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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8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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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제살인' 김레아, 前연인도 때렸다…잔혹함 드러난 판결문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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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화성 오피스텔 연인 살해 및 연인 모친 살인미수범 김레아(27) 신상공개. 사진 수원지방검찰청



이별을 통보한 연인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그의 모친도 중상을 입혀 살해하려고 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은 김레아(27)씨의 판결문에는 그가 저지른 데이트 폭력의 잔혹함이 여실히 드러났다. 또 김씨는 이전에 교제했던 여성에게도 폭행·협박을 가했다가 입건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김씨의 살인 및 살인미수 1심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3월 모 대학교에 편입하면서 같은 편입생이었던 피해자 A씨를 알게 됐다. 김씨는 그해 말 피해자와 교제하기 시작한 뒤 A씨의 남자관계를 의심하거나 과거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태도를 보였다. A씨의 친구 관계도 간섭해 A씨가 친구와 전화 통화할 때 스피커폰을 켜게 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하자 두 사람은 종종 다퉜고 그 과정에서 김씨는 A씨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하는가 하면 휴대전화를 부수기도 했다.

김씨의 집착과 폭력적 행동은 점점 심해졌다. 살인이 벌어진 올해 3월에는 A씨의 양팔에 큰 멍이 들 정도로 주먹으로 때렸다. 이에 A씨가 이별을 요구하자 "너뿐만 아니라 주변인들도 죽이겠다"며 협박했다. 김씨는 A씨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너가 날 화나게 했으니 감당하는 벌을 받아야지"라며 "마지막 화려하게 장식해야겠어"라고 했다. 그는 A씨 목을 조르고 밀치는가 하면, 인형을 마치 피해자인 것처럼 흉기로 찌르며 위협했다.

딸의 몸에서 멍을 발견한 A씨 모친 B씨는 딸이 김씨와 결별하지 않는 이유가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 다 죽일 거다"는 협박 때문인 것을 알게 됐고, '나체 사진을 유포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받기 위해 딸과 함께 경기 화성시에 있는 김씨 주거지를 찾아갔다가 변을 당했다.

김씨는 지난 3월 25일 자신을 찾아온 A씨와 그의 모친 B씨를 집 안으로 들인 뒤 B씨가 '교제 폭력'을 나무라자 주방에 있던 흉기로 A씨 목과 가슴 부위를 여러 차례 찔렀고, B씨가 이를 말리는 사이 밖으로 도망간 A씨를 뒤쫓아가며 "내 것이 안 되면 죽어야 해"라고 말했다.

김씨에 대한 정신감정을 촉탁받은 감정의는 "피고인은 자존감이 낮은 사람으로 타인의 부정적인 언행에 무가치함이나 분노감을 느낀다"고 분석했다. 또 "대인관계가 협소한 만큼 연인에게 몰두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관계 단절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으로 상대방을 통제하고 집착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이런 정신감정 결과를 김씨의 형을 정하는 데 유리한 조건으로 삼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심리적·성격적 특성으로 살인 범행에 이르렀다 해도 범행 과정에서 살인의 범의가 발생한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계획적 범행이라는 점에서 이를 피고인에게 유리한 양형 요소로 삼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범죄 전력이 양형 요소로 작용했다고도 했다. 김씨는 이 범행 전에도 수년간 교제했던 여자친구에게 집착과 폭행을 일삼았다. A씨에게 했던 것과 거의 같은 방식이었다. 그는 전 여자친구 C씨가 클럽에 가고 다른 남자를 만났다는 이유 등으로 C씨를 폭행하고 휴대전화를 부쉈다. 이별을 통보받자 "성관계 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했다.

당시 김씨는 협박, 폭행, 재물손괴 혐의로 입건됐다. 수사 개시 후 C씨와 합의하면서 협박과 폭행 혐의는 불송치 처분(공소권 없음)을, 재물손괴 혐의에 대해서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지난 23일 수원지법 형사14부(부장 고권홍)는 "범행 동기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없고 수법과 그 결과마저 극도로 잔인하며 참혹하다"며 김씨에게 검찰의 구형량과 같은 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김지혜 기자 kim.jihye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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