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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7 (일)

1400원선 바짝 다가선 환율에…이창용 "환율이 새 고려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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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차준홍 기자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최근 한 달 사이 80원 넘게 하락하면서 1400원 선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새로운 변수가 나타나면서 다음 달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국은행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27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 25일 오후 3시 30분 종가 기준 1388.7원을 나타냈다. 이는 7월 3일(1390.6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9월 30일(1307.8원)과 비교하면 80.9원이 떨어진 셈이다(환율은 상승). 시장에선 이른바 ‘심리적 저항선’인 14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심리적 저항선을 넘어설 경우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심화하고 경제 전반의 안정성이 흔들릴 수 있다고 본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 4월 16일 장중 1400원을 나타냈다가 외환 당국 구두개입에 따라 추가 하락이 제한된 바 있다.

최근 원화 가치가 급격하게 떨어진 건 미 경기 연착륙 가능성에 따라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것으로 전망돼서다.

9월 고용보고서 등에 나타난 고용 지표가 탄탄하고 소비도 식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미 미시간대학이 발표한 10월 소비자 심리지수는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개선됐다.

여기에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한몫하고 있다. 시장은 ‘트럼프 2기’가 현실화할 경우 재정적자가 커져 국채금리가 오를 거로 본다. 물가 상승 압박도 커지면서 금리 인하가 더 미뤄질 수도 있다. 이는 달러 강세를 부추기는 요소다. 초당파적 비영리 기구인 ‘책임있는 연방예산위원회(CRFB)’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세금감면 등 공약은 향후 10년간 미 재정 적자를 7조5000억 달러 더 늘릴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원화 가치의 하락 폭은 다른 주요국 통화와 비교해도 두드러진다. 이달 1~25일 사이 원화 절하 폭은 -5.21%로, 일본 엔(-4.92%), 호주 달러(-4.35%), 영국 파운드(-3.07%), 유로(-2.87%), 캐나다 달러(-2.45%), 스위스 프랑(-2.21%), 중국 위안(-1.52%), 대만 달러(-0.69%)보다 크다. 이는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더해진 영향도 크다. 올 3분기(7~9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 분기 대비‧속보치)은 0.1%로 한은 전망치(0.5%)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이 뒷걸음질치면서다. 최근 중동 정세가 악화하면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진 것도 원화 가치를 끌어내리고 있다.

다음 달 5일로 예정된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단기적으로 급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시 원‧달러 환율이 재차 1400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실제 2016년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당시 달러화 지수(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는 한 달여 만에 약 6% 급등한 바 있다. 시장에선 연말로 갈수록 원화 가치가 다시 안정화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 정책으로 인해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간과하긴 어렵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미‧중 무역갈등 우려가 부각되며 위안화·원화 등 아시아 통화에 상대적 약세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내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을 앞둔 한은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내수 회복세가 더딘 점 등은 추가 인하 필요성을 키우는 요소지만, 환율과 가계부채 등을 고려하면 인하를 단행하기 쉽지 않아서다. 환율이 불안한 상황에서 기준금리가 더 낮아지면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25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원‧달러 환율이 지금 우리가 원하는 수준을 웃돌고 있고 상승 속도도 빠르다”며 “지난번(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는 고려 요인이 아니었던 환율이 다시 고려 요인으로 들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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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국내 기자단과 간담회를 갖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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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총재는 3분기 성장률이 통화정책에 끼칠 영향은 크지 않다고 봤다. 그는 “분기별 자료는 연간 자료보다 변동성이 클 수 없어 3분기만 놓고 일희일비하거나 과잉해석을 할 수는 없다”며 “4분기 성장률이 정말 안 나온다고 하더라도 지금까지 추세를 보면 올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 2%보다는 반드시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성장률이 갑자기 망가져서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다.

그러면서 “다음 달 금통위에서는 ▶수출 증가율 둔화세가 내년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 ▶거시건전성 정책의 금융안정 효과 ▶미 대선이 끝난 뒤 달러 강세 지속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오효정 기자 oh.hyo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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