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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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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서 상경한 연극...‘이별의 말도 없이’ 서울 입성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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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 열차. 대전발 영시 오십 분. 세상은 잠이 들어 고요한 이 밤. 나만이 소리치며 울 줄이야…"('대전블루스'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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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홍시 '이별의 말도 없이' 공연 모습. 치매에 걸린 옥심(오른쪽)은 수십 년 전 헤어진 달삼과 재회하고 다시 그에게 마음을 열게 된다. 사진 극단 홍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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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역 인근 구도심에서 살아가는 옥심은 평생 역 앞에서 국수를 팔며 억척스럽게 살다 늘그막에 치매에 걸렸다. 하나 뿐인 아들은 오래전 죽었고, 6·25 피난 행렬 속에서 생이별한 가족들을 찾겠다며 수십 년 전 집을 나간 남편은 옥심이 80살이 되도록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도 찾지 않는 쇠락한 구도심처럼 생기 없이 늙어가던 옥심에게 한 남자가 찾아온다. 수십 년 전 옥심을 떠난 그의 이름은 박달삼. 치매에 걸린 옥심은 자신을 20대 새색시로 여기고, 달삼이 자신을 떠나있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그에게 다시 마음을 의지한다. 달삼과 옥심이 서로를 바라보는 순간, 극장에는 구슬픈 '대전블루스'가 울려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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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홍시 '이별의 말도 없이' 공연 모습. 무대는 쇠락한 대전역 구도심을 본따 만들었다. 사진 극단 홍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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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부터 이틀간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을 올린 극단 홍시의 연극 ‘이별의 말도 없이’는 지역색이 강한 작품이다. 대전에서 활동하는 극단 홍시가 2015년 창작 초연해 같은 해 고마나루향토연극제에서 은상을 받았고 2023년 대전에서 재연하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신정임 극단 홍시 연출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전역은 KTX가 수없이 오고 가는 신식 철도역이지만 그 주변은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이들의 터전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있다"며 "기차가 보이는 구도심의 마을을 중심으로 대전의 어제와 오늘을 무대 위에 올리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이별의 말도 없이'는 지역에서 시작한 공연이 서울로 올라온 드문 사례다. 초연·재연을 대전에서만 올린 이 작품이 올해 삼연을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할 수 있었던 것은 '리바운드 프로젝트'의 덕이 컸다. 2023년 시작된 예술경영지원센터(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의 리바운드 프로젝트는 지역의 창작 공연을 서울의 주요 공연장에서 선보이며 전국 유통의 발판을 마련해주는 사업이다. 올해는 '이별의 말도 없이' 외에도 강원도 극단 파람불의 '옥이가 오면', 김해 극단 이루마 음악극 '당신이 좋아' 등 총 8편이 서울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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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예술인과 공연계 관계자와의 일대일 네트워킹 프로그램인 '팸스스피드데이트'가 열렸다. 사진 예술경영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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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바운드 프로젝트 외에도 문체부는 예술인에게 홍보의 장을 마련해주는 '서울아트마켓', 공연 관광 페스티벌 '웰컴 대학로', 연극과 무용 등 다양한 해외 초청작을 선보이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 등으로 구성된 '대한민국은 공연중'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 8일부터 11일까지 나흘 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서울아트마켓'에는 전 세계 34개국에서 1800여명의 국내외 공연 예술 관계자들이 참여해 작품을 홍보하며 해외 진출의 문을 열었다. 양손프로젝트의 연극 '파랑새'는 일본 시즈오카 공연예술센터와 대만 국립 가오슝 아트센터, 입과손스튜디오의 판소리 '긴긴밤'은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뉴질랜드 ‘아오테아로아 공연예술축제’ 등과 해외 진출 협의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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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예술인과 공연계 관계자와의 일대일 네트워킹 프로그램인 '팸스스피드데이트'가 열렸다. 사진 예술경영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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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인들은 특히 '서울아트마켓'에서 진행된 '스피드데이트'에 만족한다고 했다. '스피드데이트'는 국내외 극장 관계자 등 공연 전문가와 예술 단체가 돌아가면서 1:1로 대화를 나누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이다. 11일 '서울아트마켓'에 참여한 극단 걸판의 최현미 연출은 "지역에 기반을 둔 극단은 작품을 홍보하고 유통할 수 있는 채널이 매우 제한적"이라며 "이번 '스피드데이트'를 통해 8개 극장과 이야기를 나눴고 그중 한 곳과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다. '서울아트마켓' 부스를 보고 저희 작품이 궁금하다며 찾아온 극장 관계자도 있었다"고 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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