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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31일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 실물이전을 앞두고 금융사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새로운 전장이 열렸다. KT의 대규모 희망퇴직 시행에 따른 퇴직연금 유치전이다. 개별기업의 일회성 희망퇴직이지만, 규모가 최소 3000억~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은행 간 유치 총력전이 벌어지고 있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이번에 KT가 진행하는 희망퇴직 대상자는 약 6000명에 달한다. 희망퇴직 신청은 다음달 4일까지이고, 최종 희망퇴직이 결정된 사람들은 다음달 21일 퇴직금 등을 입금받게 된다.
KT 사측이 제안한 특별희망퇴직금은 최대 4억3000만원이다. 여기에 기본 퇴직금까지 더해져 은행권은 최소 3000억~4000억원의 거대 자금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법정퇴직금은 IRP(개인형 퇴직연금)로 증권, 은행, 보험 등 16개사 계좌를 통해 받을 수 있고, 특별희망퇴직금 역시 동일하게 IRP 계좌로 받거나, 증권사의 8개 연금저축으로 받을 수도 있다"면서 "이 자금 중 일부만 유치해도 그 규모가 결코 작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실물이전을 앞두고 '사수'에 총력을 쏟고 있는 은행들은 아예 KT 전담상담인력까지 배치하고 있다. 또 KT에서 희망퇴직을 하는 사람들을 위한 제안서를 배포하고, 전용 안내장까지 제작에 들어갔다.
신한은행은 퇴직연금솔루션부 내에 KT 전담팀을 꾸렸다. 이벤트 기간 내에 신한은행 IRP 계좌로 희망퇴직금과 퇴직금을 입금받아 연금 상품에 가입하는 경우 기프티콘과 네이버페이 포인트 등을 제공하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퇴직금이 거액일 경우 투자상품 전문상담사를 붙여주고, 절세와 관련한 방문 상담 서비스도 제공하기로 했다.
하나은행 역시 전국 각 지점마다 KT 전담상담인력을 배치하고, 이를 다시 수익률을 관리하는 IRP전담팀과 퇴직연금을 사후 관리하는 '연금관리 자산관리센터'로 나눠 처리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은 KT 임직원 고객 전용 퇴직연금 안내장을 제작하고, 이들을 위한 세미나와 현장설명회 개최도 준비 중이다. 우리은행도 KT 전용 안내장을 제작하고 찾아가는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비대면 IRP 신규 운용 시 수수료 면제 등 혜택도 제공하기로 했다.
이처럼 KT라는 기업 하나의 희망퇴직 시장에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나서는 것은 31일 실물이전제도 시행에 따라 상당 금액을 증권사에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기준 퇴직연금 사업자 적립금은 400조793억원에 이른다. 이 중 은행이 보유한 적립금은 50%가 넘는 210조원대다. 실물이전제도 시행 전에는 개인이 퇴직연금을 옮기고 싶어도 계좌를 해지하고 이동해야 해 복리 효과도 사라지고 번거로워 그냥 놔두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제약 없이 옮길 수 있는 만큼 소비자 입장에선 수익률 등을 따져보고 이동할 유인이 생긴 것이다. '사수'하려는 은행과 '빼앗아오려는' 증권사들 간 마케팅 경쟁이 거세진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1년간을 비교할 경우 증시 호황 덕에 은행보다는 증권사나 보험사의 성과가 앞서는 상황이다. 금감원의 최근 1년간 퇴직연금 사업자 잠정 실적(3분기 기준)에 따르면 금융회사에 따라 최대 13%포인트까지 수익률 차이가 났다.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는 작지만 수익에 예민한 지방은행·증권사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박인혜 기자 / 김정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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