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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줄이 만료되는 ‘부동산 조각투자’ 샌드박스… 언제든 사고 파는 장점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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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조각투자’가 상장 주식처럼 언제든지 사고팔아 수익을 실현할 수 있었던 장점을 잃게 된다. 그간 투자자들이 조각 지분을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었던 건 정부가 일정 기간 규제 적용을 유예하는 혜택을 줬기 때문인데, 이런 기간이 이미 끝났거나 내년 상반기에 만료될 부동산 조각투자업체들이 대부분이어서다. 부동산 조각투자에 대한 규제로 투자자들은 보유 지분을 팔 유통 시장이 없어질 위기에 처했다. 부동산에 조각투자한 지분을 팔려는 투자자는 일대일 채팅으로 원매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선 ‘규제로 손발이 묶였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를 관할하는 금융당국은 더 이상의 제도 유예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조선비즈

부동산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에서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그레인바운더리 빌딩을 기초자산으로 한 수익증권이 유통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다./카사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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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카사에 이어 내년 4월 루센트블록과 펀블도 금융규제 샌드박스(이하 샌드박스) 지정이 만료된다. 샌드박스란 최장 2+2년 동안 규제 적용을 면제해 주는 제도다. 카사와 루센트블록, 펀블은 이를 통해 부동산 조각투자의 발행과 유통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었다. 부동산의 지분을 쪼갠 증권을 신청한 투자자에게 나눠주고, 한국거래소처럼 이 증권이 거래되는 플랫폼을 구현해 투자자가 사고팔 수 있는 유통 시장도 조성했다는 얘기다.

원래 증권 발행과 유통은 엄격하게 분리된다. 삼성전자(발행사)가 상장할 때 증권을 발행하지만 유통 시장인 주식 거래엔 전혀 개입할 수 없는 게 그 예다. 발행과 유통 시장이 분리되지 않으면 발행사가 시세를 조종하는 등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계한 것이다.

샌드박스 지정 만료에 따라 부동산 조각투자 회사들은 유통시장을 접어야 하고 이 때문에 부동산 조각투자 상품의 환금성은 떨어지게 됐다. 일대일로 계약을 맺어 지분을 넘길 수는 있지만 문제는 매수 상대방을 매도자가 스스로 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상 가진 지분을 부동산을 팔아 수익을 실현하는 만기 때까지 그대로 가져가야 하는 구조로, 폐쇄형 부동산 펀드와 다를 바가 없다.

샌드박스 기간 만료로 카사는 이달 공모한 상품(상암235빌딩)부터 유통 시장을 접고 채팅 거래를 시작했다. 지분을 넘기고 싶은 투자자가 상대방을 찾아다니는 수고를 덜기 위해 게시판을 마련한 것이다. 여기서 지분을 사거나 팔고 싶은 투자자는 글을 남기고 거래 상대방을 기다리면 된다. 중고 거래인 ‘당근마켓’과 시스템이 비슷하다. 다만 유통 시장이 있을 때도 거래가 활발하지 않았던 터라 그보다 더 불편한 채팅 거래의 성공은 담보할 수 없는 상태다. 루센트블록과 펀블 역시 내년부턴 카사의 구조를 따라갈 전망이다.

업계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유통 시장이 막히면 플랫폼으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손발이 다 묶였는데 혁신이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해외에선 발행과 유통을 통합한 사례가 있다. 2021년 스위스 금융감독청은 스위스디지털거래소(SDX)가 시큐리티(증권형) 토큰의 등록과 유통, 결제를 모두 수행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발행과 시장 운용의 분리는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자본시장 제도의 기본 원칙”이라며 “새롭게 형성되는 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못 박은 바 있다.

학계에선 우선 규제를 시행한 후에 사업이 충분히 신뢰를 쌓은 시점에 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발행·유통 제도가 잘 정착되고 관련 이해상충 문제가 통제 가능하다는 시장의 신뢰가 쌓일 경우 단계적으로 분리 원칙을 완화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수빈 기자(be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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