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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이시바 조기총선 승부수, 악수였나…"허우적대다 무당파 과소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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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자민당, 중의원 선거서 연립 공명당과 합쳐도 과반 확보 실패..표심, 파티권 스캔들 심판

머니투데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11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 참석하고 있다./AP=뉴시스 /사진=최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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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집권 자유민주당(자민당)이 참패한 직후 당 총재인 이시바 시게루 총리를 향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불거진 정치자금 스캔들 이후 자민당으로부터 등 돌린 표심을 전혀 읽지 못한 데다 후속 논란을 진화하는 데도 실패했다는 취지다.

28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이와사키 마사히로 니혼대학 교수는 "이시바 총리는 당 쇄신을 추구했지만 허우적대고 말았다"며 "선거 이후 안정적인 정부를 꾸리기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중의원 해산 전까지 247석을 보유했던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191석을 획득, 과반(233석) 확보에 실패했다. 자민당과 연립 중인 공명당(24석 획득), 자민당 성향으로 분류되는 무소속 의원 6명과 합세해도 221석밖에 되지 않는다. 자민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한 것은 옛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탈환한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반면 해산 전 98석이었던 야당 입헌민주당(입민당)은 148석을, 7석이었던 국민민주당(국민당)은 28석을 확보했다. 자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 6명의 행보에 따라 입민당을 비롯한 야권이 과반을 점할 수도 있는 상황.

이와사키 교수는 "야권이 이렇게 큰 성과를 낼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며 "구체적인 정책으로 유권자들을 사로잡는다면 정권 교체가 가능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오무라 하나코 교도대학 교수는 매체 인터뷰에서 "이시바 총리가 중의원 조기 해산을 결정한 것은 무당파 유권자들에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파티권 스캔들'을 계기로 자민당을 떠난 표심을 읽지 못하고 중의원 조기 총선을 결정한 것은 악수였다는 뜻이다.

파티권은 정치자금 모금 행사 입장권을 가리키는 말이다. 자민당 파벌들은 할당량 이상 파티권을 판매한 의원들에게 뒷돈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이끌었던 최대 파벌 '아베파'가 논란의 중심에 섰고, 자민당은 지난 4월 사건에 연루된 옛 아베파 39명을 징계했다. 그럼에도 아베파에 대한 유권자들의 반감은 여전했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파티권 스캔들에 연루된 중의원 선거 후보 46명 중 28명이 낙선했다.

오무라 교수는 "여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경제 상황에 불만이 생기면 재빨리 지지를 철회한다"며 이시바 총리가 자민당 지지자들의 속내도 읽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교도통신은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아베파인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보상과 접전 끝에 시게루 총리가 선출된 것도 악재였다고 봤다. 자민당의 내분을 드러낸 꼴이었다는 뜻이다.

마키하라 이즈루 도쿄대학 교수는 아사히신문과 인터뷰에서 파티권 스캔들에 연루돼 공천에서 제외된 후보들이 공천 후보와 마찬가지로 선거자금 2000만엔을 전달받은 사건이 치명타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시바 총리는 "비공천 후보가 아니라 정당지부에 지급한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마키하라 교수는 "자민당은 결국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들과 한몸이라는 인상을 심어줬다"며 "자민당 내에서 그나마 공정하다고 여겨진 이시바 총리가 자신의 강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유권자를 실망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총재가 바뀌더라도 자민당을 향한 국민 불신은 여전할 것이라며 자민당이 이런 현실을 자각할 능력이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민당이 국민 신뢰를 얻으려면 급진적인 개혁이 필요하며, 야권과 협력해 정치자금을 관리하기 위한 기구를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시바 총리는 선거 패배에 책임지고 자민당 총재 직에서 물러날 뜻이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것은 그것"이라며 일단 사퇴 의사는 없다는 취지로 대답했다. 그러면서 "어떤 정책을 함께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연정을 확대하나 야당에 협력을 요구할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이시바 총리가 야권 협력을 끌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입민당이 내년 7월로 예정된 참의원 선거까지 염두에 두고 정권 교체를 강력히 주장해왔기 때문. 닛케이는 국민당도 연정은 신중히 결정할 것이라면서 사안별로 협력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판세는 내달 열릴 특별국회에서 가늠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헌법에 따르면 중의원 선거 30일 이내에 특별국회가 열린다. 여기서 기존 내각은 총사퇴하고 총리 선출 등 새 내각 출범을 위한 절차를 밟게 된다. 교도통신은 이시바 총리가 내달 7일 특별국회 소집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의석 과반 확보에 시간이 필요할 것이기 때문에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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