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최근 3개월 원달러 환율 추이/그래픽=김다나 |
'킹달러'(달러화 초강세) 귀환은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당장 추가 금리인하 시기가 내년으로 밀리는 분위기다. 이제 막 살아날 기미를 보이는 내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단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최근 발표된 3분기 GDP(국내총생산)에서 확인된 성장 부진이 장기간 이어질 수 있단 우려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6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동행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달러가 굉장히 강해지면서 원/달러 환율이 우리가 원하는 것보다 높게 올라있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며 "지난번까지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다시 (통화정책의)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밝혔다.
올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11월 한차례 남은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연내 추가 금리인하가 어렵다는 의미로 읽히는 발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빅컷'(한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것)과 한은의 '스몰컷'(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으로 역대 최대로 벌어졌던 한미금리차가 축소(2%포인트→1.75%포인트)됐음에도 외려 최근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서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가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은이 추가로 금리를 내리면 원/달러 환율 상승을 자극할 우려가 크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의 특성상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낮으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좆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은의 추가 금리인하 지연은 환율 안정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지지만 다른 한편에선 우리나라의 성장 경로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요인이기도 하다.
당장 내수 회복 기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강달러 자체가 내수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 그만큼 수입 물가가 올라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감소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기업들이 원자재와 부품 가격 상승에 대응해 생산비용 절감에 집중하면서 투자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고환율=수출 호재'라는 분석도 이제는 옛날 얘기가 됐다. 외려 해외에서 들여오는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 및 공급 불안 등으로 고환율이 수출에 악재가 될 수도 있단 분석도 있다.
이 총재도 "지금은 삼성, 현대차 등이 전부 외국에서 생산하고 있고 달러화로 프라이싱(가격)을 받고 있어 환율이 올라가면 수출에 유리한 시기는 10년 전에 끝났다"며 "(환율과) 수출과의 연관은 줄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다른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 원화 가치 하락폭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이달 1~25일 사이 원화 절하 폭은 -5.21%로 △일본 엔화(-4.92%) △호주 달러화(-4.35%) △영국 파운드화(-3.07%) △유로화(-2.87%) △캐나다 달러화(-2.45%) △스위스 프랑(-2.21%) △중국 위안화(-1.52%) △대만 달러화(-0.69%) 등보다 크다.
'트럼프 트레이드' 및 중동분쟁 격화 등 킹달러 장기화 가능성에 정부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외환당국은 원/달러 환율 변동성에 중점을 두고 과도한 쏠림발생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단 입장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글로벌 강달러 현상과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때문에 (원화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며 "약세 속도가 다른 나라 통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빠른 면이 있어 정부가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율 변동성을 각별히 주시하고 있기에 쏠림 현상이 있다면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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