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해경이 공개한 사진으로 중국 해경선 CCG-5402가 북나투나 해역에서 항해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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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인도네시아가 남중국해 분쟁 해역에서 중국 선박을 세 차례 몰아냈다. 지난 20일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양국이 일종의 '눈치게임'을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28일 AP통신과 채널뉴스아시아(CNA)에 따르면 인도네시아는 프라보워 대통령 취임 이후, 남중국해 분쟁 지역인 북(北)나투나해 인근에서 중국 선박을 세 차례 몰아냈다.
중국은 프라보워 대통령 취임 이후 인도네시아 배타적 경제수역(EEZ)인 북나투나해에 해경선을 보냈다. 첫번째는 프라보워 대통령 취임 다음날인 21일이었다. 인도네시아 해경이 무선망을 통해 나갈 것을 요구하자 "우리 관할 해역"이라 주장하던 중국 해경선은 결국 인도네시아 해경 경비함에 의해 밀려났다.
중국 해경선은 사흘 뒤인 24일 다시 해당 해역에 등장했다. 인도네시아 국유 석유회사인 페르타미나가 진행 중이던 해저 탐사 작업을 방해하던 중국 해경선은 이후 출동한 인도네시아 해경선과 호위함에 밀려 쫓겨났다. 지난 26일에도 중국 해경선이 또다시 등장해 인도네시아 당국이 몰아냈다.
문제의 북나투나해는 중국이 남중국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구단선과 겹치는 곳이다. 이곳은 천연가스 등 자원이 풍부한데다 황금 어장으로도 꼽혀 중국 어선들이 수시로 불법 조업을 벌이는 곳이기도 하다.
중국이 프라보워 대통령 취임 직후 세 차례나 해경선을 보낸데에는 프라보워 새 정부의 대응 여부를 파악하기 위한 '시험'으로 보인다. 분석가들은 인도네시아의 대응이 "긴장을 지나치게 고조시키지 않으면서도 새 정부의 결의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영국의 민간 군사정보 컨설팅 업체인 제인스 인포메이션 그룹의 수석 국방분석가 리즈완 라맛은 "중국은 새로운 인도네시아 정부가 그레이존(회색지대) 작전에 얼마나 관용적일지, 어떻게 돌아설지 파악하려 했을 것"이라 분석했다. 회색지대 전략은 명시적으로 전쟁 중인 것도, 그렇다고 완전히 평화롭지도 않은 모호한 상태에서 상대를 심리적으로 자극하고 그런 상태를 이용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는 전략이다.
전임인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과거 F-16 전투기를 배치하고 해군 기지를 대폭 확장, 대규모 군사 훈련을 벌이는 등 북나투나해를 분쟁지역화 하려는 중국의 시도를 군사적 대응으로 차단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정 자이안 교수는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최근 몇 년간은 크게 문제를 삼는 것보다 중국과 조용히 처리하는 양상을 보여 왔다"며 "양측이 상대방의 입장을 더 확신하게 되면 아마도 더 예측 가능한 상호작용을 하는 것으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 분석했다.
인도네시아가 중국 해경선을 몰아내는 영상을 공개한 것에 대해서도 '조용한 외교'에서 벗어난 행동으로 프라보워 대통령의 방식이 전임 조코위 대통령과는 다를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관계가 악화할 것이라 속단하기는 이르다. 호주의 싱크탱크인 로위 연구소의 압둘 라흐만 박사는 "프라보워 대통령은 인도네시아가 중국의 친구가 될 수 있지만, 필요하다면 맞설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라 평가했다.
실제로 중국 해경선이 북나투나해에 진입한 이후인 지난 24일엔 샤프리 삼소딘 신임 인도네시아 국방부 장관이 취임 축하 인사를 위해 방문한 왕루퉁 주인도네시아 중국대사와 면담했다. 양측 모두 해당 문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인도네시아 국방장관은 "합동군사훈련을 포함, 양국의 국방 협력 관계 확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프라보워 대통령이 군 출신인만큼 군사적 분쟁에 있어서는 보다 실용적인 접근 방식을 취할 가능성도 높다.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이 걸려있지만 동시에 중국이 인도네시아의 최대 무역 상대국이란 점도 감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대통령 당선자 당시 첫 외국 방문지로 중국을 찾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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