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들 이름도 기재…영어·일어·아랍어 등 14개 언어 메시지도
희생자 어머니에게 작품 소개하는 권은비 작가 |
(서울=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살아있는 한 나는 움직이고 다녀온다. 당신들이 그러하듯 그들이 그러했듯. 왜 하필 거기 갔는지, 후회하는 날도 없진 않다."
까만 밤하늘에 자욱한 연기, 하얗게 빛나는 보름달을 사진에 담은 노순택 사진작가는 작품 설명에 이렇게 적었다.
이태원 참사가 일어났던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10·29 기억과 안전의 길'에는 28일 하얀 보름달을 담은 노 작가의 '참사 100일 되던 날 남해바닷가에 뜬 대보름달' 등 총 3점의 사진 작품이 걸렸다.
노 작가는 이태원참사 발생 100일이 되던 날 맞은 정원대보름에 달을 보며 달은 어디에서나 보이지만 달의 뒷면은 아무도 볼 수 없으며, 달의 이면처럼 알려지지 않은 참사의 진상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나머지 2점은 홍진원 작가의 '일본 효고현 아카시시 JR 고베선 아사기리역 불꽃축제 압사사고 현장'과 윤성희 작가의 '발광 신호 안동 부용대'다.
홍 작가는 2001년 발생한 일본 '아카시시(市) 압사 참사' 현장의 현재 모습을, 윤 작가는 까만 밤하늘 빨갛게 타들어 가는 불꽃을 각각 사진에 담았다.
3개의 사진 작품에는 참사 희생자들의 이름이 적혔고, 영어·일어·아랍어 등 외국인 희생자들의 출신 국가를 반영해 14개의 외국어로 번역된 메시지도 적혔다.
작품 소개하는 권은비 작가 |
이태원참사 유족들은 이날 이 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앞으로 시민들이 사진 작품을 보며 이태원참사를 잊지 않기를 바란다고 호소했다.
이 운영위원장은 "정부와 국가가 아이들이 무사히 귀가할 수 있게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 많은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이라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명명백백히 특별조사위원회에서 밝혀질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 회견에는 이태원참사로 숨진 호주인 희생자 그레이스 라쉐드 씨의 어머니 조안 라쉐드 씨와 여동생, 사촌언니 등 유족들도 참여해 '10·29 이태원참사 진상을 규명하라'의 포스터를 들었다.
조안 라쉐드 씨는 홍 작가의 작품에 한국어와 영어로 새겨져 있는 딸의 이름을 보며 연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하늘 바라보는 이정민 위원장 |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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