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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 (수)

[특파원 칼럼]미 대선 이후 외교·로비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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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주 미국 대선 결과가 나오면 올 한 해 글로벌 정세에 드리운 가장 큰 불확실성의 장막이 걷히게 된다. 동시에 내년 1월 차기 미국 대통령 취임 전까지 누가 행정부 요직에 기용되고 정책 방향은 어떻게 달라질지를 놓고 각종 추측이 시작될 것이다.

미국을 상대하는 한국 정부 부처와 기업들에는 물밑 외교와 로비의 시간이다. 벌써부터 워싱턴이 방미하는 각계 인사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것이라는 이야기도 들린다. 관건은 미국 신정부와의 네트워크를 다지고 한국 관련 정책 검토 과정에 우리 입장을 반영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선 차기 미국 행정부가 한반도의 안보 우려를 진지하게 접근하게 해야 한다. 민주·공화 양당의 새 정강정책에서 ‘북한 비핵화’ 언급이 빠졌지만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해법을 포기하지 않도록 설득하는 게 급선무다. 북한이 러시아에 대한 병력 파병 대가로 핵·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기술을 이전받는다면 우리가 직면한 안보 위협은 더욱 커진다. 특히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재집권하고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경우 북한의 일부 핵보유를 용인하는 구도로 흘러가지 않도록 한국이 주도적 목소리를 내야 한다.

경제·통상 분야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누가 백악관의 주인이 되든 미국발 중국 견제 조치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에 닥칠 수 있는 불이익을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한국 기업이 수혜 대상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기를 공언해온 트럼프는 27일 반도체법에 대해서도 “매우 나쁜 반도체 거래”라며 관세 부과를 주장했다. 공화당 강세 지역에 집중된 한국 기업의 대규모 미국 투자를 정치적 자산으로 활용하면서, ‘관세맨’ 트럼프가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를 표적으로 삼지 않도록 하는 묘수가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민관이 ‘원팀’으로 공조하고 여야 가리지 않고 대미 네트워크가 풍부한 인사들을 중용하는 것은 필수다.

미국 대외정책 결정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는 의회 권력 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11월5일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선거의 현재 판세는 상원은 공화당의 다수당 지위 탈환이 유력하고, 하원은 공화당이 박빙 우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2.0이 현실화할 경우 의회의 견제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한 미국 전문가는 “트럼프 2기는 1기 때 트럼프의 일방적인 독주에 제동을 건 소위 ‘어른들’ 참모 그룹이 없을 것”이라며 “의회가 사실상 유일한 견제 장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을 ‘머니머신’이라고 언급한 트럼프와 달리 동맹의 중요성과 가치를 이해하는 의회 핵심 인사들과의 관계 구축에 더 공을 들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국 국내법과 여론을 고려해 세련되고도 당당하게 접근하기를 당부하고 싶다. 미국은 선거 관련 외국 세력의 영향력 행사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으로 기소된 ‘수미 테리’ 사건 여파가 가시지 않은 워싱턴에서는 한국과의 통상적인 학술 교류조차 몸을 사리는 분위기가 있다.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소수의 창구에 의존해 단기간에 성과를 끌어내려는 조급함을 버리고, 긴 호흡으로 미국 내 우군 만들기에 집중했으면 한다.

경향신문

김유진 워싱턴 특파원


김유진 워싱턴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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