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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1 (목)

이슈 [연재] 연합뉴스 '특파원 시선'

[특파원 시선] 뉴욕의 첨단산업 육성과 기술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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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뉴욕대
[뉴욕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첨단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려는 미국 뉴욕시의 노력은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실리콘밸리에 비견할 수준은 못 되지만 뉴욕은 지난 10여년 간 첨단산업 분야에서 많은 성장을 해왔다.

금융, 문화, 미디어 등 기존에 있던 뉴욕의 다양한 산업과의 융합 기회도 첨단산업 유치의 기반이 됐다. 구글 등 빅테크들도 뉴욕을 제2의 거점으로 삼아 대규모 투자를 했다.

대기업 투자 유치도 중요하지만 첨단기술 생태계가 돌아가게 하려면 생태계 밑바닥에서 스타트업을 창업할 기술 인재가 지역에서 배출돼야 한다는 점을 사업가 출신인 블룸버그 시장도 잘 알았다. 이를 위해선 공대가 필요했다.

2011년 이뤄진 뉴욕시 주관 공대 유치 공모에 6개 대학 컨소시엄이 지원했고, 블룸버그 시장은 뉴욕시티칼리지와 손잡은 서부의 명문 스탠퍼드대 대신 코넬대-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컨소시엄을 선택했다.

뉴욕주 이타카시에 메인 캠퍼스를 둔 코넬대는 명문 아이비리그 대학 중 하나지만 이공계 부문이 취약했다. 그래서 외국의 명문 공과대학과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다.

테크니온공대는 '이스라엘의 MIT(매사추세츠공대)'로 불리는 이스라엘 최고 공과대학이다.

뉴욕시는 코넬대 컨소시엄에 지원금과 학교 용지를 제공했고, 그렇게 해서 현재 뉴욕시에 있는 코넬테크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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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시 코넬테크 캠퍼스 전경
[코넬테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문과' 중심 미국 대학과 외국 유수 공대가 결합해 이룬 코넬테크 사례는 공대가 약한 다른 뉴욕 기반 대학들에도 자극제가 됐다.

대표적인 사례가 뉴욕대다. 인공지능(AI)이 시대의 화두가 되면서 공대 육성은 주요 종합대학들에 있어 생존 전략이 됐고, 이는 공대 부문 경쟁력이 낮은 뉴욕대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뉴욕대의 경우 지난 2014년 브루클린 캠퍼스를 둔 폴리테크대와 합병해 공대를 강화했지만 명문 공과대학들과 경쟁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그렇다고 미 동부의 MIT나 서부의 스탠퍼드 등 세계 최고 수준의 공대가 미국 내 다른 지역의 대학과 진정성을 갖고 협업할 유인은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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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NYU AI 분야 공동 학위제 협약 체결식
지난 9월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 호텔에서 열린 KAIST-NYU 인공지능(AI) 분야 공동 학위제 협약 체결식에서 이광형 KAIST 총장(오른쪽)과 린다 밀스 뉴욕대학교 총장이 협약서를 들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러던 중 지난 2022년 뉴욕대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뉴욕에 공동캠퍼스 구축하기 위한 파트너십 체결을 깜짝 발표했다.

뉴욕대 입장에선 톱클래스 공대와의 협력이 절실했고, 이는 뉴욕캠퍼스 설립을 모색해왔던 카이스트와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던 것으로 보인다. NYU가 최고 수준의 의대를 보유한 점도 의대가 없는 카이스트로선 매력적인 시너지 포인트였다.

NYU와 카이스트는 이후 AI와 융합한 15개 분야의 공동연구 그룹을 발족했으며, 지난달엔 AI 분야 공동학위제 추진을 발표하며 협력 관계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정부와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이 지난달 한미 간 AI 공동연구 플랫폼인 '글로벌 AI 프론티어랩'을 뉴욕대 캠퍼스에 개설했는데, 이 역시 카이스트와 NYU의 협력관계가 기반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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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AI 프론티어랩 개소식 기조연설 하는 얀 르쿤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코넬대와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 NYU와 카이스트 간 협력 사례는 시작은 개별 대학 간 협력 논의로 출발했지만, 현 국제정세에 비춰볼 때 단순한 개별 대학 간 협력 사례를 넘어선 의미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

국제정세가 서방 대 중·러 간의 신냉전 시대로 전환되면서 AI와 같은 첨단기술 분야의 연구 협력은 국가안보와 무관하지 않은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한미동맹도 안보동맹에서 이른바 기술동맹으로 발전하고 있다.

AI 관련 학제와 연구역량을 신속히 키우고 싶은 미국 대학들로선 동맹국이면서 우수한 교수진과 학생을 보유한 한국의 주요 대학들에 앞으로도 지속해서 러브콜을 보내지 않을 이유가 없어 보이는 대목이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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