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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서울시, 年예산 15% 저출생 해결에 투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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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6조6500억 탄생 응원 프로젝트

신혼부부들 위한 장기전세주택 年 4000가구 공급

무주택 출산 가정 2년간 月 30만원

조선일보

오세훈 서울시장이 29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열린 '탄생응원 서울 프로젝트 시즌2' 기자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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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내년부터 2년간 총 6조6500억원을 저출생 문제 해결에 투자한다. 줄어들기만 하던 서울시의 출생아 수가 최근 5개월 연속 증가하는 등 반등의 기미가 보이는 가운데, 서울시 1년 예산(45조원)의 15%에 달하는 목돈을 쏟아부어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것이다.

서울시는 29일 이 같은 내용의 저출생 대책인 ‘탄생 응원 서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우선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으면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는 장기전세주택을 내년에 3500가구 공급하기로 했다. 2026년부터는 매년 4000가구씩 공급할 계획이다. 내년부터 무주택 가구가 아이를 낳으면 월 30만원씩 2년간 총 720만원을 주거비로 지원한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에게는 혼수비로 100만원을 준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기저귀, 분유 등 육아용품을 최대 50% 싸게 살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도 연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저출생 문제는 구멍 난 컵이라고 생각했는데 이제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며 “이럴 때 더 쏟아부어 반등의 흐름을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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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철원


서울시가 저출생 극복에 투자하려는 6조6500억원은 신공항 하나를 짓는 데 드는 사업비와 맞먹는 돈이다. 그만큼 지금이 중요한 ‘터닝 포인트’(전환점)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매달 마이너스(-)를 찍은 서울의 출생아 수는 지난 4월부터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로 전환했다. 공식 통계가 나온 지난 8월까지 5개월 연속 증가세다. 이는 2012년 이후 12년 만의 일이다. 같은 기간 결혼 건수도 전년 동기 대비 3411건(23.5%) 증가했다.

서울시는 지난 2년간(2023~2024년) 저출생 극복에 3조6000억원을 투자한 것이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이번에 예산을 2배로 늘리는 것이다. 관련 사업은 52개에서 87개로 늘어난다.

서울시가 이날 발표한 대책에는 미혼 남녀가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전 과정에 대한 지원 방안이 담겼다.

그중에서 핵심은 주거 대책이다. 전체 예산의 54%인 3조5899억원을 신혼부부 주거 지원 사업에 투자한다.

서울연구원이 지난 8~9월 서울시민 161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시민들은 출산 여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주거 문제’를 꼽았다. 집값이 뛰어 내 집 마련하기 어렵다 보니 결혼하고 아이 낳기가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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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서울시의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인 ‘미리 내 집’ 공급을 확대한다. 미리내집은 ‘내 집을 (싼값에) 미리 마련한다’는 뜻이다. 올 12월 입주 예정인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 300가구를 시작으로 올해 1000가구, 내년에 35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2026년부터는 매년 4000가구씩 공급할 계획이다. 서울에서 한 해 결혼하는 신혼부부는 약 3만6000쌍인데 10쌍 중 1쌍이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을 꾸준히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재개발·재건축 단지에서 기부채납을 받거나 그린벨트 등에 아파트를 지어 공급한다. 미리내집은 아이를 낳으면 인센티브를 주는 장기전세주택이다. 아이 수에 따라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고 20년 뒤 최대 20% 싼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다.

내년 1월부터는 서울 사는 무주택 가구가 아이를 낳으면 월 30만원씩 총 720만원 현금을 준다. 전세 보증금 3억원 이하나 월세 130만원 이하인 집에 사는 가구가 받을 수 있다. 내년에 1380가구, 2026년에 4140가구를 지원한다. 김선순 서울시 여성가족실장은 “서울과 수도권 아파트 월세가 보통 30만원 정도 차이가 난다”며 “주거비 때문에 아이 낳기를 포기하거나 서울을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도입한다”고 했다.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지원 사업도 확대한다. 소득이 적은 신혼부부가 전세나 월세를 구할 때 최대 2억원까지 임차 보증금을 빌려주고 있는데 대출 한도를 3억원으로 늘린다. 대출 이자 지원 한도도 연 3.6%에서 4.5%로 확대한다.

출산 휴가 가기 어려운 ‘나 홀로 사장님’(1인 자영업자)이나 프리랜서가 아이를 낳으면 90만원을 지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1인 자영업자는 아이를 낳고도 가게 문을 닫을 수 없어 출산 휴가를 가기 어렵다”며 “잠깐이라도 쉴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가 아이를 낳아도 지원금(80만원)을 준다.

기저귀, 분유 등 육아용품을 최대 50% 싸게 살 수 있는 육아용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도 연다. 이름은 ‘탄생응원몰’로 정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육아용품 쇼핑몰을 차리는 것은 처음이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저출생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시도해보자는 생각으로 아이디어를 냈다”며 “동참하려는 민간 업체들이 있어 협의 중”이라고 했다.

시가 플랫폼을 만들고 민간 업체들이 들어와 운영하게 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시중 플랫폼보다 10~30% 싼 가격에 육아용품을 팔 계획”이라며 “할인 쿠폰까지 더하면 반값으로 살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의 혼수 비용도 100만원씩 지원한다. 혼수 비용으로 쓴 영수증을 제출하면 환급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이른바 ‘스드메(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에 쓴 돈이나 세탁기, TV 등을 장만할 때 쓴 돈도 환급해준다.

서울시가 운영 중인 공공 키즈카페인 ‘서울형 키즈카페’는 2026년까지 400곳으로 늘린다. 서울형 키즈카페는 민간 키즈카페보다 싼 3000~5000원에 2시간 놀 수 있는 실내 놀이터다. 현재 98곳을 운영 중인데 동별로 한 곳 이상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최연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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