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생명 자회사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 추이/그래픽=최헌정 |
보험사들이 자회사 보험법인대리점(GA)의 자본금을 확충하고 조직을 확대하는 등 대형화하고 있다. 보험시장에서 GA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어 대항마로 자회사 GA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지난 23일 자회사 GA인 'ABA금융서비스'에 142억원을 출자했다. 이번 출자로 ABA금융서비스의 자본금 규모는 331억원으로 늘었다. 늘어난 자본금으로 인수합병을 포함해 외부조직 영입 등 영업조직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투자를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영업 인력도 9월 말 기준 670여명에서 1000명 이상으로 늘릴 예정이다. 2027년까지 대형 GA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춘다는 목표다.
삼성화재도 자회사 GA인 '삼성화재금융서비스'의 인력과 조직을 확대하고 있다. 소속 설계사 숫자는 올해 9월말 5251명으로 전년말(5157명)에 비해 1.8%(94명) 늘었다. 전속 지점(산하 조직까지 포함)은 2022년 12월 말 66개에서 올해 6월 말 96개로 45.5% 늘었다. 올해 상반기만 6개의 지점(산하 조직 포함)을 늘렸다. 지난해 2월에는 300억원을 출자했다.
한화생명은 가장 적극적으로 자회사 GA 설계사 규모를 늘리고 있다.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라이프랩, 지난해 1월 인수한 피플라이프의 소속 설계사 숫자는 올해 6월 말 기준 2만9184명으로 3만명을 넘본다. 1년 전에 비해 3402명(13.2%) 늘었다.
보험사들이 자회사 GA를 키우는 이유는 건강보험상품 판매 과열 등으로 인해 GA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GA의 입김이 세지면 원수보험사가 수수료, 시책 등 책정에서 주도권을 가지기 어렵고 협상력도 약해진다. 자사 상품을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 보험사 입장에서는 자회사 GA를 통해 경쟁력 있는 영업 채널을 보유하고 있어야 적정 수준의 매출을 유지할 수 있다.
최근 자회사 GA가 모회사 상품을 판매하는 것과 관련해 일감몰아주기 등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애초 자회사 GA를 만든 이유가 안정적인 매출 확보라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다. 가령 생명보험의 자회사 GA는 제휴를 통해 다른 손해보험사의 상품은 판매하지만 경쟁 생보사의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지는 않는다.
보험판매 전문회사 제도 도입 가능성도 보험업계가 움직이는 이유 중의 하나로 꼽힌다. GA업계의 숙원사업인 '보험판매 전문회사' 제도가 도입되면 GA의 영향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GA가 보험판매 전문회사로 격상되면 배상책임과 영업규제 준수 의무 등 금융회사 수준의 책임을 지는 대신에 원수보험사에 사업비 협상을 가지는 등 상당한 권한을 갖는다. GA업계가 적극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금융당국도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한다는 입장이어서 업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앞으로 GA시장은 대형 GA와 자본력을 갖춘 자회사형 GA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회사 GA의 규모를 키워 조직 확대와 매출 증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규민 기자 bk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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