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온 ‘지옥’(연출 연상호, 각본 연상호·최규석)은 새진리회 초대 의장 정진수(김성철·사진)와 박정자(김신록·사진 아래)의 부활을 둘러싸고 각 세력이 충돌하는 가운데 더 암울해진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사진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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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처에 지옥행을 고지 받은 자들이 불안·공포에 떨고, 이를 틈타 광신도들이 세력을 키운다. 무법 세상을 통제하기 위해 정치권력은 개인의 인권을 지키는 대신 이데올로기 조작에 매진한다. 지옥이 따로 없는 현실에 희망이란 있는가. 인간이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인가.
2021년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돼 세계적인 화제를 부른 ‘지옥’이 3년 만에 시즌2로 돌아왔다. 지난 25일 공개된 시즌2 역시 시즌1처럼 6부작이다. 연상호 감독이 최규석 작가와 공동 작업하는 동명의 웹툰 원작을 공동 극본으로 옮겼다. 29일 서울 소격동 카페에서 만난 연 감독은 “영화 ‘부산행’ 이후 상업영화·시리즈 쪽에서 ‘지옥 2’가 열 번째 작업인데, 이번엔 흥행 부담 없이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한 것 같다”고 했다.
3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온 ‘지옥’(연출 연상호, 각본 연상호·최규석)은 새진리회 초대 의장 정진수(김성철·사진 위)와 박정자(김신록·사진)의 부활을 둘러싸고 각 세력이 충돌하는 가운데 더 암울해진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사진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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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2의 배경은 시즌1으로부터 4년이 흐른 시점. 시즌1 말미에서 지옥행을 고지 받은 아기가 부모의 희생 덕에 살아났지만, ‘정죄의 불에 동참하라’는 광신도 집단 화살촉의 선동에 세상은 더 암울하다. 여기에 시연(지옥의 사자가 지옥행을 고지받은 사람을 불태워 죽이는 것)을 당한 박정자(김신록)가 4년 전 부활해 새진리회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새진리회 초대의장 정진수(김성철)까지 부활하면서 극심한 혼란이 빚어진다.
한층 복잡해진 디스토피아에서 핵심 갈등은 부활자 박정자를 대하는 태도. 거짓 복음을 권력 안정에 활용하려는 청와대 정무수석 이수경(문소리)에 맞서, 민혜진(김현주) 변호사는 박정자를 자녀들에게 되돌려주려 애쓴다. 하지만 민혜진이 이끄는 ‘소도’ 안에서도 해법을 달리하는 인물이 나오는 등 각자의 의지가 충돌하고 이 선택들이 또 다른 파국을 부른다.
연 감독은 “사실 ‘지옥’의 세계는 우리 세계와 굉장히 닮아 있다”면서 “시즌2에선 시즌1의 세계관과 화두를 가져오되, 현실 세계의 화두를 동시에 담았다”고 했다. 일관된 건 불가해한 일들이 벌어지는 이유에 대한 설명이 생략됐다는 점. 연 감독은 이를 “코즈믹 호러(cosmic horror), 즉 압도적인 불가사의가 있고 그 이유를 설명하기보다 거기서 발버둥 치는 인간을 그리는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왜 ‘고지’와 ‘시연’이 벌어지는지, 부활은 누구에게 주어지는지 등을 끝끝내 설명하지 않는 이유다.
3년 만에 시즌2로 돌아온 ‘지옥’(연출 연상호, 각본 연상호·최규석)은 새진리회 초대 의장 정진수(김성철)와 박정자(김신록)의 부활을 둘러싸고 각 세력이 충돌하는 가운데 더 암울해진 디스토피아를 그렸다. [사진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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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인간이란 존재가 파악하지 못하는 것들이 많다. 불행에다 의미(이유)를 덧입히는데 그래서 오히려 진실과 멀어지기도 한다. 시즌1 엔딩에서 정진수가 형사(양익준)에게 선택권을 줬듯, 우리가 어떤 이야기를 선택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이날 별도 인터뷰로 만난 김신록 역시 “지옥이란 작품이 좋은 게 ‘왜’를 묻다가 함정에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연상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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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왜 태어났느냐, 왜 나한테 불행이, 이런 건 답이 없지 않나. 다만 주어진 상황에서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나에게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아닐까. 이런 지적인 질문을 어렵지 않게 엔터테인먼트로 풀어내고 계속 확장할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다.”
시즌1을 통해 존재감을 폭발시킨 그는 시즌2에서도 부활자라는 기묘한 설정을 희번덕거리는 시선 처리와 가쁜 호흡의 대사로 정밀하게 구현했다. 그가 정진수와 대립하며 내뱉는 말 “당신의 지옥과 나의 지옥이 다른가봐요”는 지옥2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시즌1의 정진수를 연기한 배우 유아인이 법정에 서는 날이었다. 지난달 상습 마약류 투약 혐의로 법정구속된 후 첫 항소심 공판이었다. 배우 교체로 상당부분 재촬영이 이뤄지고, 연 감독의 다른 작품들(‘선산’ ‘기생수: 더 그레이’ 등)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지옥 2’는 기대보다 늦게 찾아왔다. 때문에 초반부엔 ‘지옥’ 특유의 세계관에 몰입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회차가 거듭될수록 타격감 높은 액션과 대부흥회 등 군중 밀집 장면의 ‘정교한 혼돈’이 보는 이를 빨아들인다.
클라이맥스 스튜디오와 와우포인트가 공동제작한 ‘지옥2’는 공개 이틀 만인 27일 한국·싱가포르·베트남에서 넷플릭스 시청 1위에 올랐다.
강혜란 문화선임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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