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중앙포럼에서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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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여권 분열로 인한 이득을 보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한 대표를 민주당 쪽으로 끌어당겨 여권 분열을 키우겠다는 의도다. 한 대표가 김 여사 특검에 협조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을 고립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전날 회의에서 "(한 대표는) 한가하게 특별감찰관을 주장할 게 아니라 김건희 특검법 통과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고 제안했다.
그 일환으로 2차 여야 대표 회담도 민주당 입장에서는 미룰 이유가 없다. 오히려 여당이 특별감찰관 도입 여부와 관련해 의견을 정리하기 전 특검으로 흔드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2차 회담 일정과 관련해 민주당은 '가급적 빨리 만나자고 했지만 한 대표 측이 답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는 대권 가도에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이 대표는 다음달 15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를, 같은달 25일 위증교사 혐의 사건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당내에서는 낙관론이 나오고 있지만, 선고 결과에 따라 자칫 이 대표의 대권 행보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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