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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나랏빚 예상보다 50조는 더 불어난다는데”…무한긍정 빠진 느긋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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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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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뒤 나랏빚이 당초 정부 예상보다 53조원 늘어날 것이란 국회 예산정책처의 전망이 나왔다. 예정처는 정부 재정건전성을 위해선 지속적인 지출구조조정과 함께 과도한 감세 정책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정부가 30조원에 달하는 올해 세수결손을 메우기 위해 각종 기금을 동원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가채무의 질을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29일 예정처 ‘2024~2033년 중기재정전망’ 등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채무는 올해 1177조1000억원에서 2028년이면 1565조2000억원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 역시 올해 46.2%에서 2027년 51%로 역대 최초로 50%를 넘긴 뒤 2028년 52.4%로 상승한다. 당초 지난해 국가채무 비율이 GDP의 50%를 넘긴 것으로 나왔지만, 올해 6월 국민계정통계 기준연도가 변경되면서 국가채무 비율도 46.9%로 하향 조정된 바 있다. 그러나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도 지출이 매년 수입을 상회하면서 앞으로 50% 돌파가 기정사실이 됐다는 전망이다.

더 큰 문제는 나랏빚 증가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것이다. 지난 8월 기획재정부는 2028년 국가채무를 1512조원으로 예정처보다 53조2000억원 적게 추산했다. GDP 대비 채무비율 역시 2028년에야 50.5%를 기록할 것이라고 봤다.

국가채무는 중앙정부 채무와 지방정부 채무를 더해 추산된다. 예정처는 지방정부 채무를 기재부 전망을 차용했다. 따라서 예정처와 정부의 나랏빚 증가 ‘속도차’는 중앙정부의 적자 증가 속도 전망이 다른데서 비롯된 것이다. 실제 정부는 예정처보다 올해 포함 5년간 총수입이 48조원 크고 지출은 20조8000억원 작을 것이라고 봤다.

이와 관련 예정처는 정부가 향후 늘어날 복지지출을 과소 추계했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정부 전망상 복지분야 의무지출은 과거 추세와 2025년 이후 정책 변화를 고려할 때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며 “앞으로 5년간 정부는 연평균 6.1% 늘어날 것이라고 봤는데 예정처는 7.6% 증가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국민연금과 건강보험, 기초생활보장제도 등에 들어갈 세원이 정부 전망보다 클 것이란 뜻이다.

예정처는 정부 재정건전성을개선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지출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의도하는 재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재량지출 증가율을 연평균 1.1%로 제한하는 지출구조조정과 세외수입 확충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국세수입을 쪼그라들게 하는 과도한 세금감면 정책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와 별개로 국세감면액은 이전 정부와 마찬가지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16년 37조4000억원이었던 국세감면액은 내년 78조원까지 증가해 10년간 연평균 8.1%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국세감면율 역시 2023년(15.8%) 15%를 웃돈 뒤 내년까지 3년 연속 법정한도를 초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예정처는 “재정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보다 안정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며 “실효성 있는 조세지출 정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세수입에서도 ‘구멍’이 나고 있다. 예정처는 올해 관세수입이 7조원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최근 10년중 코로나19로 수출·수입이 얼어붙었던 2020년과 함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관세수입이 저조한 배경중 하나로는 특정 품목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는 ‘할당관세’ 제도의 남발이 있다. 올해 정부가 할당관세를 적용한 품목은 지난달 기준 138개 품목이다. 2021년 92개였지만 이듬해 119개로 급등했고, 지난해 117개로 소폭 줄었지만 올해 다시 20개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주택가액이 아닌 주택수에 부과하는 양도소득세 등은 고소득층에 혜택을 주고 세원을 위축시키는 어정쩡한 세제”라며 “이같은 불필요한 감세책을 정비하는 것과 함께 내수 경기 활성화를 통해 세원을 키워 수입을 늘려야 나랏빚 증가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정처는 외국환평형기금 등 각종 기금을 동원한 정부의 세수결손 대응방안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예정처는 “정부가 지방 이전 재원을 미교부하는 등 재정지출을 축소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경우 수출과 내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정이 경기 안정화라는 중요한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지 못할 수 있다”며 “외평기금의 재원을 세수결손 대응을 위해 활용하면 금융성 채무가 적자성 채무로 전환되면서 채무의 질이 악화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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