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비 작가(왼쪽)가 2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골목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 열린 새로운 10·29 이태원 참사 기억과 안전의 길 빌보드 개막식에서 희생자 그레이스 라쉐드씨의 어머니 조안 라쉐드씨에게 작품 소개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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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한 나는 움직이고 다녀온다. 당신들이 그러하듯 그들이 그러했듯. 모르기에 사는 삶, 알았다면 누가 거기와 여기에 있을까. ‘왜 하필 거기 갔는가’ 묻는 소리. 입 잃은 이를 탓하고 죄와 책임의 때를 묻히는 모욕의 소리들.”
이태원 참사 2주기를 하루 앞둔 28일 공개된 사진 작품 <당신이 그러하듯, 그들이 그러했듯>의 작품 설명에 노순택 작가는 이렇게 적었다. 이 작품은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째 되던 날이자 정월 대보름인 2023년 2월 5일 촬영한 것으로 달집을 태우는 연기 뒤로 떠오른 보름달이 담겼다. 노 작가는 작품 설명에서 “눈물진 얼굴 뒤에 달이 있었다. 달은 오로지 앞면을 보여준다. 헌데도 어째서 우린 뒷면을 아는가”라고 썼다.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서는 이날 이태원 참사 2주기를 맞아 빌보드 개막식이 열렸다. 홍진훤 작가의 <기각된 어떤 믿음에 대하여>와 윤성희 작가의 <명멸하는 밤>도 공개됐다. 각각 일본 아카시시 육교 참사 유가족의 모습과 이태원 참사 유족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서 열린 불꽃축제의 모습을 담은 작품이었다.
이번에 공개된 작품들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159명의 이름이 함께 적혔다. 아직 이름을 밝히지 못한 희생자들은 이름 석 자를 대신해 별표가 새겨졌다. 작품에는 외국인 희생자들을 위해 ‘그날 밤을 기억하는 모두의 오늘이 안녕하길 바랍니다’라는 문구가 14개 국가 언어로 번역돼 함께 담겼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사고 현장에서 28일 열린 10·29 이태원 참사 2주기 ‘기억과 안전의 길’ 빌보드 개막 기자회견에서 유가족들이 작품에 덮힌 천을 걷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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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비통한 표정으로 작품 속 이름들을 바라봤다. 외국인 희생자 그레이스 라쉐드씨의 어머니 조안 라쉐드씨가 울음을 터트리자 다른 유족들도 참았던 눈물을 훔쳤다. 고 이주영씨 아버지인 이정민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도 붉어진 눈시울을 진정시키려고 이따금씩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번 전시를 총괄한 권은비 작가는 “여기 있던 159명의 희생자는 모두 우리와 같은 사람들이었고, 그들을 욕하는 사회는 우리와 유가족들에게 아직까지도 상처로 남아 있다”며 “상처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이 길 위에서 우리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가 무엇을 잊지 않아야 하는지 같이 고민해 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참사 시민대책회의 공동운영위원장인 자캐오 신부도 “이번 핼러윈 기간에도 즐거운 한때를 보내다가 안전하게 돌아간 수많은 사람들이 확인해 준 것처럼 159명의 희생자는 어떤 잘못도 없었다”며 “이 길은 희생자들의 명예가 회복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감시탑이자 참사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겠다는 다짐과 약속의 길이 될 것”이라 말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오는 29일 국회에서 2주기 추모제를 열 예정이다. 홍 작가의 작품에 담긴 일본 아카시시 육교 참사 유가족들도 추모제에 참여한다.
이예슬 기자 brightpear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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